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선종사원의 규율-추방과 벌칙

四重罪… 승적 박탈 추방
僧殘罪… 묵빈, 참회 기회

 

1. 살(殺)·도(盜)·음(淫)·망(妄)을 범하면 추방

당송시대 선종사원에서는 율장에 의거하여 ‘4바라이죄(四波羅夷罪, 極惡의 의미)’ 즉 ‘사중죄(四重罪)’를 범하면 승려의 자격을 박탈하고 승단에서 추방했다. 오늘날 멸빈과 같다. 승려로서의 생명(자격)이 박탈되고 생명이 단절되었기 때문에 ‘단두(斷頭, 목을 끊음)’라고 한다. 사회법으로 말하면 사형과 같은 것이다.

중국 당송시대 선종사원에서는 화합을 크게 해치는 자, 범죄자, 도첩이 없는 가짜승, 사바라이죄에 해당하는 불살생(不殺生)ㆍ불투도(不偸盜)ㆍ불사음(不邪淫)ㆍ불망어(不妄語) 등 중요한 계율을 범할 경우 대중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승복을 벗기고 곤장을 쳐서 추방했다.

장로종색의 〈선원청규〉(1103년) 10권(부록) ‘백장규승송(百丈規繩頌)’에는 추방 방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혹 규칙을 범하는 자가 있으면 모름지기 대중 앞에서 주장자(杖子)로 치도록 하라. 가사와 발우 등 도구(道具) 일체를 빼앗아서 불태워 버리고 편문(偏門, 쪽문)으로 내보내라. 이것은 치욕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것이다.

중계(重戒, 四重罪 : 殺盜妄 사바라이)를 범하면 의발(衣鉢)을 불태워 버리고, 대중을 집합시켜라. 포박하여 대중들이 보는 앞에서 산등(山藤, 칡나무 매질)으로 매질하라. 산등으로 치는 것은 오로지 치욕을 드러나게 함이니, 구빈(驅, 곤장으로 쳐서 축출함)하여 편문(偏門)으로 내보내라.”(〈선원청규〉 10권, ‘百丈規繩頌’. “或有所犯, 須集衆, 以杖杖之. 焚燒道具, 逐從偏門而出者, 示恥辱也. 犯重焚衣, 應當集衆人, 山藤聊示恥, 驅出偏門.”(신찬속장경 63권, p.550c)

범계자(犯戒者)를 추방할 때는 그 방법이 매우 치욕적이다. 공개적으로 옷을 벗기고 곤장을 쳐서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했는데, 추방을 당하여 나갈 때도 정문인 산문을 이용할 수가 없다. 편문(偏門) 즉 쪽문으로 나가야 한다. 산문은 선종사원의 정문으로서 승려의 자격을 갖춘 사람만 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편문(偏門)은 추방당하는 자에게는 ‘모멸의 문’이요, ‘치욕의 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 후속적인 조치로서 범계(犯戒)한 사실과 법명, 이름, 사자(師資, 스승의 이름) 관계 등 인적사항을 적어서 여러 사찰에 통문을 보내어 알린다. 통문을 받은 사찰로서는 객승들을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중죄를 범하여 멸빈 결정을 받고 해당 사원애서 추방을 당하면 다른 사찰에 가서 살 수도 없다. 불교 승가에서는 완전히 사장(死藏)된다. 환속하여 살 수 밖에 없다.

그림, 김흥인

 

