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명상 세계화 원동력은 ‘간화선’… 현대화 집중해야

[특집기획]세계는 명상시대, 한국 이 연다

 ① 미국 불교명상의 현재는?

② 美 명상센터 현장 - 젠마운틴사원

③ 美 명상센터 현장 - 블루클리프사원

④ 美 명상센터 현장 - 개리슨인스티튜트

⑤ 美 명상센터 현장 - 레이크샤린

⑥ 세계 명상 현주소와 禪명상 방향

⑦ 걸음마 뗀 한국 禪명상 과제는?

⑧ 불교명상 ‘GURU’에게 듣다

 

 

젠마운틴 사원에서 오관게를 하는 미국 불자들.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불교수행 현황

작금의 시대는 이른바 ‘명상시대’로까지 불리고 불교계는 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명상은 세계 여러 국가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웰빙 바람을 타고 요가와 참선 등 몸과 정신의 건강을 함께 챙기는 명상산업까지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중화, 상품화로 인한 르네상스를 맞이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불과 1년 사이 요가나 명상센터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명상은 소수의 동호회 차원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문화·다인종 사회에 특화
선수행 현대화 실마리 제공
자유로움과 규율의 조화 필요
음식·요가 등 생활화 특색

한국명상 범람, 중심 있어야
근간 정체성 ‘선’으로 확립
“신행서 수행으로, 대중화를”

불교계에서도 전통수행인 ‘참선’, ‘선수행’, ‘좌선’ 등의 용어 대신 ‘명상’ ‘불교명상’ ‘참선명상’이라는 용어가 더 유행하고 있다. 불교의 수행에 ‘명상’이라는 용어를 넣지 않으면 뒤처져 보일까 대부분의 수행에 ‘명상’이란 단어를 일부러라도 넣는 추세다.

전국 주요 사찰에서 운영하는 템플스테이의 주요 항목을 보면 ‘차 명상’ ‘자비 명상’ ‘집중 명상’ ‘걷기 명상’ 등 공식화 된지 오래다.

하지만 최근의 명상은 불교에서 벗어나려는 추세가 보인다. 아직까지는 불교와 연관 짓는 이들이 많지만 이 같은 추세는 언제 변할지 모른다.

구글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구글 검색빈도에서 2014년부터 명상이 불교를 추월했다. 한국에서도 그 격차는 줄고 있다. 명상에 관한 연관검색어에서도 불교는 사라지고 있다. 이제 명상은 단순히 불교에서 파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유럽에서 발전한 서구화된 불교명상이 오히려 역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젠마운틴사원에서 명상체험

 

미국에서 느낀 불교명상의 가능성

이번 답사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 불교명상의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기회였다. 선원수좌복지회 사무총장 평정 스님을 비롯해 국내 최고 지관으로 꼽히는 송왕의 선생, 세계명상마을 감독관으로 활동할 송준 선생 등 불자들이 동행해 든든하기 그지없었다. 이와 함께 실무적인 부분을 책임지는 권기섭 문경시 부시장과 문경시의 명상마을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답사는 크게 뉴욕과 LA지역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뉴욕 젠마운틴 사원, 블루클리프 사원, 개리슨 인스티튜트, 그리고 LA 레이크샤린(호수명상센터)이었다. 각기 일본 조동종계, 베트남 임제종계, 명상, 요가 등이 주력 수행인 색채를 지닌 곳이었다.

사실 미국에서 명상의 대표적인 곳은 스즈키 순류 스님의 샌프란시스코 젠 센터를 비롯해 실리콘밸리의 명상관련 기업과 명상센터가 산재해 있는 샌프란시스코가 꼽힌다.

하지만 이번에 방문한 뉴욕지역 또한 미국 명상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경우 상좌부 불교 스님으로 뉴욕에서 비영리 명상수행단체 ‘Buddhist Insights’를 이끄는 반테 수다소 스님을 초청해 매주 첫째 주 수요일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뉴욕의 공립학교에서도 방과 후 학습으로 명상 강좌가 인기다. 또 최근에는 한 명상단체가 뉴욕에서 버스를 개조한 명상스튜디오를 운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지에서 느낀 열기도 상당했다. 번잡한 뉴욕 시내에서 자동차로 2~5시간씩 달려 통신망조차 없는 국립공원 속으로 들어갈 때만 하더라도, ‘이곳에 사람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도착한 명상센터마다 사람들이 20~40명씩 수행중이었다.

