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신영 책임연구원, 9월 1일 불영사 학술대회서

불영사 소장 ‘국기(國忌)’ 현판. 태종부터 현종까지 왕과 왕비 이름과 기일, 능이름이 기록돼 있다. 이는 불영사와 조선왕실의 긴밀한 관계를 알 수 있다.

의상 대사가 창건한 천축산 불영사가 조선시대 왕실의 발원 기도 도량이었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손신영 한국미술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9월 1일 ‘울진 불영사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주제로 열린 불영사 주최 제2회 학술대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손 연구원은 불영사에만 존재하고 있는 창건주를 기리는 전각인 ‘의상전’을 연구·분석한 ‘울진 불영사 의상전 연구’를 발표하며 조선왕실과의 관계를 함께 조명했다.

의상전 분석 과정에서
왕실과의 관계 조명해
동불연과 MOU체결도


실제 의상전은 2001년 해체수리 당시 발견된 상량문에서 1867년 인현왕후의 원당으로 창건된 전각임이 확인됐다. 하지만 17세기 후반 인물인 인현왕후의 원당이 왜 19세기에 지어졌는지, 왕실 인사의 원당이 의상전이 된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석은 나오지 못했다.

손 연구원이 주목한 것은 불영사와 조선왕실과의 긴밀했던 관계였다. 그는 △국기(國忌) △불영사 명부전 존상 조성 발원문(1688) △산신도 복장 발원문(1880) △응진전 복장 중 대중원문(大衆願文, 1906) △대한국강원도울진군천축산불영사중수기(大韓國江原道蔚珍郡天竺山佛影寺重修記, 1906) △아미타회상도 화기(1906)를 사례로 들었다.

특히 왕실 제사 일정을 기록한 ‘국기’는 이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불영사의 ‘국기’ 현판에는 태종~현종까지 역대 왕과 왕비의 이름이 적혀있고, 기일과 능이름이 수록돼 있다.

손 연구원은 “‘국기’현판은 강원도 신흥사와 삼척 영은사에 전해진다”면서 “이 현판의 존재는 왕실 관계 사찰임을 입증하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손신영 한국미술사연구소 책임연구원이 9월 1일 제2회 불영사 학술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또한 명부전 존상 조성 발원문에는 왕의 내전에서 거주하는 송씨·이씨·박씨 상궁들이 발원해 왕실을 축원하며 복을 기원하고 있어 1680년대 불영사에서는 왕실발원불사가 이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06년 불사를 보여주는 응진전 대중원문, 중수기, 화기를 통해서도 불영사가 새롭게 단장되는 대규모 불사가 왕실발원으로 이뤄졌다는 게 손 연구원의 설명이다.

손 연구원은 “1681년과 1688년 불사는 왕실의 기대를 담아 이룩된 불사”라면서 “불영사는 왕실 공식 원찰은 아니었지만 숙종과 고종 연간에 왕실 발원 기도를 봉행하던 사찰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상전에 대해서는 “현존하는 의상전은 1867년 인현왕후 원당으로 창건됐으나 1906년 이전에 이미 그 기능을 상실했고, 이후에는 조사전으로 칭해지다가 20세기 들어 불영사의 전통에 따라 의상전이라 명명하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의상의 화엄사상이 구현된 불영사의 지형과 공간(김규순 대한풍수연구원장) △17세기 후반 울진 불영사 불교조각 연구(최선일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울진 불영사 목조각품의 수종과 연륜연대(김요정 충북대 목재연륜소재은행 책임연구원) △19세기 불영사와 불화 불사(김미경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등이 발표됐다.

한편, 불영사는 학술대회에 앞서 행사를 주관한 동북아불교미술연구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사찰 문화재 연구 등에 대한 상호협력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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