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하는 태도’ ‘금전감각’에 부정적
일본불교계, 도쿄서 긴급 심포지엄 열어

심포지엄에서 토론하는 주지스님들. 사진출처=산케이 신문

신도들의 이탈이 늘어나고, 젊은 세대의 유입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일본불교. 이러한 ‘사찰 이탈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심포지엄이 도쿄에서 열렸다고 9월 7일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지난 8월 23일 도쿄에서 ‘사찰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심포지엄에는 종파를 초월해 많은 주지스님들이 모였다.

심포지엄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일본 전국에 소재한 사찰은 약 7만7200곳. 그러나 이 중 2만여 사찰이 현재 주지가 없는 무인 사찰인 것으로 밝혀졌다. 더군다나 사찰의 유지와 경영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사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불교 사찰 7만7200곳
연 수입 500만원 안 되는
빈곤사찰 수두룩해 ‘위기’
전통vs현대화 화두 떠올라


2014년 일본 최대종단인 정토진종 혼간지파가 실시한 조사에서 해당 종단에 소속된 사찰들 가운데 연 수입이 300만엔(한화 약 3천만원) 이하인 사찰은 45% 이상, 연 50만엔(한화 약 500만원) 미만인 사찰도 10%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더욱이 “계속되는 보시금이 부담”이라는 이유로 신도회에서 탈퇴하거나, 사찰에 모셔둔 선조의 묘나 위패를 반환 받는 등의 ‘사찰 이탈’이 심각하다는 보고도 나왔다.
 

최근 ‘사찰 이탈’에 관해 일본에서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는 ‘불교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갖는 원인’으로 ‘승려’가 25.3%로 집계됐다. 이는 사찰의 ‘인적구조(6.7%)’나 ‘교리의 내용(4.5%)’ 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밝혀져 일본불교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스님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22.8%로 제일 많았고, ‘일반인과 다른 금전감각’이 18.5%로 뒤를 이었다. 반면 ‘예불이 여법하지 않다(4.8%)’, ‘법문의 역량부족(13%)’ 등 기존 불교계에서 중요하게 여긴 항목은 비교적 낮게 집계됐다.

이러한 현상들에 대해 심포지엄에 참석한 야시마 죠쥰 스님은 “승려는 불법에 대한 신심을 근간에 둔 서비스업자”라는 발언을 해 주목을 끌었다.

죠쥰 스님은 “현대사회와 사찰간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며 현재 일본에서 인터넷이나 전화 등을 통해 스님들에게 법문을 듣거나 장례를 맡기는 현상을 예로 들었다. 스님은 이와 함께 “여법한 것만으로는 살 수 없는 사회가 됐다. 새로운 인연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는 출가자 스스로에게 달렸다”고 역설했다.

교토에서 온 타나카 류겐 스님은 “소비자가 상품을 고르듯, 대중이 스님들을 선택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류겐 스님은 “되레 이러한 현상이 스님들 간의 경쟁심리를 일으켜 스스로의 행동과 말을 관리하고, 대중에게 더욱 접근하기 위해 연구하는 계기가 된다”며 경제적인 원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파격적인 주장들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나라에서 온 타나카 젠기 스님은 “절에서 대대로 이어온 전통과 역사를 전하는 것에 불법이 깃들어 있다. 불법을 어떻게 전할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경제적 측면으로 불교를 해석하는 것에 반대의견을 내세웠다.

한편 최근 일본불교계에서는 기존의 포교법과 사찰경영방식에 대한 새로운 시도들이 생기고 있다. 사찰에서 카페를 운영하거나 지역 이벤트에 함께하는 등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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