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재가 평등… 공생공존 불교수행 공동체
③ 美 명상센터 현장 - 블루클리프사원

블루클리프 사원임을 알리는 석판과 멀리 보이는 명상홀의 모습. 석판 글씨는 틱낫한 스님이 썼다고 한다. 작은 시골마을 같은 풍경에 생활속 수행 실천이 눈길을 끌었다.

[특집기획]세계는 명상시대, 한국 이 연다

 ① 미국 불교명상의 현재는?

② 美 명상센터 현장 - 젠마운틴사원

 ③ 美 명상센터 현장 - 블루클리프사원

④ 美 명상센터 현장 - 개리슨인스티튜트

⑤ 美 명상센터 현장 - 레이크샤린

⑥ 세계 명상 현주소와 禪명상 방향

⑦ 걸음마 뗀 한국 禪명상 과제는?

⑧ 불교명상 ‘GURU’에게 듣다

 

우리말로 벽암선원(碧巖禪院)인 블루클리프 사원(BlueCliff Monastery)은 베트남 스님이자 평화운동가인 틱낫한 스님이 창안한 미국의 마음챙김연구센터이자 수도원이다.

블루클리프 사원은 뉴욕시에서 2시간 거리의 캣츠킬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7월 15일 젠마운틴사원에서 출발한 답사단은 같은 지역의 블루클리프 사원으로 향했다. 숲길 속으로 난 도로를 통과해 50분 남짓 이동하자 블루클리프 사원이 나타났다.

수평적 승가구조, 젊은 승려 육성
사원 내 소임도 평등하게 배분
구체적 마음챙김 방편 전해
캠핑·통근 등 다양한 방법 ‘인기’

블루클리프 사원은 1997년 비구 스님들의 거주지인 메이플 포레스트 사원이 버몬트 주 우드스탁에 새워졌고, 1998년 비구니 스님들의 거주지인 그린 마운틴 다르마센터가 버몬트 주의 하트랜드에 세워진 이후 2007년 5월 두 사원이 하나로 통합 이전되며 탄생했다.

미국 가정집을 개조한 사원 가옥.

시골 전원 마을의 인상 받아

블루클리프 사원의 첫 인상은 ‘사원이라기 보다는 작은 마을 같다’는 것이었다. 식당 건물은 영락없는 미국식 타운하우스였다.

주변 환경 또한 일반적인 미국 가정집과 비슷했다. 그도 그럴 것이, 블루클리프 사원은 미국 내 다른 대부분의 명상센터, 선사원과 같이 1939년부터 운영 중인 가족 소유의 별장을 인수해, 개조하며 탄생했다. 입구의 건물 또한 ‘블루클리프’란 플래카드가 없으면 사원의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답사단은 길을 사이에 두고 명상홀이 위치한 곳으로 향했다. 양측에는 숲이 우거져 있고, 숲속에는 수행하는 부처님 상이 모셔져 있어 비로소 사원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밖에도 군데군데 부처님 상이 모셔져 있었다. 정작 명상홀 내에는 작은 부처님상이 모셔져 한국불교의 사찰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들에게 거대한 부처님상은 필요치 않아보였다. 오히려 자연 속에서 수행하는 부처님 상이 더욱 크게 조성된 것으로 봐서는 생활 속 수행을 강조하는 것이 드러났다.

블루클리프 사원의 수행자들은 처음 방문한 이들에게 ‘Welcome home’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작은 마을에서의 동네 사람들, 혹은 한 가족처럼 지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들에게 블루클리프 사원은 집과 같았다. 해먹에 누워 자연스럽게 책을 보는 사람, 잔디를 깎는 스님, 요리를 준비하는 할머니와 이를 돕는 스님들의 모습이 이채로웠다.

여기서 수행자들은 서로를 형제로 부르고, 일할 때나 이동할 때나 마음챙김 수행을 한다고 들었다. 스님들은 손수 공양에 쓰는 야채밭을 가꾸고 조심히 삽질을 하며 마음챙김 수행을 한다. 수행을 위해 찾는 이들이 많으면 명상센터가 아닌 더욱 더 시골 마을과도 같아진다.

답사단의 방문 당시 틱낫한 스님이 머물렀던 숙소를 방문했다. 1층에는 이미 다른 수행자가 머물고 있었다. 반바지 차림으로 무더위를 피해 그늘에서 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웨삭데이에 법회를 보는 블루클리프 사원 불자들.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 미국에서

이번에 답사가 진행된 블루클리프 사원은 틱낫한 스님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곳이다.

틱낫한 스님은 세계 4대 생불로 꼽히는 선지식으로 베트남전 당시 세계를 돌며 반전 연설과 법회를 열었다. 1973년 프랑스로 장기 망명 후 1982년 플럼빌리지를 창설하며 세계인들에게 마음수행을 본격적으로 전파했다.

