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 특별전
‘산산散散ㆍ부서진 뒤 알게 된 것들’
9월 11일~2019년 3월 3일

깨지고 부서진 유물들의 가치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이하ㆍ회암사지박물관)은 9월 11일부터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산산散散ㆍ부서진 뒤 알게 된 것들’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회암사지박물관이 소장한 유물 중 깨지고 부서져 완전한 형태를 이루고 있지 못한 유물 100여 건을 선보인다. 원형을 유지하지 못한 유물들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전시다. 조각 난 유물들은 보잘 것 없어 보이기 쉽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오랜 세월의 이야기는 외형과 상관없이 가치를 지닌다. 원형과는 다른 조각 난 모습의 조형미와 변할 수 없는 역사성이 그것이다. 이번 전시는 오랜 세월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조각 난 유물들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보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사천왕문 건물지에서 발견된 소조(塑造) 사천왕상 장식편 중 일부. 소조품은 연질이어서 부서지기 쉽고 세척시 원재료가 묻어나올 가능성이 있어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유물에 담긴 가치를 드러내기 위한 보존ㆍ복원ㆍ복제처리 과정과 유물을 소개하고,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관람객의 관람과 교육, 체험 등 유물을 매개로 한 경험도 유물의 존재가치를 형성하는 중요한 활용방법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청동 광배편’, ‘소조 사천왕 장식편’, ‘토수’, ‘잡상’ 등의 유물과 사진, 영상, 체험 등을 선보인다.

특히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운 박물관의 수장고 환경을 일부 재현하여 유물의 보관관리 환경을 제시하며, 동시에 복수의 관람객이 동시에 깨진 유물을 붙여 복원해보는 미디어체험 등을 통해 관람객 스스로에게 문화유산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부여하고자 한다.

양주 회암사지(사적 제128호)에서는 1997년부터 종합정비사업을 통해 10만여 점 이상의 많은 유물이 출토됐다. 오랜 시간 땅 속에 묻혀있었기 때문에 온전한 형태의 유물보다는 대부분이 조각으로 발굴되었으며, 그 훼손의 정도가 심각했다. 완전하지 못한 유물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세상에 공개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유물을 새롭게 바라보는 취지다. 전시는 총 3부로 편성됐다.

▲1부 ‘과거에서 현재로’에서는 깨지고 부서진 작은 유물 하나라도 소중히 생각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고 있다. 작은 유물 하나하나가 과거의 기억을 품은 것이고, 그것들은 현재를 오롯이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2부 ‘현재에서 미래로’에서는 유물의 가치를 미래로 전달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손상을 방지하고 적절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보존, 원형을 추정하여 실제 유물의 형태로 복구하는 복원, 그리고 그 형태를 그대로 옮겨 새로운 오브제로 창조하는 복제 등 박물관의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보여준다.

▲3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세대’에서는 우리 모두가 유물의 주인임을 이야기한다. 문화재는 한 번 손상되면 원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우리 삶 속에서 꾸준히 문화재를 찾고, 즐기고, 보살피는 노력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고 이어나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양주 회암사지는 조선 전기의 왕실문화가 풍부했던 대사찰이었다. 따라서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들 역시 왕실의 고급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도자기, 기와 등이 1만 점 넘게 출토되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의 흔적을 이기지 못해 많은 유물이 훼손되었다.

원형을 유지하지 못한 유물의 가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작은 유물 한 조각의 발견에서부터 새로운 역사가 나타날 수 있고, 기존 역사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랜 세월을 지내온 유물은 그 자체로 역사를 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유물의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유물 한 조각에도 관심을 가지고 역사를 탐구하고자 하는 우리의 시선이라 할 수 있다. 미처 알아보지 못한 유물의 가치가 여러 시선을 거쳐 다양한 분야로 확대 재생산되는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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