숙식을 하며 수행하는 이들부터 퇴근 후 수행하는 이들, 인근 마을에 거주하며 주말마다 오는 이들 등 방식은 다양하지만 이들이 ‘명상수행’이라는 방법에서 공통분모를 지닌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유와 규율 사이의 조화

인천공항에서 14시간의 비행 끝에 첫날밤을 보내고 처음으로 답사를 시작한 곳은 뉴욕의 젠마운틴사원(Zen Mountain Monastery)이었다.

뉴욕 캣츠빌 국립공원 내 자리한 젠마운틴 사원은 일본 조동종 계열의 존 다이도 루리 선사의 가르침을 받은 후학들이 수행하는 곳이다.

답사단이 방문한 시간은 점심공양이 시작된 시점이었다. 푸른 눈의 수행자들이 차분히 영어로 오관게(五觀偈)를 하는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젠마운틴사원을 세운 루리 선사는 수행을 8단계로 나누어 지도했다. 1:1면담, 예불, 윤리 정신교육, 운력, 신체적인 연습, 예술적인 연습 그리고 학문적인 연구 등이다. 특히 자연 속에서의 마음수행을 강조한다. 이런 가풍에서일까. 오관게를 한 대중들은 드넓은 풀밭 위에서 삼삼오오 채식 파스타를 즐겼다.

조금 멀리서 사원을 보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메인홀 주벽면에 큰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상이 부감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가톨릭 수도원 건물을 인수해 자연스럽게 다양한 종교 배경을 가진 이들이 선수행으로 모여 있었다. 이들에게 불교, 그리고 선 수행은 그 자체로 ‘자유’임을 느낄 수 있었다. 출가자와 재가자가 점심공양 시간 예수상 밑에서 삼삼오오 식사를 하며 수행담을 털어놓는 그들의 모습이 이색적이기만 했다.

답사단의 방문을 맞이하고 사원을 소개한 것은 루리 선사의 제자인 고칸 스님이었다. 진행된 질의 응답에서 고칸 스님은 “일본 조동종의 정통 수행을 잇고 있다. 자연 속에서의 수행과 함께 참선 중심의 수행을 병행하고 있다”며 “다양한 현대 사회에서 미국의 명상인구는 늘고 있으며, 그 이유는 스스로를 돌아 볼 수 있는 명상의 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칸 스님은 “미국의 다른 명상센터와 젠마운틴센터의 다른 점은 전문 수행자인 스님이 지도를 하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간화선 또한 그 원류를 지켜온 스님들이 있기에 일반인들을 전문적인 수행으로 자연스럽게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진 설명에서 젠마운틴 사원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도 규율을 지키는 곳임을 알수 있었다. 특히 이성문제에 대해 수행 입문하는 이는 입문 후 금욕을 유지할 것을 강조한다.

사원 내에서는 검은색 승복을 입은 스님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미국 내에서도 이러한 선센터가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에서 속속 생겨나는 명상마을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한가로운 블루클리프 사원

 

다양한 명상수행의 보고(寶庫)

첫날 오후에 두 번째 일정으로 방문한 뉴욕의 블루클리프 사원(Blue Cliff Monastery)서는 생활과 밀접한 수행가풍을 느낄 수 있었다. 해먹에 몸을 누이고 책을 읽는 스님부터, 조용히 마당을 쓰는 수행자, 식당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이들까지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2007년 프랑스 플럼 빌리지의 스님들과 제자들에 의해 문을 연 블루클리프센터는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에 따르고 있다. 많은 수행자들이 마음챙김 수행(mindfulness)을 하는 곳으로 종이 울리면 각자 하던 일을 멈추고 순간의 자신을 돌아보는 수행을 한다.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일과생활을 하던 중 잠시 수행을 하고, 또 생활 속에서도 이러한 수행력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넷째날 방문한 뉴욕 개리슨 인스티튜트(Garrison Institute)에서는 열린 플랫폼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에 새겨진 성화를 비롯해 어느 수도원과 다를 바 없는 곳에서 이들은 수행을 하고 있었다. 성당과 같은 곳의 중앙에는 불상이 모셔져 있었다.

