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21세기 불교와 자연공원

지난 67년 지리산국립공원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자연공원제도는 어언 50년이 지나가고 있다.

작년 50주년을 맞이하여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현재 전면적인 자연공원법 개정을 통한 제도개선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공원제도가 도입된지 50년의 시간이 경과했지만, 아직도 우리의 자연공원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고에서는 21세기 바람직한 자연공원 관리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우리나라 자연공원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한다.

자연공원 정체성 정립 시급
공원관리 전문성 확보해야
사유권 보상방안도 강구 필요



21세기 한국불교의 장점
숲의 종교인 불교는 태생적으로 자연친화적인 종교이다. 잘 알다시피 한국불교는 신라시대 이후 천수백년간 산중에 위치하여 산을 지켜왔다. 생전의 일타 스님께 들었던 말 중의 하나는 예전부터 스님들은 땔나무를 위해 나뭇가지 하나를 자를 때에도 반야심경을 읽고 베었다고 한다. 통도사의 경봉 스님께서는 60, 70년대 통도사의 소나무들을 벌목하려 하자 친히 노구를 이끌고 나오셔서 ‘송하구승(松下僧: 소나무아래 삐쩍 마른 스님이 잘 어울린다.)’이라 하시며, 막으셨다고 한다. 또한 사찰림의 벌목을 막기 위해 산을 지키는 산감(山監)을 두고 관리해오는 등 산의 주인으로서 산주정신(山主精神)을 가지고 사찰이 포함된 산과 숲을 지켜왔다. 이러한 결과 오늘날 많은 사찰림들이 양호한 생태환경으로 인해 자연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엇보다 21세기 한국불교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불교라는 종교유산은 기본적이고, 생태환경이 매우 양호한 사찰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자연유산은 정말 당당하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산자원이다. 또한 사찰림과 함께  국보, 보물 등 국가 및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문화유산들도 대부분이 불교문화재이기도 하다. 결국 사찰과 사찰림은 우리 시대뿐만이 아니라,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져야 하는 삼세(三世)의 복합유산(複合遺産)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으며,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자연공원의 현황과 문제점
우리나라의 자연공원은 어언 50년이 지난 장년으로 접어들고 있으며, 국가가 관리하는 국립공원과 지자체가 관리하는 도립공원과 군립공원이 있다.

우리나라의 지정된 자연공원은 국립공원이 22개소, 도립공원이 29개소, 군립공원이 27개소이다. 총 면적 5222.9㎢ 중 국립공원은 3972.6㎢, 도립공원은 1012.6㎢, 군립공원은 237.8㎢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국공유지는 61.7%인 3220.9㎢이고, 사유지는 38.3%인 2002.0㎢이다. 사유지중에서도 사찰 소유토지는 우리나라 자연공원 전체면적의 7.8%인 411.6㎢이고, 현재 공원 내에서 많이 이용되는 주 탐방로는 사찰로 가는 길이 포함되고 있다.

지난 50년간 지속되어온 우리나라 자연공원의 문제점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공원관리의 수준과 관리의 전문성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공원관리는 아직도 정부주도의 수직적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관리의 전문성도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자연공원 중 국립공원은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의해 관리되고 있으나, 도립공원과 군립공원은 외형상으로 지정되어 있을 뿐 실질적인 행정적, 재정적 지원없이 방치된 상황이다.

둘째는 외국의 자연공원의 대부분이 국·공유지인 반면에, 우리나라의 자연공원은 사유지의 비중이 매우 높은 실정이므로 공원관리상 애로사항이 많으며, 무엇보다 사유지에 대한 행위제한으로 인해 재산권 침해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셋째는 우리나라 자연공원은 자연생태 위주의 외국의 자연공원과는 달리 공원지역내 전통사찰 등 문화유산 등이 많이 포함된 복합유산지역이라는 기본적인 특성이 있다. 공원 내에 대부분 전통사찰들이 포함되어있고, 사찰로 가는 길이 주요한 탐방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특수성이 있다.