사바라이 다음으로 중요한 죄는 승잔죄(僧殘罪)이다. ‘승잔(僧殘)’이란 추방하지는 않고 승단에 남겨 둔다는 뜻으로 바라이보다는 가벼운 죄다. 승잔(僧殘)에는 약 13~16가지 정도가 있는데 이 죄를 범하면 묵빈() 벌칙을 내린다. 묵빈이란 ‘침묵으로 빈척하다’는 뜻인데, 대중 모두가 일정 기간 동안 그 사람과 일체 왕래도 말도 하지 않는다. 그가 말을 걸어 와도 대중 모두가 침묵으로 일관하는데, 요즘말로 하면 ‘왕따’시킨다고 할 수 있다. 얼마동안 왕따를 시켜서 스스로 반성하게 하는 것인데, 참회·반성하지 않으면 그 역시 추방시켜 버린다. 중국 선종사원에서는 묵빈 대신 곤장을 쳤는데, 곤장을 치는 것은 인도에도 있었지만 중국적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선종사원의 규칙과 벌칙 등에 대하여 규정해 놓은 것이 ‘청규(淸規)’이다. 그러나 청규에는 추방이나 벌칙에 대하여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곳은 없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청규인 장로종색의 〈선원청규〉에는 별도의 항목은 없고, ‘소참(小參)’ 편과 규율 담당인 ‘유나(維那)’ 편, 그리고 부록으로 첨부되어 있는 ‘백장규승송’ 등에 산발적으로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그 밖에 〈총림교정청규총요(함순청규)〉ㆍ〈입중수지〉ㆍ〈선림비용청규〉 등에도 벌칙에 대한 별도의 항목은 없다. 다만 〈칙수백장청규〉에는 ‘숙중(肅衆)’ 편을 두어서 추방과 벌칙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그 역시 개략적이다. 이것은 〈사분율〉ㆍ〈범망경보살계본〉 등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추방을 〈칙수백장청규〉 등에서는 ‘빈출(出, 물리쳐 내쫓음)’, ‘빈벌(罰, 축출 벌칙)’, ‘삭적(削籍, 승적에서 삭제함)’, ‘멸빈(滅)’, ‘구빈(驅, 내몰아쫓음)’, ‘출원(出院, 선원에서 축출함)’ 등 여러 가지로 표현하고 있다. 또 곤장으로 쳐서 내쫓는다고 하여 ‘추빈()’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옛적에는 ‘체탈도첩(奪度牒, 도첩을 빼앗아 버림)’ 또는 ‘산문출송(山門黜送, 절에서 내쫓다)’이라고 했다. 도첩은 국가에서 인정하는 출가허락장, 공인장(公認狀)으로 승려증이나 마찬가지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도첩이 있으면 군정(軍丁)을 비롯하여 각종 세금을 면제받기 때문에 국가에서 남발하거나 몰래 매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것이 훗날 크게 문제가 되어 사회적인 혼란을 야기한 경우도 있었다. 도첩제도는 중국에서는 당대(唐代)부터 시작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말부터 시작되었다.

조선 때에는 억불책(抑佛策)의 하나로 이 제도를 강화하였고, 1911년 조선사찰령(朝鮮寺刹令) 〈사찰령시행규칙(寺刹令施行規則)〉에 의하여 관청에서 발급하던 것을 31본산(本山) 주지가 직접 발부하게 되었다. 지금은 국가에서 발행하는 도첩제도는 없어졌고 각 종단에서 발행하는 승려증으로 대체되었다.

산문출송은 대중들이 보는 앞에서 승복을 벗기고 속복을 입혀서 일주문 밖으로 추방하는 것을 가리킨다. 일제시대 때에는 ‘명고축출(鳴鼓逐出)’이라고 하여 당사자의 등(背)에 북을 지워서 마을 밖까지 북을 두드리면서 내쫓는 경우도 있었다.

〈칙수백장청규〉 주지 〈숙중(肅衆)〉 편에는 사바라이죄 외에도 “신분을 사칭하고 들어와서 소란을 일으킨 자는 추방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혹 신분을 사칭[假號, 가짜 승려]하고 외모를 가장[竊形, 승복을 입고서]하여 대중 속에 섞여서 소란[喧擾]을 일으키는 자가 있으면 유나는 마땅히 당사자를 검거하여 입방명단에서 삭제하고 선원에서 축출해야 한다. 청중(淸衆)의 평안(平安)을 존중하기 위해서이다. 혹 범(犯, 犯戒, 규율 위반 등)한 일이 있으면 주장으로 곤장을 치고 대중을 모아 의발과 도구를 불태우고, 편문(偏門, 쪽문)으로 내보내라. 이것은 치욕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이 규정에는 네 가지 이익이 있다. 첫째는 대중들을 오염으로부터 막고 공경과 신뢰를 위함이고, 두 번째는 승적에서 추방하고 부처님 제도를 지키기 위함이고, 셋째는 이로 인하여 공문(公門, 관아)을 시끄럽게 하는 것을 막고 옥송(獄訟)을 덜게 하기 위함이고, 넷째는 총림의 추한 일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칙수백장청규〉, 주지 ‘肅衆篇’. “有或假號竊邢混于衆, 別致喧撓之事, 當維那, 抽下本位掛搭, 令出院者, 貴安衆也. 或彼有所犯, 以杖杖之, 集衆燒衣鉢道具. 遣逐偏門而出者, 示치辱也. 詳此一條制有四益. 一不衆生, 恭敬故. 二不僧形, 循佛制故. 三不擾公門, 省獄訟故. 四不泄於外,護宗綱故.” (대정장 48권, p.1121e).

