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가 설파한 가르침은 ‘中道 철학’

혹자는 묻는다. 불교는 종교인지 철학인지를. 그럴 것이 불교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종교 형태와는 조금 다르다. 절대자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와 이를 쫓는 과정인 구도·수행에 불교의 중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유훈인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에서도 잘 드러난다. 법을 의지처(등불)로 삼아 정진하라는 이 유훈 아래에는 끊임없는 성찰과 사유에 대한 당부가 담겨져 있다.

논문 ‘아함의 중도체계 연구’
27년 만에 개정 증보판 펴내
모순된 명제 떠난 철학 ‘중도’
4성제·8정도·12연기 등 포함


불교학자 이중표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최근 발간한 〈붓다의 철학〉은 붓다가 깨닫고 증명한 진리 안에서 철학적 제 문제들이 어떻게 논의되는지, 또한 인식·존재·가치론적 측면에서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입증한다.

〈붓다의 철학〉은 이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이자 저서인 〈아함의 중도체계〉의 개정증보판이다. 27년 전 난해한 국한문 혼용의 한문경전 번역이 주류를 이루던 당시, 알기 쉬운 현대어 번역과 치밀한 논리로 붓다의 중도 사상을 밝힌 〈아함의 중도체계〉는 발간 이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불교학 분야의 스테디셀러였다.

이를 개정 증보한 〈붓다의 철학〉은 저자의 평생 연구 성과를 담아 초기불교경전 원전 해석의 내용을 대폭 강화했다.

이 책은 중도 해설을 중심으로 무엇이 진리이며 그 진리를 어떻게 인식할지에 관한 ‘인식론’, 12연기를 바탕으로 한 ‘존재론’, 4성제를 토대로 실천의 당위성을 논하는 ‘가치론’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진리의 접근법인 인식론은 연기설과 9차제정(九次第定)으로 설명하고, 세상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논하는 존재론은 5온(五蘊)·12처(十二處)·18계(十八界)로 풀이했다. 그리고 마땅히 실현해야 할 가치에 관해 탐구하는 가치론은 4성제를 기반으로 해석했다. 이 같은 범주 나눔은 서양철학적 조명 방식이지만 이는 어디까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구분이다.

붓다의 가르침은 수행을 통해 올바른 인식을 갖추고 세상의 존재가 ‘허상(虛像)’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붓다의 철학은 ‘존재하는 것은 존재한다’라는 분별심에서 벗어나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붓다의 인식론, 존재론, 가치론은 카테고리의 구분이 아니라 하나로 회통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이 진리의 인지를 위해 붓다는 실천 수행체계를 제시했고, 각 수행 단계마다 향상되는 인식 과정을 본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면밀히 설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모순의 해결을 포기한 것은 중도가 아님을 역설한다. “모순된 명제를 떠나 철학하는 방법”이 바로 ‘중도’라는 것이다. 

저자는 “중도에서 보면 모든 모순이 착각이고 환상”이라며 “붓다의 침묵은 사견(邪見)을 파기하고 중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는 중도라는 철학적 입장에서 취해진 것이며, 붓다의 철학을 우리는 ‘중도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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