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경영 산문에 들다] 16. 불교복지
[사찰경영 산문에 들다] 16. 불교복지
  • 조기룡 교수
  • 승인 2018.08.3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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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사회복지 중심으로 자리매김해야
불교복지관에서 봉사하는 불자와 이용자의 모습. 다양한 불교기관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현대사회는 국민의 삶의 질과 복리수준을 결정하는 사회보장과 같은 기본적인 책임은 정부가 맡으면서 복지서비스 전달은 다양한 민간사회복지 주체들이 참여하는 이른바 복지다원주의(welfare pluralism)를 보편적인 현상으로 표방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들의 복지욕구가 다양하게 증대하면서 미흡한 공적 사회복지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부문에 대해 많은 기대를 표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종교계의 역할은 더욱 중시되고 있다. 하지만 불교는 조선시대에는 숭유억불 정책으로 인해서, 구한말 개항 이후에는 기독교의 적극적인 구호사업의 전개와 불교계의 복지에 대한 인식부재로 인해 오늘날 개신교와 가톨릭에 민간사회복지의 주도권을 넘겨주고 있다. 이에 물질주의와 인간소외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인간존중과 연기사상을 실천할 불교사회복지의 자리매김에 대하여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시설·인력 네트워크 구축
인명사전·수첩 발간 고려
기업 후원 전담 기구 설치

불교계 사회복지시설이라고 하더라도 그 시설들에서 스님이 시설장 및 복지사로 종사하는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또한 불교계 사회복지시설에서 종사하는 불교신도의 비율도 타종교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동일 종교 신도 비율에 비해 낮은 수치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같이 불교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스님과 불교신도 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복지사업에서 불교적 정체성과 독자성을 구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불교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불교적 소양이 높아야 불교적 정체성과 독자성을 실현할 수 있다. 그들에 의하여 불교사회복지 프로그램과 서비스의 개발과 보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교계는 시설종사자의 불교적 소양과 교리적 지식을 제고하도록 사회복지법인과 시설들을 독려하여야 할 것이다.

불교사회복지의 정체성과 독자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스님의 참여 확대 및 시설종사자의 불교적 소양 제고와 더불어 불교계는 사회복지법인 및 사찰로 하여금 위탁 운영을 벗어나 직영 시설을 확대할 수 있도록 계도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국가 위탁 사회복지시설은 종교계가 운영권을 갖더라도 실천현장에서 종교성을 직접적으로 구사하거나 접목하는데 법적·현실적 제약이 많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향후 여러 종단은 사회복지에 참여하는 스님과 신도들이 위탁시설이 아닌 직영시설을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잠시 언급하였지만 불교사회복지 프로그램·서비스의 개발·보급은 불교사회복지의 정체성과 독자성에 확보에 절대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현재 불교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 중에는 불교적 전문성을 갖춘 사회복지사들이 적다. 불교적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불교적 정체성에 입각한 프로그램과 서비스의 개발과 보급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불교계는 불교사상과 가치관 중에서 사회복지 서비스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는 내용들을 발굴하여 불교계의 단위 사회복지시설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한다.

그런데 불교계가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보급함에 있어서는 이용자 측면과 운영자 측면의 문제점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이용자 측면에서는, 불교사회복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하였을 때 이용자들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취할지를 예상하여야 한다. 사회복지법인은 해당 시설이 ‘불교’ 사회복지시설로 분류됨으로써 생겨날 수 있는 이용자들의 긍정적 혹은 부정적 인식을 사전에 어느 정도 파악하고 프로그램을 설계하여야 하며 나아가 그 인식이 어떤 결과를 야기하였는지를 평가하여 환류(feed-back)하여야 하는 것이다.

운영자 측면에서는, 불교사회복지 프로그램의 개발초기부터 운영자의 기대를 적절하게 반영하여야 한다. 요컨대 불교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는 설계 시점부터 운영자들이 가지는 ‘불교적 기대’를 민감하게 파악하고 기술적으로 적절하게 수용하여야 한다. 이러한 측면들을 고려해볼 때, 불교적 상담이나 명상, 정신적 지지프로그램, 선체조 및 선무도와 같은 건강증진 프로그램 등 종교 중립적이면서도 불교성이 배어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잘 개발하여 불교사회복지시설에서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고려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불교사회복지 프로그램과 서비스의 개발과 보급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시설 네트워크와 인력 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한다.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관련 시설과 인력들 사이에 필요한 정보를 교류하고 상호지원과 협력을 통해서 사회복지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불교종단들은 불교사회복지 네트워크의 구축을 위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여야만 하는데, 특히 ‘종단 중앙 사회복지재단’, 즉 각 불교종단의 중앙 차원에서 설립한 사회복지재단에 그 의무가 주어져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종단 중앙 사회복지재단의 사례로는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천태종복지재단, 사회복지법인 진각복지재단 등이 있다.

