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의 작가 박경리는 ‘기다림’이라는 시에서 “이제는 누가 와야 한다/ 산은 무너져 가고/ 강은 막혀 썩고 있다/ 누가 와서/ 산을 제자리에 놔두고/ 강물도 걸러내고 터주어야 한다… 누가 와야 한다”고 읊었다.

현재 우리 조계종단의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서산대사와 같은 초능력을 가진 지도자의 탄생을 기다리고 여망하는 시인 것 같다.

전임 원장 스님의 친자 의혹으로
조계종단, 한바탕 광풍에 ‘몸살’
새 지도자 선출하는 선거 시작돼

네 후보 스님 모두 수행·포교 모범
모범적 공명선거 위해 손 맞잡기도

차기 원장 첫 덕목은 ‘도덕성’이지만
도덕적 결벽주의에만 매몰돼선 안돼
과거 갈등 화합시키는 포용력도 필요


임진왜란 때 서산대사는 의승병을 일으켜서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했다. 그때 스님의 나이는 73세였다. 불교종단이 선종과 교종의 대립과 갈등으로 분열되었을 때 선교 양종을 통합한 판사요, 도총섭이다.

현재 조계종단은 前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친자 의혹’이라는 문제로 인해 종단 사상 초유의 총무원장 불신임과 탄핵을 받은 상황이다. 광풍이 한바탕 지나가면서 종단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와중에도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선거에 돌입했다. 후보에는 기호 1번 혜총 스님(前 포교원장), 기호 2번 원행 스님(前 중앙종회의장), 기호 3번 정우 스님(구룡사 회주), 기호 4번 일면 스님(현 원로의원) 등 네 스님의 자웅을 겨루는 각축전이 시작되었다.

세간의 중평이 후보 네 분의 그 동안 수행자로서 살아온 면면이 이 정도면 누가 되어도 참 잘 할 수 있겠다고 한다. 수행이나 포교에 자타가 공인하는 달인 스님이요 모범승이라고 찬사를 한다. 종단의 주요 직책을 두루 경험한 준비된 후보이다.

다행히 아직 태풍의 전야처럼 고요하게 선거전이 진행 중이다. 후보들 간에도 모범적인 공명선거를 위해서 손을 맞잡았다.
 

김형중 동대부여고 교장.

이번에 뽑힐 총무원장의 덕목은 첫째가 도덕성 그리고 행정추진 능력과 포용력이다. 법정 스님 같은 청렴하고 결백한 지계정신으로 무장한 인물이 총무원장으로 선출돼야 한다. 최근 일련의 종단 갈등은 범계 의혹에서 비롯된 사안들이 상당수다. 그렇기 때문에 지계 정신이 출중한 종무행정가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단점이나 험이 없는 사람은 없다. 성자 간디도 학창시절에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마약도 했다. 문제는 과거의 행적이 아니라 지금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 어떤 사람인가가 중요하다. 주홍글씨로 먹칠해서 생사람을 잡으면 안 된다.

불교는 지나간 과거를 따지지 않는다. 중생이 수행해서 부처가 되는 종교이다. 과거에만 집착하는 것은 병이다.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일이 불교의 성자를 뽑는 일로 착각하면 안 된다. 너무 지나치게 도덕적 결백주의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후보 네 스님의 공통점이 모두 전법 포교와 불교교육에 일가를 이루었다. 특히 군포교에 앞장서고, 도심포교를 개척하고, 승가교육에 선봉장인 지장이요 덕장이요 용장이다. 유치원 청소년 포교와 교육, 복지사업 그리고 생명운동 등 시민운동을 통해서 국민과 소통하고 사회 일선에서 사회를 선도한 선각자요 원력보살이다.

번뇌가 크면 깨달음도 크다. 이번 우리 종단의 아픈 상처와 갈등을 잘 치유하면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 새로 선출된 총무원장은 차제에 종단의 갈등과 불만 세력의 과거 행위에 대하여 불문에 붙이고 다 털고 가야 한다. 큰 용광로 속에서 일불제자로 화합시켜 새로 태어나는 불자를 만드는 포용력을 보여야 한다.

다음은 급속하게 변화하는 4차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시대에 대비하는 유능한 종무행정을 펼 수 있는 추진력을 발휘해야 한다.

인사가 만사다. 사람이 부처이다. 이제는 누가 와야 한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