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기호4번 일면 스님 정견 발표 회견

조계종 원로의원인 일면 스님은 제36대 총무원장 선거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종도에게 의지가 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스님은 청정종단으로서 위상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스님은 총무원장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교구 중심제로 권한을 옮기는 등 장기적인 종단 안정 방안을 제시했다. 사진=박재완 기자

“열린 마음으로 총무원장의 권한이 있다면 내려놓고, 어려운 일이 있다면 다 함께 손잡고 가겠습니다. 승단 외에도 외부의 훌륭한 전문가들을 모셔 현안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으겠습니다.”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선거에 나선 기호 4번 일면 스님(조계종 원로의원)은 부드러운 미소로 사람을 맞이한다. 처음 만나는 이라도 편안함을 느끼고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이 일면 스님의 장점이다.

9월 12일 오후 3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열린 후보자 기자회견에서도 일면 스님은 “열린 마음으로 권한을 내려놓고, 지혜를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청정 승가와 종헌종법 질서 확립
현안별 각 분야 전문위 구성
행정력 강화 통한 종단위상 제고

단임제 등 총무원장 권한 축소
말사주지 임명권 등 교구 이양
신도시 본사별 거점센터 건립

 

이날 기호4번 일면 스님의 기자회견에 앞서 기호 1번부터 3번까지 앞선 후보들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일면 스님의 기자회견은 각 후보간 대동소이한 종책보다 오히려 상대 후보를 존중하며 종단 위상을 세우는데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시대정신’은 ‘하심’과 ‘구법정신’

스님은 선거에 임하는 캐치프레이즈로 “시대정신으로 새롭게 불교발전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총무원장 후보로 꼽은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스님은 출마의변을 통해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총무원장이 되려는게 아닌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원장, 그리고 종단이 되도록 하겠다. 위의와 질서를 바로 세우고, 청정과 정진을 상징하는 승가상을 세워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종단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온 몸을 내던지는 구법정신을 발휘해 희망을 만들겠다”는 변에서 일면 스님이 생각하는 승려로서의 시대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열린 마음으로 지혜 모은다

일면 스님은 8대 종책으로 △종헌질서 확립과 종단 위상 제고 △종무행정 교구이관 및 교구중심제 실현 △사찰 재정관리 투명화 △승려복지 종단의무화 확대 △종단 교육혁신 강화 및 포교종책 다각화 △불교전통문화 육성과 지원 △종단의 사회적 책임과 공동선 실천 △불교관련 제법령 및 종법 제개정 통한 종단 발전 등을 들었다.

스님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종단을 만들고자 한다. 무엇보다 종단 위의와 질서를 바로 세우는데 진력하겠다”며 종지와 가풍을 흐트러트리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제시했다. 또 종무행정 교구이관과 승려복지의 종단의무화 확대도 중점을 둘 것임을 밝혔다.

이와 함께 각 현안마다 사회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과 위원회를 구성해 열린마음으로 지혜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단 백년대계 수립에 총력

이날 일면 스님이 제시한 주요종책을 살펴보면 △종헌질서 확립과 종단 위상 제고를 위해 종종법연구위를 설치해 중앙종회를 전문화하고 사부대중을 포함한 종단혁신위 구성을 세부방안으로 꼽았다.

△종무행정 교구이관을 통한 교구중심제 실현을 위해서는 교구행정시스템 구축과 교구별 특성화 전력 지원, 말사 주지 인사권의 교구이양, 중앙 종무인력 교구 지원 등을 들었다.

△사찰 재정관리 투명화와 종단 및 교구재정기반 구축으로는 조계종 빅데이터 분석센터 설립과 종단 수익사업 다각화, 사찰운영위 활성화 통한 재정 투명화 실현 등을 제시했다.

△승려복지 종단 의무화 확대 및 내실화로는 승려복지 종단 책임제 명문화, 교구별 승려복지기금 운영지원사찰 지정, 복지재원 확보 경로 다각화, 교구별 승려노후수행관 설치 및 운영 입법화, 출가수행자 중증질환 의료지원 확대 등을, △종단 교육혁신 강화 및 포교종책 다각화 방안으로는 권역별 연수교육 실시 및 교구별 신도시 거점 포교사찰 건립 및 지원확대, 신도 자원봉사센터 설립 등을 꼽았다.

