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소리 들으려던 시절이 있었다
하늘의 소리 들으려던 시절이 있었다
  • 박재완 기자
  • 승인 2018.09.08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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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미(尾), 하늘의 소리를 듣다’
국립부여박물관 특별전 9.18~12.2
백제·신라 치미 한 자리에
분황사 치미 첫 실물 공개
국제학술심포지엄도 개최 10.19

치미(尾)를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부여박물관(관장 윤형원)은 부여군ㆍ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와 함께 9월 18일부터 12월 2일까지 특별전 ‘치미, 하늘의 소리를 듣다’를 개최한다.

치미는 사찰과 궁궐 등 우리 전통 목조건축의 지붕 용마루 양 끝을 장식하는 망새의 여러 형태 중 하나로, 건축물의 위엄을 높이기 위한 장식의 의미와 함께 길상(吉祥)과 벽사(邪)를 위한 주술적 의미가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동양의 옛 목조건축에서 볼 수 있는 망새는 치미를 비롯하여 용두, 용미, 치문 등 나라와 시대별로 여러 가지 이름과 형태를 띠고 있다. ‘솔개의 꼬리’라는 뜻의 치미는 백제와 신라 등 우리나라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망새다. 여러 형상 중 새(鳥)의 형상을 빌린 것은 하늘과 땅을 오갈 수 있는 새를 통해 하늘의 소리를 듣고 지상의 뜻을 하늘에 전해 길상과 벽사를 도모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길상이나 벽사를 위해서는 하늘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담고 있는 치미의 조명이라는 점에서 전시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은 현존하는 치미 중 가장 오래된 부여 왕흥사지 치미(6세기 후반 제작)의 복원을 계기로 치미를 통해 백제의 문화와 동시대의 삼국 문화 등 우리 문화를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고자 마련됐으며, 현재까지 발굴된 완전한 모양의 백제시대 치미를 비롯하여 신라 시대 치미를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은 전시회다.

이번 전시에서는 14점의 치미와 관련 유물 28점 등 총 42점이 전시되는데, 2013~2014년 발굴되고 복원작업을 거쳐 2016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처음 전시됐던 부여 왕흥사지 치미를 비롯해 익산 미륵사지 치미, 부여 금강사지 치미, 부여 부소산 절터 치미 등 백제 치미와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황룡사’를 통해 선보인 바 있는 높이 182cm, 너비 105cm의 우리나라 현존 최대 치미인 경주 황룡사지 치미, 경주 분황사지 치미, 경주 인왕동 절터 치미 등 신라의 치미가 함께 전시된다. 이 중 경주 분황사 치미는 처음으로 실물이 공개되는 것이며, 최근 들어 복원된 후삼국시대 원주 법천사지 치미도 선보이는 자리여서 기대감을 더한다.

치미는 주로 점토로 만들어졌으며 용마루에 얹을 수 있도록 하단부 중앙에 적새와 연결하는 반원형 또는 방형의 홈이 가로로 패어 있어 고정시킬 수 있게 되어있다. 백제의 치미는 부여 천도 이후 많은 수량이 제작되고 유행했으며, 아스카문화에 영향을 주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왕흥사지 치미는 신라 황룡사지 치미와 일본 오사카 시텐노지(四天王寺) 치미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구려의 치미는 4~5세기경의 고분벽화에 나타난 궁궐의 건물에서 그 흔적이 나타나 있고, 평양 부근의 절터나 궁궐에서 조금씩 출토되고 있으나 소수에 불과하다.

신라의 치미는 황룡사지 치미가 대표적으로, 양 측면과 뒷면에 손으로 빚은 연꽃과 사람 얼굴의 무늬가 번갈아 보이는데, 그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조립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

특별전은 세계유산 등재 이후 한층 고조된 백제역사유적지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바탕으로, 오는 9월 14일부터 9월 22일까지 열리는 ‘백제문화제’를 찾는 관람객들에게도 유익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부여박물관은 특별전과 함께 10월 19일에 ‘동아시아의 치미’라는 주제로 국제학술심포지엄을 사비마루에서 개최한다. 한국ㆍ중국ㆍ일본ㆍ베트남의 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각국의 치미연구를 비교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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