또 기독교의 수행부터 티벳 불교 수행 등 다양한 수행을 하는 이들이 함께 토론도 하고 함께 수행하는 모습에서 다문화와 다종교 사회에서의 긍정적인 미래가 그려졌다.

달라이라마의 인스티튜트 방문 이후 티벳불교의 영향으로 불교명상이 주가 됐다는 안내자의 설명에서 한국불교의 세계화의 필요성 또한 느껴졌다.

LA 호숫가에 포행을 하며 명상을 하게 만든 레이크샤린 또한 자연스럽게 사색에 잠기게 하는 곳이었다. 이들 모든 공간에서 식사시간과 수행복, 대화 방식을 보더라도 일반인들이 불교 수행하면 생각하는 좌선 위주의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수도원을 개조해 만든 개리슨인스티튜트에서 강좌를 듣는 수행자들.

미국의 대표적 명상센터의 특징

우리는 수행을 주로 수행자, 특히 스님이 중점적으로 하는 것이란 생각이 있다면 미국의 명상센터는 일반시민들이 삶의 여유를 느끼고, 사색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접근한다는 차이가 있다.

미국 사회에서 요가 위주의 호흡과 명상을 통한 영성 수행이 먼저 전개된 이유도 이런 차이에 의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인도 아유로베다에 바탕을 둔 건강식과 음식, 춤 등 새로운 미국식 요가가 유행하고 있다. 수행의 생활화, 삶을 바꾸는 수행이 곧 미국에서의 명상 수행인 것이다.

젠마운틴사원(Zen Mountain Monastery)에서 루리 선사가 초기 미국사회에 수행법을 소개할 때도 꽃꽂이나 그림그리기 등을 결합한 수행법을 선보였다. 생활 속에서 쉽게 명상을 할 수 있도록 보다 친절한 접근을 한 것이다. 블루클리프 선원 또한 전화를 3번 울리는 동안 받지 않고 마음챙김을 하는 등 구체적인 생활 속 수행법을 알려주는 곳이었다.

개리슨 인스티튜트의 경우에는 소모임이 활성화 돼 여성운동과 환경운동 등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 답사에서 방문지로 당초 예정된 오메가 인스티튜트(Omega Institute), 원달마센터(Won Dharma Center) 등에서는 심리치료적인 프로그램, 리더십 양성 프로그램 등 생활 속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전통적인 수행법이 대중들에게 선택 받기 위해서는 종교, 인종,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현대화 과정을 거쳐야 할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또 기존 명상수행이 개인의 수행에 그치지 않고 삶의 변화와 사회 문제 해결 등 참여형태로 나타난다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었다.

블루클리프 사원 정원에 조성된 수행하는 모습의 불상들

 

불교명상의 정체성, 선수행서 찾아야

최근 한국불교계는 오대산자연명상마을을 개관하고, 문경세계명상마을 불사에 들어갔다. 삼성과 대웅제약 등 기업단위의 명상마을 구축에 이어 불교계가 직접적인 명상센터, 혹은 마을 운영에 들어간 것이다.

외형적 불사와 함께 내부를 어떻게 채울 것인지란 화두에서 불교계는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그 답은 한국불교의 대표수행법인 간화선의 대중화, 현대화에 있지 않을까.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장인 혜거 스님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명상붐이 크게 일어났듯 우리나라도 현재 명상붐이 크게 일고 있다. 이는 종교가 기존 교리에 바탕을 둔 신앙과 신행에서 생활의 변화를 이끄는 수행 중심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며 “불교명상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세우고 보다 깊이 있는 불교명상을 대중들에게 알려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희승 세계명상마을사업단 단장은 “명상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 사회구성원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사회변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한국은 간화선이라는 불교의 전통수행법이 있는 상황에서 불교명상의 정체성을 잡고 현대화 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돌아오는 날, 무더위 속에 한줄기 선선(禪禪)한 바람이 불어왔다. 한국불교 수행의 변화 방향에 대한 답답함을 날리는 바람이었다. 이 바람처럼 한국 선불교의 새장이 여는, 국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바람이 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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