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천 남동공단의 세일전자 화재로 근로자 9명이 사망하였다. 그 중에는 위험을 피할 수 있었지만 동료를 구하려고 화마 속으로 뛰어 들어간 두 사람이 있었다.

민 모 과장(35)은 화재를 처음 목격했지만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위험에 빠진 직원들을 대피시키려고 “불이야”라고 외치며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본인은 끝내 다시 나오지 못했다.

세일전자 화재서 동료 구하고 희생
2016년 서교동 빌라 방화 사건에서
집집마다 화재 알렸던 故 안치범 씨
자기희생 정신을 기려 ‘義人’ 존경

그들은 금수저 아닌 ‘金마음’을 가져
금보다 귀한 自利利他 보살행 실천해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한마음’
자타불이의 대승불교 보살행 확산되길



김 모 씨(51·여)도 탈출하는 대신 동료들을 돕기로 선택했다. 김 씨는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동료들에게 화재를 알리기 위해 각 제품검사실을 돌며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그러다 본인은 결국 희생된 것이다.

2016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서울 서교동 빌라에 방화가 있었을 때, 故 안치범 씨는 불길 속으로 들어가 5층 빌라 전체에 화재를 알렸다. 덕분에 빌라 주민 20여 명 모두가 화마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안 씨 자신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는 28세 성우지망생이었다. 한국성우협회는 생전에 성우를 꿈꿨던 안 씨를 명예회원으로 인증하는 패를 유족에게 전달했다. 협회 측은 “그의 마지막 목소리는 많은 사람을 살려냈다”며 안 씨의 죽음을 애도했다고 한다.

세상에 자기 목숨을 걸고 남에게 “위험해요. 어서 피하세요”하고 알려주는 음성보다 귀한 것이 있을까. 생명을 살리는 음성보다 감동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탐·진·치가 들끓고, 갑질과 악행에 대한 소식들이 만연한 사회에서 가끔 이렇게 남을 위해 희생하는 훌륭한 분들을 만날 수 있다.

재산이 많거나 고학력이거나 지위가 높지 않아도, 이 분들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의인(義人)이라고 불리고 있다.

누구든지 고통은 싫어하고, 위험을 피하고 싶다. 위급한 순간에 자기보다 남을 생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분들은 금수저는 아닐지 몰라도 ‘금마음’, 남을 생각하는 금보다 귀한 마음을 실천했다.

영화 <신과 함께 2-인과 연>에서는 망자 중 귀인(貴人)을 따로 분류한다. 여기서도 귀인은 신분이 높거나 업적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항상 남을 배려하고 돕는 삶을 산 사람’이라고 한다. 이 모두는 바로 요익중생하는 대승보살을 가리키고 있다. 오늘도 소리없이 남을 생각하는 분들의 정성과 노력으로 우리 사회는 살아갈 만하다.

불자로서 자신은 타인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목숨 걸고 희생까지는 못하더라도, 누구든지 자기중심적인 이기심을 내려놓고 조금 더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살아갈 수는 있다.

하물며 자신의 힘이나 지위를 이용해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상처를 주는 일만큼은 당장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지옥행 티켓은 빨리 취소할수록 좋다.

우리는 본래 무한한 지혜와 자비를 가진 부처님이다. 대행 스님은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 그 마음이 마침내 온 우주와 함께 하는 한마음인 것이다”라고 하셨다.
 

황수경 불교상담개발원 이사

‘나’를 고집하고 ‘나’만 생각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저절로 남과 한마음이 된다. 나와 남이 공심공체임을 인정하는 사람, 자기 이득을 내려놓고 남을 생각하고 자비를 실천하는 사람이 진실한 귀인, 진짜 VIP인 것이다.

불자 수가 감소하는 요즘, 자타불이를 실천하는 대승보살의 마음과 행이 한국불교에 가득하기를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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