이 종단 중앙 사회복지재단들은 사회복지 사업분야별, 즉 아동·청소년·노인·여성·장애인·노숙인·의료·상담 등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별로 상호 정보교류와 공동연구 등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여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불교계에서도 지역복지관 연합회, 노인복지시설 연합회, 아동복지시설 연합회 등 서비스 시설별로 시설장과 직원들이 교류할 수 있는 단체가 만들어지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종단 중앙 사회복지재단들이 이끌어주어야 한다.

또한 종단 중앙 사회복지재단들은 시설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시설 인력들을 불교사회복지사 단체, 불교사회복지시설장 협의회, 불교사회복지시설 중간관리자 협의회 등으로 조직하여 네트워크를 구축하여야 한다. 그리고 불교사회복지 인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서 각 분야별로 활동하는 불교사회복지 인명사전과 인재수첩의 발간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시설 네트워크와 인력 네트워크의 원활한 작용을 지원하는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정보 네트워크를 위하여 홈페이지에서 ‘복지네트워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으나, 그 내용이 일반적인 내용으로 쌍방향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향후에는 홈페이지 내용을 일방적 정보전달이 아니라 센터와 클라이언트들이 다양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하여야 한다. 또한 이용자의 특성과 욕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불교계의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모든 정보가 센터의 네트워크를 통하여 전달될 수 있도록 보완하고 정비하여야 한다.

불교사회복지의 정체성과 독자성이 확보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서비스와 네트워크가 갖추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재원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불교사회복지의 자리매김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불교사회복지조직은 타 종교 사회복지조직보다 현대적 의미의 사회복지활동을 늦게 시작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자원개발을 통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상의 노하우가 쌓여있지 않다는 말로도 이해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불교사회복지시설들은 개별적으로 재원을 마련하는데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개별 사회복지시설들의 재원 마련은 근본적으로 각각의 시설에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회복지재원 마련에 대한 종단적 후원이 뒤따른다면 불교사회복지의 자리매김은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하여 우선 종단 차원의 후원 전담기구를 설치하여 기업 후원 및 고액 후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에게 더구나 여러 단체로부터 각종 후원 요청을 받고 있는 기업의 입장에서 불교종단 내지 사찰의 사회복지 후원 요청에 선뜻 응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종단 차원에서 기업의 공익연계 마케팅(CRM: Cause-Related-Marketing)을 수주하는 것은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공익연계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공익목적에 기업 이윤의 일정액을 기부하는 활동이다. 기업은 제품 판매 이익의 일부를 공익 목적에 지원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면서 판매를 활성화시키는 선진 마케팅 전략이다. 미국에서 1983년 자유의 여신상을 보수하기 위한 기금 모금 캠페인을 펼치기 위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American Express Card)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카드 사용 거래마다 1센트씩, 신규발행 카드 1장에 1달러씩 자유의 여신상 보수에 기부하여 170만 달러를 시민단체와 연계하여 기부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이것으로 카드 사용의 28%, 카드 사용자 수가 17% 증가하였다. 국내에서도 유한 킴벌리, 두산, 삼성전자, CJ 제일제당, LG홈쇼핑, 아시아나항공 등 여러 기업에서 CRM을 운영하고 있다. 만일 불교사회복지 분야에 기업의 공익연계 마케팅을 수주하게 된다면 불교계는 사회복지재원을 마련하게 되고 기업은 이미지 제고와 더불어 판매량 제고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불교계가 CRM 등 사회복지 후원 전담기관을 종단 차원에서 설치하고자 한다면, 재원개발을 위한 조직개편과 연구 및 교육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종단 중앙 차원에서 재원동원과 마케팅 관련 전문가의 영입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전문가는 불교적 정체성에 기반을 둔 대표적인 모금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대국민 인식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산하 기관들의 자원개발 실태와 모금현황, 외부환경의 조사와 자원의 분석 등을 실증적으로 조사·분석하여 체계적인 모금관련 정책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각 산하 단체에 산재에 있는 모금 관련 노하우나 아이디어를 모으고 기록하여 모범적인 사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작업도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불교사회복지분야에 재원을 용이하게 동원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가 수반되어야 한다. 홍보는 후원자들에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존재와 이들의 사회적 요구를 다양하게 알림으로써 사회적 지원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을 통한 홍보활동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프로그램이나 각종 행사 등을 널리 알릴 수 있으면서도, 잠재적 후원자들의 입장에서는 뉴스로 인식하기 때문에 믿음을 주기가 용이하다. 따라서 불교계 사회복지 종사자들은 방송·언론사들과 관계를 유지하여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만들어줄 필요가 있으며, 특히 불교계 방송사와 언론사를 적극 활용하여 자원확보와 관련한 고정적인 프로그램을 확보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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