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쟁논법·들뢰즈 철학 비교, 삼계교 사상 등 ‘주목’

2018년 가을학기에 동국대 등에서 14명의 불교학 박사가 배출됐다. 이들 가을학기 박사 학위자들의 박사 논문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중국 삼계교의 실천사상은

박부자 박사(동국대 불교학과)는 ‘삼계교(三階敎)의 실천수행사상 연구’를 주제로 한 학위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계교는 중국 남북조시대 후기부터 수대에 걸쳐 활동했던 신행선사(540~591)에 의해 개창된 불교 종파다. 개창 이후 약 400년 동안 활동했다.

개창 당시를 말법시대로 본 신행 선사가 개창한 삼계교 사상의 중심은 보경(普敬)·인악(認惡)에 있다. 보경은 누구나 부처이기 때문에 공경해야 한다는 것이며, 익악은 자신의 악함을 철저히 반성하는 데 있다.

박부자 박사는 “두 가지 행동을 동시에 실천해야 하는 것이 삼계교를 개창한 신행의 실천론의 특징”이라며 “보경과 인악을 실천해야 하는 이유는 제3계 중생이 성불할 수 있는 유일의 길이기 때문”라고 강조했다.

장수자선 <필삭기> 해석적 특징

김혜원 박사(동국대 불교학과)는 ‘장수자선(長水子璿)의 대승기신론소필삭기(大乘起信論疏筆削記) 연구- 삼세육추(三細六) 해석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장수자선의 <대승기신론소필삭기>는 <대승기신론>의 주석서로, 1030년경에 석벽전오(石壁傳奧)의 <대기신론수소기>를 재편집하고 보충한 문헌이다.

김혜원 박사는 <필삭기>에 나타난 해석적 특징에 주목하고 삼세육추의 주석에서 자선의 주석적 특징을 살폈다.

김혜원 박사는  “<필삭기>의 삼세육추 주석과 비교검토했을 때, 자선 해석의 특징은 ‘몽유(夢喩)를 통한 삼세의 이해’에 있다”면서 “자선의 몽유를 통한 삼세 해석과 이와 같은 분석 방식은 그의 다른 주석서인 <간정기>와 <의소주경>의 몽유 관련 기술과도 연관이 있을 뿐 아니라 이후 첩요·열망소·청집기의 삼세육추 해석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불교 의식의 기원과 발전 고찰

이용애 박사(동국대 미술사학과)는 ‘한국불교 재의식의 설행양상과 불화’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용애 박사는 논문에서 불교의식의 기원과 성립, 재의식 설행 양상 등을 분석했으며, 의례에 사용되는 불화에 대해서도 고찰했다.

수륙재, 영산재, 시왕각배재, 생전예수재 등 의식을 분석한 이용애 박사는 불교 재의식은 본래 목적과 다르게 변화하면서 영가천도를 가장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도량장엄은 불교 의례 예술의 백미로서 시각적 효과와 모인 대중의 마음을 하나로 응집시키는 힘이 있음을 파악했다.

그러면서 “불교의식과 장엄의 경우 이를 행함에 있어 의식을 더 의식답고 장엄하게 해야만 하고 더욱 법답게 흐트러짐 없는 진행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한 교리나 사상을 전해줌과 동시에 신심을 고양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효 화쟁 논법 구조와 특성

김태수 박사(서울대 철학과)는 ‘원효 화쟁논법 연구-사구(四句) 논리를 중심으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자는 원효가 화쟁 관련 저술에서 활용한 사구논리의 특성을 분석하고 화쟁 논법의 구조와 그 철학적 특성을 검토했다.

특히 현대 철학과 대비한 화쟁론 분석은 눈길을 끈다. 김태수 박사는 일심이나 불설 등에 의거해 모순되는 입장을 화쟁한다는 점에서 변증법적 방법론과 흡사한 요소가 있지만, 변증법과 달리 본체나 단계를 상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문제로부터 분화된 각 부문을 종합해서 공통의 의미를 산출한 해법로서의 화쟁이, 잠재성으로서의 이념인 일심과 같은 문제 안에 함축돼 있다는 점에서 들뢰즈의 새로운 변증법 모델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효 화쟁논법을 공통의 근원에 의거하지만, 불일로서의 차이에 의거해 불이로서의 공통적 의미를 순환시키는 열린 형식의 변증법 내지 의미생성론으로 그 철학적 함의를 진단했다.

또한 사구의 불일불이 중 불이로서의 일심을 절대적 일심으로 보는 동일성의 철학이 아님을 짚어낸 논자는 쟁점을 바라보는 각각의 시각과 태도의 차이를 존중하는 불일에 의거한 불이론으로 분석했다. 또한 이는 들뢰즈의 후기 구조주의나 현상학과도 상통점이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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