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걸음마다 담긴 무분별의 지혜
걸음걸음마다 담긴 무분별의 지혜
  • 지운 스님
  • 승인 2018.08.2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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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비경선(慈悲鏡禪)

발-땅 접촉은 상호의존 의미
갖가지 감각이 인과 알려줘
발바닥서 온몸으로 느낄 때
평등 이치 몸소 알 수 있어

경선하기 전 다리풀기
다리풀기 운동은 다음 순서로 한다. 먼저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가면서 여러 차례 돌리면서 발목을 유연하게 한다. 다음은 두 다리의 뒤꿈치를 20~30초 세워준다. 이후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가면서 뒤꿈치를 세우기를 반복한다. 또 한 발을 앞으로 조금 내서 발가락으로 땅을 빠르게 힘껏 쳐서 발가락에 힘을 주고 앞으로 끌어당기면서 순간적으로 발등과 발목을 쭉 펴준다. 그 다음은 외다리 서기를 하면서 허리를 쭉 펴준다. 평형감각을 높이고, 다리 힘을 기르기 위해서다. 또한 경선하기 전 외다리 서기를 통한 발바닥 감각 알아차리기를 하는 것이다.

외다리 서기가 익숙해지면 외다리로 선채로 뒤꿈치 세우기를 왼발 오른발 번갈아 반복한다. 이어 뒤꿈치를 세우고 외다리로 서있는 상태로 다른 편 다리를 앞뒤로 흔든다. 그리고 뒤꿈치를 세우고 외다리로 서있는 상태로 10초 정도 뜀뛰기를 한다.

양손은 허리를 잡고 허리를 좌우로 크게 원을 그리듯이 한두 바퀴 돌려준다. 지팡이(등산용 스틱)를 몸 앞에 짚고 허리를 좌우로 크게 돌려주는 방법도 있다. 그 다음은 발을 땅에 디딜 때 뒤꿈치를 먼저 디디면서 엄지발가락까지 땅에 닿게 한다. 항상 이렇게 딛고 걸으면 발바닥 감각 알아차리기가 쉽다.

걸으면서 발바닥 감각 알아차리기에는 여러 가지 명상방법이 있다. 걷기에 담겨 있는 관계성, 평등의 이치 알고 걷기 감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기가 그것이다. 이것은 일정한 거리를 왔다갔다 하면서 수행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산행이나 먼 거리를 걸을 때는 다양한 걷기명상법이 필요하며, 다양한 기법의 순서를 주변 환경에 맞게 변화시켜야 한다. 걷기명상에서 스토리는 무상, 연기, 인과, 공 등의 법을 효과적으로 알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걸으면서 알아차림의 영역을 온몸으로 확대 오감의 문으로 들어오는 감각 알아차리기 의식의 무분별 영역 넓히기 걷기명상 중 쉬는 시간에 차 마시기 소리 무상 관찰하기 몸과 마음 휴식하기 소나무에 기대 의식 확장하고 관계성 통찰 사유하기 안과 밖의 경계선이 없는 의식의 한 공간 이루기 등 여러 명상이 필요하다. 이 순서를 조합하고 스토리 짜는 것은 걷는 주변 환경에 따라 정한다.

걷기에 담긴 관계성 알기
경선하기 전 다리풀기 운동을 했다면 본격적으로 걷기명상에 들어간다. 걸으면서 발바닥 알아치리기는 가장 기본적인 명상이다. 발과 땅의 접촉은 첫째, 상호의존을 뜻하고 둘째, 접촉이 원인이 되어 갖가지 감각이 일어나므로 인과의 뜻이 있다. 상호의존은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뜻하며 생명의 활동을 뜻한다. 독립되어 있는 생명체는 없기 때문이다.

발과 땅의 접촉으로 물리적 현상만이 아니라 심리적 현상도 나타난다. 의도가 그것이다. 발바닥 감각 알아차리기는 의식이 발바닥에 있기 때문에 의식이 머리에 있을 때보다 번뇌 망상이 줄어들거나 없어진다. 그렇지만 알아차리기 힘든 미세한 의도는 여전히 일어난다. 왜냐하면 의도가 일어난 후에 행위(움직임)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의도가 원인이 되어 행위라는 결과가 생기는데 이 인과 사이에는 사람, 동물, 남자, 여자, 자아, 자성 등의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원인과 결과만 있다. 그러므로 걷는다는 것은 모든 존재가 관계성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생명의 활동이고 차별성이 사라졌으므로 평화 평등의 실현이다.

이러한 이치를 알고 걷는다면 그 걷기는 명상이 아닐 수 없다. 그 의미는 성차별과 계층 간의 차별을 없앨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구촌에는 각종 개발 및 동물의 포획 그리고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직격탄을 맞아 지구상의 생물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현재 ‘6번째 대멸종으로 부를 만큼 빠른 속도로 생물종이 사라진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과학자들은 소행성 충돌과 같은 외부요인이 아닌 특정 생물(인물)이 원인이 돼 생물종이 사라지는 건 지구 역사상 처음이라고 지적한다.

환경파괴와 일시적인 생태계 이상 현상은 복원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생물의 멸종은 돌이킬 수 없다. 모두 분노에 의한 전쟁, 테러, 탐욕이 불러온 결과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에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인류에게 돌아온다는 점에서 우리는 탐욕과 분노를 다스려야 한다.