장로종색의 〈선원청규〉 10권 〈백장규승송〉에는 사바라이 외에 몇 가지를 더 열거하고 있다. 즉 주색(酒色)을 한 자, 싸움(鬪爭)한 자, 규율을 문란하게 한 자(汚衆), 소란(喧亂者) 등을 범한 자, 시비를 일으켜서 화합을 깨뜨린 자는 추방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중 가운데 혹 남의 물건을 훔친 자나 주색(酒色)질을 하는 자나 투쟁(鬪爭, 싸움질을 하는 자), 오중(汚衆, 규율을 문란하게 한자), 훤란(喧亂, 총림을 시끄럽게 한 자) 등 계율을 지키지 않은 자가 있으면 대중을 모아 놓고 축출ㆍ퇴원(退院, 추방)시켜라. 재물을 도둑질하고 투쟁하며 술과 여색을 가까이하여 승가의 규율을 더럽히면 속히 추방하여 대중으로부터 떠나게 하라. 머물게 하면 대중을 부패하게 하리라.”(장로종색, 〈선원청규〉 10권, ‘百丈規繩頌’. “一聖衆內, 或有盜竊酒色及諍衆喧亂不律等事, 皆集衆棄逐出院. 不從聞公, 盜財 諍, 酒色僧倫, 速遣離衆, 容留敗群.” 신찬속장경 63권, p.552b).

또 가짜 승려도 추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혹은 신분을 사칭(假號)하고, 외모를 가장(竊形)하여 청중 속에 섞이며, 훤요(喧擾, 소란이나 문제를 야기하는 것)하는 일이 있으면, 유나(維那)는 해당 승려의 자리와 소지품을 점검하여 선원에서 내쫓으라. (……) 떠나가서는 머리를 돌리지 말라(가짜승은 다시는 입산하지 말라는 것).

또 시비(是非)를 일으켜서 화합을 깨뜨리는 자는 추방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총림의 청중(淸衆, 대중)은 주지가 산문을 장악(掌握, 사중의 일을 집행하는 것이)함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대중을 따라 일을 하고 아침과 점심 공양 외에 마땅히 스스로 자기 자신을 살펴서 저마다 분업(分業, 맡은 소임)을 지키며 덕을 쌓고 도(道)를 융성하게 하여 총림을 빛나게 하여야 한다. 자기 일이 아닌데 간섭하며 함부로 일을 만들며, 시비(是非)를 부채질하여 대중을 어지럽혀서 안정을 해치는 자는 총림의 규칙에 의하여 처리하라.”

추방이나 축출을 집행할 때는 규율 담당자인 유나가 총 지휘, 담당하는데, 일방적으로 축출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범법(犯法), 범계(犯戒) 사실이 드러나면 유나는 그 사실을 먼저 주지에게 보고하고, 그런 다음 대중들을 동원하여 당사자를 검거한다. 증인이 있고 당사자를 조사하여 범죄 사실이 틀림없으면 모든 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승복을 벗기고 곤장을 친다. 그리고 가사와 발우 등 도구 일체를 불태워 버리고 산문 밖으로 축출한다.

추방할 때는 도첩은 물론이고 수계첩과 면정유(免丁由, 부역, 병력, 세금 면제증) 등 증명서를 모두 압수한다. 따라서 그에게 주어졌던 부역, 병역 등 특혜도 멸빈과 동시에 박탈한다. 만일 축출된 후에 승복을 입고 다니다가 관아의 나졸들에게 검문당하면 그대로 포박하여 곤장을 쳐서 노역장으로 보낸다.

모든 대중들이 지켜보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곤장을 쳐서 추방하는 이유는 당사자에게 심각한 모멸감을 주어서 다시는 총림 부근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한 사람으로 인하여 총림 전체가 흔들리거나 오염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든 중죄(重罪)를 지으면 이런 식으로 추방당하게 된다는 경고의 의미도 있다.

2. 경범죄에 대한 벌칙

사바라이나 승잔이 아니고 가벼운 계율을 범한 경범(輕犯)이 있다. 소소한 규칙이나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내리는 벌칙이다.

경범죄에 대한 벌칙은 벌전(罰錢)·벌향(罰香)·벌유(罰油)·벌차(罰茶)·108참회 등이 있다. 벌전(罰錢)은 오늘날로 말하면 벌금형인데, 구체적으로 얼마의 벌금을 물었는지는 알 수 없다. 벌향(罰香)은 불전(佛殿)에 올리는 향(香) 대금을 내는 벌칙이다. 벌유(罰油)는 불전(佛殿)이나 장명등을 밝히는 등유(燈油) 대금을 내는 벌칙이다. 벌차(罰茶)는 대중들이 마시는 차를 사는 대금을 내는 벌칙이다. 벌전·벌향·벌유·벌차의 벌금 액수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매우 재치 있는 처리 방법이다. 그리고 소소한 계를 범했을 때 108번 참회를 시키는 벌칙이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하는 참회 방식이다. 좋은 참회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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