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역사를 가장 쉽게 풀어내는 재야학자’ 이이화의 저서이다. 저자는 우리 불교사를 한국사 전체의 틀에서 통사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특유의 이야기체로 풀어낸다.

그래서 그동안 어렵고 멀게만 느껴진 불교사를 한층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불교가 국가 통치 시스템으로 작동한 삼국시대부터
신군부에 의한 수모를 겪었던 격동의 1980년대까지
한국불교사의 전반을 조망한 새로운 역사 교양서

그런데 우리는 왜 불교사를 읽어야 할까? 불교는 우리 역사 속에서 문화와 사상의 측면은 물론 정치, 경제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중요한 위치를 점령해왔다. 불교가 걸어온 길은 한국사 번외의 맥락으로 볼 수 없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이 이 책 전체에 포진해 있는 것도 바로 그 이유이다. 저자는 삼국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사 흐름 속에서 불교사를 조명한다. 그래서 불교사의 명과 암을 꾸밈없이 서술해나간다.

한국사서 무시할 수 없는 역사적 맥락 하나가 있다. 바로 불교사이다. 불교는 고대 고구려에 처음 전래되어 백제, 신라, 가야에 전해졌고, 고려, 조선에 이어 지금까지도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해온다. 그러나 그동안의 불교사에 대한 시각은 주로 사상이나 인물에 초점을 맞춰져온 점, 그리고 학술적인 측면으로 다뤄져왔다는 점으로 인해 대중들이 접근하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면 불교가 지나온 유구한 세월을 이 책은 어떻게 바라볼까?


우리가 알지 못한 한국불교사의 민낯
불교가 우리 역사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을 아주 일반적인 경우의 예 몇 가지로 살펴보자.

고대 삼국시대의 불교는 모든 계층이 섬기는 국가 종교이자 통치 이념으로 작동하며 강력한 왕권의 형성과 유지를 위한 결정적인 도구로 이용되었다. 일련의 흐름이 신라가 삼국 통일을 하게 된 원동력이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고려시대 30여 년 동안 계속된 몽골과의 혹독한 전쟁에서도 민심을 모으고 일체감을 형성하는 데는 불교의 힘이 컸다. 그 증거가 바로 ‘팔만대장경’이다. 한편 억불의 기치 속에서도 왜란 당시 승군의 활동상은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된다. 특히 유정은 전쟁 이후에도 외교사절로 활동하며 일본으로 끌려간 포로를 송환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조선 왕실에서 이러한 점을 높이 사 해남 대흥사에 표충사(表忠祠)를 건립하고 제향하게 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불교사에 이와 같이 빛나는 경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불교는 역사 속에서 부패와 정화를 반복했고, 존경과 핍박을 번갈아 받아왔으며, 시대에 참여하기도 시대를 외면하기도 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빛에 가려져 알 수 없던 어두운 면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불교의 부패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 중 한 가지는 고려 말 정치가들의 상소문서 살펴 볼 수 있다.

유학자인 당시 정치가들이 불교 배척 상소를 올린 것은 불교를 이단으로 바라보았던 그들에게 있어 너무나 당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상소에는 당시 불교계의 부패상이 담겨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절에 하사된 토지의 도조나 노비를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사용하고, 귀족들과 뇌물을 주고받으며, 일반 사회의 풍속을 해치는 등 상소문에 열거된 불교계의 부패상은 부처님 가르침과 거리가 멀다.

또한 고려의 어느 시기, 귀족 세력의 재산 도피처로 절이 이용되었다는 점 또한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맥락 중 하나이다.

한편 불교가 핍박 받았던 것은 비단 조선시대의 일만이 아니었다는 점도 알 수 있다. 고려 무신정변으로 권력이 무신들의 손에 넘어가면서 왕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교종(敎宗) 세력들이 정권에 반기를 들게 되는데, 승려들의 무력 대항은 번번이 실패로 이어졌고, 일련의 한 사건으로 인해 고려 희종은 당시 권력의 중심이었던 최충헌에 의해 폐위되기도 한다. 결국 오랜 세월 맥을 이어온 교종 세력은 무신정권에 의한 탄압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도 그동안 알지 못했던 불교사의 어두운 면 중 하나이다.


한국불교사의 거의 모든 장면 망라
지난 2002년 출간되어 현재는 절판된 〈역사 속의 한국불교〉를 수정 보완하고 새 옷을 입혀 다시 출간한 이 책은 역사교양서 중 거의 유일하게 불교사를 조명한 도서로 삼국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1,600여 년 역사를 편년체의 시간 순으로 서술한다.

또한 불교의 명과 암을 꾸밈없이 제시하면서 한국사와 따로 떼어 놓지 않는다. 그래서 불교를 우리 역사의 실체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이 책서 발견돼야 할 또 다른 점은 저자가 그동안 모든 방면에서 일정하게 유지해온 신념이자 역사관이 전체 흐름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대승불교의 ‘중생 제도’이다. 독자들은 그동안 민중의 삶에 깊은 애착을 지녀온 저자의 역사관으로부터 불교사 속의 명과 암이 더욱 명확해짐을 알 수 있다.

이이화의 이야기 한국불교사/이이화 지음/불광 펴냄/1만 8천원

저자는 머리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책은 과거를 반성하는 자료의 하나로 쓰였다”

이 말은 저자가 그동안 간직한 불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말이다. 화쟁과 총화 등 찬란한 정신 유산을 이어오며 지금까지도 역사의 중요한 위치에 서 있는 한국불교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깊고 진심어린 조언이다.

이제 불교사를 우리의 역사 안으로 들일 시간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낸 근인(近因)을 종교 혹은 신앙이라는 이유로 따로 떼어 놓게 된다면 우린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한 일에 이 책은 매우 유용한 교양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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