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물은 얼마나 마셔야 좋을까?

하루에 물을 얼마나 마시는 것이 좋을까? 많은 사람들이 8잔의 물을 마셔야 된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은데, 과연 물 섭취량에 대하여 동서의학의 견해는 어떨까?

서양의학에서는 하루 8잔의 물을 권하지 않았다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의하면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연구팀이 물 섭취량과 건강과의 관계를 다룬 과거 논문들을 검토한 결과, 하루 8잔의 물이 건강에 좋다고 권장하거나 주장한 논문은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많은 양의 물이 건강에 좋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물이 젊고 탱탱한 피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전혀 없고, 장기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하루 8잔의 물은 매일 마시는 차, 커피, 청량음료에 포함된 수분을 빠뜨리고 계산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물을 너무 많이 섭취할 경우 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데, 물 중독증, 염분 부족에 의한 저나트륨혈증을 유발하며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도 물은 갈증을 느끼지 않을 만큼 마시라고 했다. 특히 식사 중이나 직후에는 적게 마셔야 한다. 식사 중에 물을 많이 마시면 소화효소가 묽어져 소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유해 세균이 증식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소에도 물을 많이 마실 경우에 위액과 소화 효소가 묽어져서 소화력이 약해진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물이 얼마나 필요할까?
우리의 주식인 쌀은 서양의 주식인 밀에 비해 수분 함유량이 많다. 게다가 거의 매 끼니마다 국이나 찌개를 먹기에 이미 많은 물을 섭취하고 있으므로 서양 사람들만큼 별도로 물을 많이 마실 필요가 없다. 물은 적당히 마시면 된다. 마시는 양은 기후 상태에 따라 다르고 각 개인의 체질에 따라, 활동량에 따라 다르다. 덥고 습한 날씨나 작업, 운동 등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경우라든가 실내 공기가 건조할 때, 열이 나는 병을 앓고 있을 때, 구토를 하거나 설사할 때는 많이 마셔야 한다. 평소에는 갈증이 생기지 않을 만큼 마시면 된다. 목이 마르면 마셔야지, 목이 마르지도 않는데 일부러 마실 필요는 없다. 다만 노인의 경우에는 갈증을 느끼는 반응이 줄어들기 때문에 목이 마르기 전에 미리 조금씩 마실 필요가 있다.

만약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고 활동량이 적어 수분 배출량이 적은 사람이 물이나 차, 음료수 등을 많이 마시면 몸속에 수분이 쌓여 습기나 담이 많이 생기게 되어 기와 혈의 유통에 장애가 생기면서 몸이 무거워지고 각종 병증이 유발된다. 물론 운동이나 목욕으로 땀을 많이 흘리면 별 탈이 없다.

물, 과한 섭취 오히려 해 될 수도
체질·상태 따라 개인차 고려해야

물은 너무 많이 마셔도 너무 적게 마셔도 안 된다. 적당히 마셔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어떻게 볼까?
중국 송나라 때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으로서 양생법(養生法)에도 뛰어났던 소동파(蘇東坡)의 얘기를 참고해 보자.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물 마시는 것을 절제하라고 했다. ‘비장을 견고히 하기 위하여 물 마시는 것을 절제한다’는 것으로서 강남에서 만난 어떤 노인으로부터 듣고 깨우친 것이라고 한다. 노인은 70대였지만 얼굴색이 붉고 윤기가 있으며 용모가 매우 뛰어나 마치 40-50세 정도로 보였다. 그래서 소동파가 그 비결을 묻자 노인이 답하기를 “조금도 비결이 없습니다. 제가 평시에 마시는 물이 일반인에 비하여 반 정도일 뿐입니다”고 했다.

물을 적게 마시는 것이 노화를 억제시킨 까닭은?
첫째, 비장(脾臟)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비장은 습기를 싫어하는데, 만약 많이 마셔서 습기가 많아지면 비장의 기가 약해져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위장(胃腸)은 6부에 속하지만 비장은 5장의 하나로서 소화 흡수 기능을 총괄하기에 후천의 근본으로 중시된다. 우리 몸에 근본이 둘 있으니 선천의 근본인 신장과 후천의 근본인 비장이다. 선천이든 후천이든 근본이 무너지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특히 노인이 되면서 신장의 정기가 부족해지는데, 만약 비장마저 허약해지면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므로 건강, 장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장은 십이지장과 소화 효소의 역할에 해당되므로 온전해야 백병이 생겨나지 않는다. 반면 비장의 짝이 되는 위장은 건조한 것을 싫어하기에 물을 너무 적게 마시면 좋지 않다.

둘째, 물을 많이 마실 경우 몸에 탈이 생기기 때문이다. 몸속에 물이 너무 많아지면 각종 이상을 일으킬 수 있으니, 바로 ‘수독(水毒)’이다. 몸에 장애를 유발하는 ‘삼독(三毒)’이 ‘수(水)’, ‘습(濕)’, ‘담(痰)’이다. 수는 물이고, 습은 습기이고, 담은 물이 쌓이고 열을 받아 끈적끈적해져 가래와 비슷한 형태로 된 것이다. 습과 담은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하는데, 특히 담은 성인병의 주된 원인의 하나이기도 하다. 몸속에 물이 너무 많아지면 독이 되는 것이다.

물을 많이 마셔야 좋은 경우도 있을까?
방광염, 요도염, 전립선염, 신우신염 등의 비뇨기계 염증질환이나 요로결석이 있으면 평소보다 많이 마셔야 한다. 왜냐하면 소변 양이 많아지게 해서 염증 성분이나 결석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뇨기에 결석을 갖고 있거나 방광염, 전립선염이 잘 걸리는 사람들은 대체로 늦봄부터 여름철에 심하고, 가을이 깊어지면 덜해지는 경향이 있다. 늦봄부터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려 소변 양이 줄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소 물을 적게 마시는 사람들이 비뇨기에 염증이나 결석이 잘 생기는 편이다. 결론적으로 물은 너무 많이 마셔도 너무 적게 마셔도 안 된다. 적당히 마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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