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간다

오늘 하루도 지나간다. 길겠구나 싶었는데 어느새 신을 벗고, 몸은 고단하게 내려앉는다. 끼니마다 수저를 들고, 어제 한 근심 다시 펴고, 풍경(風磬)소리 몇 번, 바람소리 몇 번에 하루가 또 간다. 이루지 못한 것들과 그리운 것들이 두 눈을 감게 하고, 반야심경, 화엄경, 금강경도 어쩌지 못한 하루가 또 간다. 한 줄 독경보다 짧은 하루가 또 지나간다. 난리 같았던 이 여름도 다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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