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배종훈 지음/더블북 펴냄/1만 5천원

유럽의 소도시 풍경을 그림으로 사진으로 SNS에 소개해 수많은 팔로워에게 사랑을 받는 어반 페인터(Urban painter) 배종훈 저자가 이번에는 드로잉 펜과 스케치북을 챙겨서 일본의 소도시로 혼자 떠났다. 떠나고 싶은 순간이 먼지처럼 소리 없이 쌓여 어느 날 갑자기 열병처럼 찾아오자 미련 없이 일본행 항공권을 샀다고 한다.

이번 여정은 오사카에 이웃한 와카야마 현의 구마노고도 순례길, 시코쿠 섬과 일본 본토를 연결하는 세토대교로 유명한 오카야마 현의 구라시키 미관지구,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지로 알려진 아키타 현의 다자와 호수 등이며 그 밖에도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나 명승지(사찰, 온천, 협곡)는 한 번쯤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은 곳들이다.


저자, 어반 페인터로 수많은 팔로워 확보
日 소도시 여행 한뒤 펴낸 드로잉 에세이
산사, 순례길 등지서 일상의 소중함 체험


작가는 산사서, 순례길에서, 바닷가에서, 시골 기차와 버스에서, 골목길 작은 찻집에서, 일상의 소중함과 혼자 떠나는 ‘느긋한 외로움’ ‘소소한 특별함’ ‘주인 없는 그리움’을 글과 그림으로 엮어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라는 드로잉 에세이를 펴냈다. 책에서는 서두르지 않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혼자 떠날 수 있다는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소설가 백영옥 씨는 이번에 출간된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를 읽고 나서 “어쩌면 혼자 떠나는 여행은 ‘do not disturb’의 세계이다. 내가 나와 좀 더 친밀해질 기회다. 혼자 떠난 작가의 여정을 함께 걷다 보면, 어느새 그가 느꼈다던 ‘느긋한 외로움’을 나도 느낀다”고 전했다. 배종훈 작가는 “왜 일본이냐”는 질문보다 “여행이 행복하냐”고 물어 주면 특별할 것 없는 골목길이나 강변, 바닷가, 산길을 걸으면서 느끼는 즐거움에 대해서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밤새도록 답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작가는 혼자 있는 것을 지독히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삶의 의미는 결국 자기 스스로 묻고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아주 잠시라도 아무 말 없이, 아무도 만나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행을 통한 침묵의 시간은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을 하나라도 줄여서 그 만큼의 여백으로 자신과 주변을 살필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여행은 다시 돌아오기 위한 떠남이다.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다시 돌아오는 일상을 견디고 있는지도 모른다. 드로잉 펜이 아니어도 좋다. 연필과 스케치북, 그리고 손에 쏙 잡히는 책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를 여행 가방에 넣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 오기 위한 혼자만의 여행을 훌쩍 떠나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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