넷째는 공원관리시 자연공원의 특성을 무시한 개발행위 등이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의해 추진됨으로서 공원관리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무시하는 정책결정들이 일어남으로써 공원지정의 목적과 상치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21세기 자연공원관리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우리나라 자연공원 제도 시행 이후 50년이 된 현재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21세기적 관점에서 보완해 갈 사항은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자연공원에 대한 개념 및 정체성 정립문제이다. 우리나라 자연공원중 국립(國立), 도립(道立), 군립(郡立)이라는 용어는 공원면적의 전체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소유일 때에는 타당하나, 우리나라와 같이 사유지의 비중이 높은 경우에는 국립(國立)이라는 말 대신 국가공원(國家公園), 지방공원(地方公園) 등으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국립(國立)이라는 말 자체가 공원전체가 국공유지(國公有地)라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사찰 등 복합유산적 특성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특수성을 인정한다면, 공원 내 주요 유산자원인 문화환경(문화경관과 문화자원)의 범주를 보다 확대하여 종합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그리고, 공원지역내 보존 및 관리원칙에 대한 정체성을 정립함으로써 공원 내에서 이루어지는 무분별한 개발행위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엄격한 기준이 정립되어야 한다.

둘째는 공원관리의 전문성 확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자연생태위주의 공원관리체계에서 탈피해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복합유산(複合遺産) 지역이라는 우리나라 자연공원의 특수성을 인정한다면, 각 공원별로 특성화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참고로 지정된 국립공원 22개소의 각 공원별 특수성을 고려한 공원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참고로 몇몇의 자연생태가 우수한 공원을 제외하고는 전통사찰을 포함하고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자연생태 위주의 관리를 하는 카테고리 Ⅱ지역보다는 문화경관으로 관리하는 카테고리 Ⅴ로 지정하여 관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공원내 전통사찰의 가치를 인정한다면, 전통사찰가치평가를 수행하여야하고, 공원문화유산지구는 사찰보존지 전체로 지정하여 사찰의 종교권을 보장하여야 한다.

셋째는 사유권 보장 및 보상방안에 대한 강구이다. 우리나라 자연공원에 포함된 사유지(私有地)에 대해서는 해당 사유지에 대한 가치(價値) 또는 기여도평가(寄與度評價) 등을 실시하여 적당한 보상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21세기 국가규모에 맞추어서 공원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토지는 매입하거나, 그에 해당하는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여야 한다. 공원 내 토지소유자들에게 공원지역이란 이유로 무작정 법적인 행위제약 등을 강요하는 것은 사유재산권에 대한 침해이고, 21세기 국격(國格)에도 맞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넷째는 공원의 공동관리 확립이다. 선진국서는 공원 내 토지 소유자나 토지를 소유하지 않는 원주민들에 대한 권리 보장과 공원계획의 수립 및 실행을 위해서 원주민과의 사전협의 및 공동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특히 공원 내 사유지의 비율이 매우 높으므로 공원관리체계를 선진화하여 토지 소유자와 해당 지역주민과의 사전협의 및 공동관리를 적극적으로 채택하여 시행할 필요성이 있다.  


21세기 바람직한 공원관리 필요해
자연공원제도 50년을 지나며 새로운 100년을 기약하면서 21세기 바람직한 공원관리를 위한 우리나라 자연공원의 현황과 개선방안을 살펴보았다.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21세기 새로운 백년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공원다운 공원관리를 위해 바로 지금 해야 할 일들이 있다.

무엇보다 지금의 시점에서 새로운 50년을 바라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자연공원법 전면 개정은 불교계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현안이다. 바로 지금 우리는 지난 50년처럼 푸대접을 받고 그냥 그대로 있을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 100년 동안 또 다시 불교계의 자주권을 포기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심각하게 재고해 봐야한다.

비록 종단이 혼란하다하더라도 더 이상 지난 50년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고, 바쁘고 힘들더라도 불교계가 산주정신(山主精神)을 가지고, 지난 1700년 동안 지켜온 산과 사찰림을 온전하게 지켜가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을 경주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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