해고노동자 전원복직, 불교계 역할과 의미
KTX에 이어 쌍용차 사태도 오랜 노사갈등의 종지부를 찍었다. 2700여 명의 구조조정으로 대량해고된 쌍용차 노동자들이 9년 만에 사측과 전원복직 교섭을 타결했다. 2009년부터 해당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불교계는 쌍차지부와 연대하여 버팀목 역할을 하며 끝까지 그들 곁을 지켰다.
쌍용자동차노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이하 쌍차지부), ㈜쌍용자동차,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노-노-사-정 간 교섭을 통해, 9월 14일 “2019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전원을 복직”시키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14일 예정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혜찬, 이하 사노위)의 청와대 오체투지는 취소됐다. 같은 날 대한문 분향소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스님들은 전원복직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먼저 떠나간 노동자 26명·배우자 4명을 추모했다.
이 자리서 혜찬 스님은 “‘낮은 자세에서 보라’란 부처님 가르침을 새기며 소외된 쌍차 동지들과 함께해 왔다”며 “KTX 승무원에서 쌍차지부로 이어진 희망의 불씨가 타올라 이 땅의 고통 받는 노동자들을 웃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사태 해결의 의미를 전했다.
사회적 문제인식 확산 기여
2009년 8월, 당시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해고자 가족과 면담 후 이웃종교계에 쌍차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자고 목소리를 냈다. 이후 화쟁위원회, 불교시민단체 등이 쌍차 해고자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 등을 위로하고 천도재를 봉행하는 등 불교적인 방법으로 노동문제에 힘을 보태는 시도가 초기에 이루어졌다.
2012년 4월, 쌍차지부는 다시 한 번 종단 문을 두드린다. 당시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종단 차원의 지원을 약속한 데 따라 불교계 노동문제 참여는 본격화됐다. 조계종은 △고인이 된 쌍차 해고자 천도재 봉행 △구속수감자 특별사면 청원 △노동문제 전담 기구 신설 등 쌍차지부와의 약속을 모두 지켰다.
그 과정서 불교계 주도로 범종교계부터 문제인식이 확대되었고, 언론을 통해 점차 사회적인 관심과 참여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충열 부지부장은 “조계종 스님들 덕분에 기독교, 원불교 등 다른 종교계가 연합해주셨다”며 “종교가 가진 힘으로 여론이 조금씩 바뀐 덕분에 복직 문제도 해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쌍용차’ 계기로 노동문제 앞장
불교계와 쌍차지부와의 연대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불교계는 쌍차 문제해결을 위해 했던 약속을 실천하고 그들과 연대하면서 본격적으로 노동인권 문제에 앞장 서는 행보를 보였다. 노동위와 노동위가 확대 개편된 사노위를 중심으로 불교계는 점차 노동자들과 현장 곳곳에 뛰어들어 연대에 나섰다.
사노위는 불교적인 활동들을 함으로써 쌍차지부의 조속 복직과 피해자 명예회복, 정부 공식사과, 손배소 철회 등을 촉구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사노위 스님들은 긴 시간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도와 법회, 10만배 정진, 단식, 49재, 오체투지 등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노력을 해주셨다”고 회상했다.
특히 역대 최고 폭염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스님들이 온몸으로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나툰 모습이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고 김 지부장은 강조했다. 그는“더 이상의 죽음이 나와선 안 된다며 스님들과 함께 땀 흘린 모습이 언론을 통해 사회에 우리 문제를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규모 투쟁장 도울 방법 찾겠다”
사노위는 향후 미해결 노동 문제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사노위 관계자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많은 소규모 투쟁현장을 위해 사노위가 함께 연대할 방법도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