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의현(臨濟義玄) 선사가 황벽 스님의 문중에서 수행할 때 그 행(行)이 순수하고 깊이가 있으므로 윗 수좌인 목주 스님이 물었다.

"그대는 여기에 와 있는 지가 얼마나 되는가?”

“3년이 됩니다.”

“지금까지 조실(祖室)스님에게 법을 청한 적이 있는가?”

“아직 묻지도 않았지만 무엇을 물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대는 어찌 조실스님께 불법의 대의(大義)를 묻지 않는가?”

이에 임제 스님은 바로가서 물었다.

그가 묻는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황벽 스님은 바로 몽둥이로 후려갈기니 왜 맞는지도 모르고 기어 나왔다.

목주 스님이 다시 물었다.

“문답은 어떻게 되었는가?”

“제가 묻는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스님은 바로 후려 갈겼습니다. 저는 무엇이 무엇인지를 통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다시 가서 물어보게”

이와 같이 세 번을 묻고 세 번을 얻어맞고 난 후 “이제는 떠나가야 되겠습니다“ 하고 임제 스님이 하직 인사를 올리자 황벽 스님이 말했다.

“너는 고안탄두(高安灘頭)의 대우(大愚)스님에게 가거라. 반드시 너를 위해 설(說)해 줄 것이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임제 스님은 대우 스님에게 가니, 대우 스님이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황벽 스님의 휘하에서 왔습니다.”

“황벽 스님은 무슨 말이 있었는가?”

"제가 불법의 대의를 세 번 물었다가 세 번 몽둥이로 얻어 맞았는데, 저에게 잘못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황벽 스님이 그렇게 노파심(老婆心)이 간절하여 너를 위해 수고해 주신 것이다.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나에게 바보같이 묻는구나”

그러자 임제 스님이 이 말에 크게 깨닫고 혼잣말처럼 이렇게 말했다.

원래황벽불법무다자(元來黃蘗佛法無多子)로구나!

이 말을 들은 대우 스님이 바로 임제의 멱살을 움켜쥐고 말했다.

“이 오줌싸개 새끼야, 방금 잘못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하고 묻더니 이제는 “황벽불법은 별것 아니다라며 도대체 너는 무슨 도리(道里)를 보았느냐, 빨리 말해라”고 하니,

이에 임제 스님은 대우 스님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세 번 쥐어박았다.

이렇게 깨친 도리(道理)를 전하니, 이에 대우 스님이 말했다.

“너의 스승은 황벽이지 나는 아니다”

그러자 임제 스님은 대우 스님을 하직하고 다시 황벽 스님에게 돌아왔다.

“네놈이 이렇게 왔다 갔다만 하면 어느 때에 깨닫겠느냐?”

임제 스님이 말했다.

“다만 조실(祖室)스님이 노파심절(老婆心切) 하기 때문입니다.”

“대우 스님은 무엇이라 말씀하시더냐?”

임제 스님은 대우 스님과의 일을 소상히 말씀드리니, 황벽 스님이 말했다.

“어떻게든지 이 사람을 붙잡아서 한 번 몽둥이를 먹이지 않으면 안 되겠군.”하시니, “뭐 멀리 갈 것까지 있습니까?” 지금 바로 먹이십시오 하며 임제 스님이 손바닥으로 황벽선사의 뺨을 갈겼다.

“이 미친놈이, 여기에 돌아와서는 호랑이 수염을 만지는구나.”

그러자 임제 스님이 바로 ‘할’ 했다.

이렇게 언어와 문자를 떠난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스승의 뺨을 갈겨 인가(認可)를 받으면서 임제할의 선종 가풍을 세웠다.

우리도 생활속에서 일체처 일체시에 화두 ‘이 뭣고’가 일행삼매(一行三昧)가 되도록 한다면 금생에 생사병(生死病)에서 꼭 벗어나게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