틱낫한 스님이 설립한 접현종(Order of Interbeing)은 전통적인 수직구조의 위계보다 평등한 수평구조의 소통체계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출가자와 재가자가 모두 함께 수행하며, 비구 스님과 비구니 스님의 위상에도 차이가 없다. 주지직도 직분을 나타낼 뿐으로 청소 및 장보기 등 사원 소임 중 하나를 맡게 된다.

틱낫한 스님은 14개 지침으로 대중들을 이끈다. 이 14개 지침은 크게 개방성, 견해에 집착치 않음, 사고의 자유, 고통을 알아차림, 단순하고 건강한 삶, 화 다스리기, 이 순간 행복하게 살아가기, 공동체와 의사소통, 진실되고 사랑이 가득한 말하기, 승가공동체의 보호, 바른 생계활동, 생명에 대한 경의, 관용, 바른 행위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플럼빌리지를 비롯해 블루클리프 등 공동체에서는 30가지 수행법을 전하고 있다. 현재의 지식이 변치 않는 절대적인 진리라 생각지 말고, 끊임없이 공부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답사단이 8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명상홀을 둘러보고 있다. 작은 불상과 불단이 없는 구조에서 수행중심·수평적 구조를 느낄 수 있었다.

마음챙김의 ‘생활화’ 눈길

블루클리프 사원에서는 종을 많이 사용한다. 안거기간 중에는 15분 간격으로 종이 울린다. 종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은 각자 하던 일을 멈추고 지금이라는 순간으로 돌아온다.

종소리뿐만 아니라 전화벨이 울릴 때도 마찬가지다. 전화벨이 울리면 바로 받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고 호흡에 마음을 집중한다. 벨이 3번 울리면 전화를 받는다. 브루클리프 사원에서는 ‘빨리 빨리’ 등 재촉이 없다.

블루클리프 사원 측에서는 ‘마음챙김(Mindful-ness)은 현재의 순간을 인식하고 깨어있는 에너지’라고 설명했다. 접시를 씻거나 차를 운전하거나, 심지어 샤워를 하면서도 마음을 돌아보고 몸과 마음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사원에서는 25개의 생활 속 수행방편을 제시하고 있다. △함께 살기 △종소리에 마음챙기기 △숨쉬기 △일어나기 △좌선 △함께 식사하기 △쉬기 △몸으로 실천하기 △깨달음을 공유하기 △일하며 명상하기 △부엌일하기 △묵언하기 △홀로 수행하기 △지구를 만지기 △게송을 읊기 △새롭게 시작하기 △깊은 집중하기 △하루는 게으르게 보내기 △다른 사람의 깨달음 경청하기 △차 마시며 명상하기 △화를 돌보기 등이다. 구체적인 설명도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전하고 있다. 개별 상황마다 마음챙김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하기에 쉽게 따라 할 수 있었다.

블루클리프 사원을 처음 찾는 이들은 하루에 묵언을 몇 시간 씩 실천하고 특히 한 마디 말도 없이 묵언하며 식사하는 것에 당황하곤 한다고 말한다.

이는 마음챙김 공양(Mindful Eating)으로 음식을 먹을 때 허기와 식욕을 채우기 위해 먹기 보다는 입안의 음식의 감각을 느끼고, 우리 몸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을 살피는 것이다.

틱낫한 스님은 사과를 먹을 때는 사과를 먹고 있음을 충분히 자각하고, 오직 사과만을 생각해보라고 한다. 여러 가지 삶의 잡념을 버리고 사과에만 집중해보라는 것이다. 사과를 씹을 때 생각을 옮겨 사과가 있던 자리, 사과를 키운 농부의 손길, 그리고 사과나무가 뿌리를 내린 흙, 이와 연결된 햇빛과 바람, 대자연까지 생각해본다.

“식사 시간이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식당을 향한다. 고요한 식당에서 먹을 만큼 음식을 그릇에 담는다. 식탁에 앉는다. 세 번의 종소리가 울린다. 약 20분 동안 말없이 고요히 먹는다. 몸과 마음의 양분이 될 음식을 온전히 느낀다. 두 번의 종소리가 울리면, 동료들과 대화를 하거나 필요하다면 음식을 더 가져와 먹거나 식사를 마친다.”

위는 〈뉴욕타임즈〉가 묘사한 마음챙김 공양이다. 블루클리프 사원에서의 수행은 미국 사회에서의 주목을 받았다.