탐욕과 분노는 상호의존, 인과, 평등이라는 이치를 모르는 어리석음에서 비롯된다. 탐욕과 분노를 줄이고 없애는 것은 모든 존재가 관계성 속에서 살아간다는 평등의 이치를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방법은 평화 평등을 실현하는 데 있다. 걷기명상은 바로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기
현대인은 사물을 간접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인식의 오류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발바닥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것은 직접 사물을 인식하는 방법이다.

땅의 조건에 따라 일어나는 감각은 딱딱하거나 부드러움, 통증 등 다양하다. 처음에는 강하게 자극되는 감각부터 즉각 알아차린다. 그리고 감각은 순간순간 바뀌기 때문에 알아차림도 민첩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감각되는 것이 물리적으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이 있다. 그리고 이를 알아차리는 정신적 현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물리적 현상의 과정과 정신적 현상의 과정을 알아차림으로 즉각 구분해낸다면 지혜가 생긴다.

이후 다양한 감각들의 공통되는 현상을 알아차린다. 공통되는 현상은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이다. 땅의 조건에 따라 발바닥의 감각이 달라짐을 알아차리고, 발을 들고 나아가는 조건에 의해 감각이 일어나고 사라진다. 이것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우리는 구분 또는 분별하는 것을 머리로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상을 즉각 알아차리는 훈련을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사라짐이 다르다는 것을 구분할 수 있다. 이때 일어나고 사라지는 무상의 지혜가 생긴다. 나아가 무상의 발과 땅의 상호의존, 인과 속에서 자아 없는 무아의 지혜를 체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발바닥과 땅의 접촉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각을 알아차리면 직관력이 생기면서 머리로 헤아리는 분별심의 오류를 줄이고 추론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단순히 발바닥 감각 알아차리기만으로도 일상생활에서 통찰력(지혜)을 기르는 것이다.

걸으면서 무상 관찰하기
앞의 과정을 통합해 무상 관찰한다. 이 순간 깨어있다는 것은 마음이 과거로, 미래로 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이 과거와 미래로 왔다갔다 하는 것은 모두 번뇌다. 과거의 기억도 미래의 추상도 현재 이 순간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깨어있음은 모든 정신적 문제를 해결해준다. 지금 이 순간 깨어있기는 발바닥 감각의 4단계 알아차리기를 통해 이뤄진다.

부드러움, 딱딱함, 통증 등 발바닥의 다양한 감각을 알아차린다.

발바닥에 다양한 감각이 일어남과 사라짐을 관찰한다.

지나간 감각이 돌아오지 않음을 관찰하고, 미래의 감각도 오지 않아 없음을 알아차린다.

과거와 미래의 감각이 없음을 알아차리고, 현재의 감각도 머물지 않음에 마음을 머물게 한다. 이렇게 반복해 익히면 걸으면서 늘 깨어있게 된다.

온몸으로 확대해 알아차리기
발바닥의 감각만 알아차리는 걷기명상은 환경에 따라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산행이나 먼 거리를 갈 때, 주위가 산만하고 복잡할 때가 그렇다. 산행을 할 때는 의식의 공간을 넓혀야 한다. 먼 길을 갈 때는 지루할 수 있어 알아차림 영역을 넓혀 대처해야 한다.

걸으면서 알아차림의 영역을 온몸으로 확대하면 무분별의 거울 같은 마음이 생기게 하는 명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우선 나무에 기대어 알아차림의 영역을 온몸으로 확대해보자.

발바닥에서 발등, 발목, 정강이와 장딴지, 무릎으로, 다시 무릎에서 발바닥까지 거울 같이 비춰보면서 감각을 알아차린다. 다음은 허리에서 발바닥까지, 어깨에서 발바닥까지, 정수리에서 발바닥까지로 알아차림 영역을 넓힌다. 이처럼 알아차림의 영역을 온몸으로 확대하고, 걸으면서 온몸으로 알아차리는 명상을 한다. 즉 오감의 문으로 들어오는 발바닥의 촉감, 시각의 대상, 귀로 듣는 소리들, 후각을 자극하는 냄새, 차 마실 때 느껴지는 미각 등 감각을 알아차리는 걷기명상을 한다.

가만히 서서 눈으로 산의 능선, 나뭇가지, 바위 등을 보고 의식을 가장 먼 곳에 걸쳐두면서 무분별의 영역을 넓히자. 의식의 공간을 넓혀두면 걸을 때 온몸을 거울같이 보는 힘이 좋아지고, 오감의 문으로 들어오는 감각을 알아차리기가 쉬워진다. 그리고 몸이 가벼워진다.

쉬는 시간에 차 마실 때는 혀에서 일어나는 미각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찻물이 뱃속으로 들어갈 때 차 맛을 느낄 수 없음을 알아차리자. 뱃속에는 차 맛을 아는 주체적인 자아가 없다는 무아의 이치를 알아차리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걸어가면서 알아차림의 영역을 넓히고, 거울 같이 비추는 것은 무분별을 확장시키는 방편이다. 의식의 공간이 넓어지면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상호의존과 불이(不二)인 평등의 이치를 분명하게 아는 지혜가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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