△불교전통 문화 육성과 지원 방안으로는 불교문화재 유네스코 지정 확대 빛 템플스테이 운영사찰 특성화 전략 및 지원 확대, 사찰음식 대중화와 세계화 선도, △종단의 사회적 책임과 공동선 실천을 위해서는 부교시민사회단체 지원 확대와 민족공동체 추진본부 기능 강화, 종단 연구소 역량 강화 등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불교관련 제법령 및 종법 재개정을 통한 종단 발전 방안으로는 총무원장 단임제 구현, 선거법 재정비 및 종단 법령 제개정, 전통사찰 규제법령 중 예외조항 신설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것임을 밝혔다.

일면 스님은 “종단 백년대계가 성공하느냐의 여부는 일불제자의 결연(結緣)에 있음을 명심하고 있다”며 “대중 여러분이 믿고 성원해 주신다면 기꺼이 백척간두에서 온몸을 내던지는 구법정신을 발휘해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일면 스님과 일면스님 선거대책위원회는 13일 오전 10시 부산 해운정사에서 종정 진제 스님을 예방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다음은 종책발표 후 진행된 질의응답 요약이다.

Q: 총무원장에 출마하게 된 동기는 어떻게 되십니까?

일면 스님 : 흔히 불교가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이 상황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 은사 스님이신 명허 스님께서는 일생동안 주지 한번 안하시고 참선하신 분이십니다. 수행에서 엄한 호랑이 스님이셨습니다. 은사 스님께서 저에게 ‘너는 공부 그 정도면 됐으니 참선해서 도인 됐으면 좋겠다’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때 ‘제 생각에 참선해서 도인되는 것도 좋지만 행정에 도인이 되고 싶습니다’고 했습니다. 은사 스님께 밝혔듯 가슴에 불교의 밑거름이 되어 한국불교에 헌신하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Q: 스님이 생각하시는 행정에 달통한 도인이란 무엇입니까?

일면 스님 : 1980년 경에 일본에 처음으로 유학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 유학가게 될 때 은사 스님께 ‘학문도 좋지만 유치원, 복지관, 학교 등의 운영을 배워오겠습니다’고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행정의 도인’은 단순히 사찰 운영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유치원 등 사회에 밀접한 부분까지 깊게 알고 함께 경영 가능한 이입니다.

여러 소임을 살면서 행정의 도인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합리적인 사고라고 느꼈습니다. 합리성이 도출되면 또 이를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도 경청하고, 내 생각에도 이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혼자서 모든 전문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작은 일이라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Q: 종단이 혼란한 상황에서 이번 선거가 치러지게 됐습니다. 스님께서 종단 위상 회복과 강화를 위해 어떤 복안이 있으신지요.

일면 스님 : 그동안 종단은 조용하게 잘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몇 개월만에 종단이 시끄러워졌습니다. 이런 사태에 저 또한 참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부에서는 지탄을 하는 가운데 불교 위상이 많이 실추됐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총무원장이 된다면 모범이 되도록 말과 행동을 하고, 행정과 제반 사항도 사회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차분히 하다보면 위상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다른 후보보다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일면 스님 :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신 분도 하나 하나 훌륭한 분이십니다. 모두 훌륭하고 장점이 많습니다. 굳이 장점을 곱으라면 전부다 아울러 함께 갈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것이 장점이라고 이해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는 그동안 제가 살아온 것을 봐오시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제든지 조언을 해주시면 잘 받아들이고 다듬어서 하겠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총무원장의 권한이 있다면 내려놓고, 어려운 일이 있다면 다 함께 손잡고 가겠습니다.

Q: 총무원장 단임제를 제안하셨습니다.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일면 스님 : 저는 군종특별교구 초대교구장을 하면서 각종 행정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당시 총무원장 지관 스님께서 재임을 권하셨지만 사양했습니다. 그 이유는 한 번의 임기에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군종교구장도 이런 상황인데 총무원장은 어떨까요.

“그 사람 참 잘했다. 욕심 부리지 않고”란 말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제도적 기반을 만들고 싶습니다.

Q: 탱화 도난 건에 대한 논란이 일었습니다.

일면 스님 : 1994년도 종단 개혁 당시 소장파에 법등 스님, 정우 스님, 영담 스님, 원우 스님, 성문 스님, 자승 스님, 그리고 저 등이 있었습니다. 그 때 흥국사 주지를 19개월 동안 임명받지 못했습니다. 억압으로 뒷조사도 많이 받았던 상황입니다. 그 당시 도난사건을 신고할래야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탱화는 불교중앙박물관에 있습니다. 당시 잃어버렸던 책임은 무겁게 느끼고 있습니다. 억측이나 음해로 사실관계에 어긋난 일들이 알려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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