〈뉴욕타임즈〉는 블루클리프 사원의 마음챙김 공양을 특집기사로 다루며 불교의 사찰음식 뿐만 아니라 음식을 불교적으로 어떻게 먹느냐가 또 하나의 마음수행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여기에 블루클리프 사원은 인터넷을 통해서는 생활 속에서 마음챙김을 할 수 있는 게송을 제공하고 있다. 앞서 생활 속 수행 방편으로 제시된 ‘일어나기’의 경우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나는 미소 짓는다. 24시간의 새로운 시간들이 내 앞에 있다. 나는 매순간마다 완전히 살며 자비의 눈으로 모든 존재를 바라보겠다고 서원한다’ 등이다.

매주 두차례 열리는 다르마토크 모습.

모든 일은 출재가 구분없이 한다

블루클리프 사원에서는 철저히 출재가의 구분없이 일하며 운영함을 알 수 있었다. 답사단의 방문에서도 한 스님은 텃밭을 가꾸고 있었고, 또 다른 수행자는 잔디밭에 물을 주고 있었다.

블루클리프 사원의 경우 4시 기공운동을 시작으로 5시 좌선 및 예불, 경행, 아침 7시 30분 공양 이후 그룹 수행과 법문, 토론 등이 이어진다.

블루클리프 사원은 일반적으로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 일주일에 두번 법회를 연다. 오전 9시 30분 시작되는 법회서는 상주하는 스님들의 법문을 듣거나 틱낫한 스님의 법문 영상을 보기도 한다. 목요일 10시 30분에는 다르마토크가 진행되며, 점심 공양 후 오후 1시 30분에는 서점에서의 독서 시간도 배정된다. 오후 3시부터는 다르마 공유 및 워크숍 등이 열린다. 일요일에는 12시 다섯 가지 마음가짐에 대한 교육도 진행된다.

승가에서의 위계 또한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블루클리프 사원에는 현재 12명의 비구 스님, 19명의 비구니 스님 등이 수행을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20~30대 초반으로 우리나라 출가자의 고령화와는 큰 차이가 있다. 5년간 승가교육을 받으면 계를 받고 법랍과 상관없이 대중 앞에서 법문을 하고 명상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블루클리프 사원을 비롯한 접현종은 이를 통해 비교적 젊은 스님들이 다른 지역에서 혼자서도 수행공동체를 이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메인 건물인 명상홀 전경.

재정 대부분 기부로 충당

블루클리프 사원의 경우 앞선 젠마운틴 사원을 비롯한 미국의 많은 사원들이 숙식을 포함해 1박당 250~300달러의 비용을 받는 것에 비하면 비교적 낮은 금액인 60~110달러의 비용(기숙사)을 받고 있다. 재밌는 점은 캠핑도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한국불교로 바꿔 보자면, 사찰 앞에 텐트를 치고 숙식을 하며 사찰에서 수행을 하는 격이다.

캠핑을 하거나 통근을 하는 경우 40~80달러의 비용을 받고 있었고, 여기에 65세 이상의 어르신이나 아동의 경우 나이에 따라 50%, 혹은 무료로 입방이 가능했다. 비교적 낮은 금액을 받기에 대부분의 재정을 기부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 센터에서 프랑스 플럼빌리지까지 기부를 할 수 있게 해 놨다.

블루클리프 사원의 경우 대부분의 건물이 가정집을 개조하여 만들어졌지만 2008년 지어진 명상홀은 그나마 불교적 색채가 드러나는 곳이었다.

최대 800명이 수용가능한 명상홀은 나무의 결을 살린 디자인이 돋보였다. 블루클리프 사원이 자리한 캣츠킬 지역은 다양한 나라의 불교 사원들이 밀집한 곳으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곳으로 아름답고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나무의 질감을 살리니 마치 숲속에 있는 듯했다. 홀 가운데 앉으니 저절로 마음이 차분해졌다. 블루클리프 사원 측은 현재는 여러 주거시설이 개조되고 겨울철에는 휠체어로 이동 가능한 객실과 새로운 식당 및 공동 구역을 추가하기 위한 불사가 한창이라고 전했다.

사상이 생활 속으로 체화된 곳

틱낫한 스님의 사상은 ‘지금 여기에서’로 볼 수 있다, 틱낫한 스님은 지금 현재의 순간의 경이에 만족하며 마음의 평화를 살펴보라고 말한다. 블루클리프 사원은 이러한 사상을 가장 잘 전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었다.

틱낫한 스님은 미국 사회에서 물질적 풍요 속에 심화된 인간 소외, 내면의 빈곤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조금은 느리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는 삶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이루고 충만함을 이룰 수 있게 했다.

한국불교계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아직 세계적인 명성은 얻지 못하지만 지역주민과 함께 공생공존하는 불교 수행 공동체가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생활 속에서 순간순간 마음공부를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점은 아직 부족하다. 직장인, 가정주부 등 다양한 생활의 현장에서 잠시 마음챙김을 할 수 있는 그러한 수행의 변화가 일기를 기대하며 블루클리프 사원의 문을 나섰다.

법회를 하는 블루클리프 스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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