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內 재가보살·법사 조명 연구 ‘눈길’

2018년 가을학기에 동국대에서 11명의 불교학 박사가 배출됐으며, 중앙승가대에서는 1명의 박사가 나왔다. 이들 가을학기 박사 학위자들의 박사 논문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유마경〉에 나타난 재가보살사상

정화 스님(동국대 불교학과)

정화 스님(동국대 불교학과)은 ‘〈유마경〉의 재가보살사상 연구’를 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마경〉은 대승불교 초기에 성립된 경전으로서 대승불교가 성립될 당시의 사회상과 사상적 내용을 잘 나타내고 있다.

특히 재가불자도 올바른 수행을 통해 성불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화 스님은 〈유마경〉의 성립과 경전의 구성, 〈유마경〉의 재가보살사상을 분석하고 유마거사의 포교방법을 현대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살폈다.

정화 스님은 유마거사의 포교 방법을 통한 현대 재가 포교 방안으로 △생애주기와 욕구를 바탕으로 포교 대상을 분류한 프로그램 개발 △장소에 국한되지 않는 포교 △승려들의 적극적 참여와 종단·교구본사 중심한 포교계획 수립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스님은 “일반인들의 인생주기, 성별에 따른 차이를 인식하고 그들의 욕구를 알아봐야 한다”면서 “대상자 집단의 현재 활동범위와 사고방식과 생각도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분류와 대상에 맞는 포교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비달마교학 인과관계 살피다

제홍 스님(동국대 불교학과)

제홍 스님(동국대 불교학과)의 박사학위 논문은 ‘아비다르마교학의 인과관계와 찰나멸 연구-〈구사론〉을 중심으로’이다.

제홍 스님은 아비달마교학 사상 중 〈구사론〉의 저자 세친(Vasubandhu)의 찰나멸설(자발적 소멸논증)과 세친 이후의 논사들에 의해 발전된 찰나론과 이를 포함한 불교논리학의 논증식에 주목했다.

스님은 논문에서 아비달마교학에서 논의되는 인과관계를 살피고, 이들 논사들의 논증식의 전개 과정을 통해 인과관계의 범위와 이에 관한 정의들을 논구했다. 또한 세친 이후 논사인 라뜨나까라산띠와 즈냐나슈리에 대한 논증 과정도 분석했다.

제홍 스님은 “세친 논사의 존재성으로부터의 추론은 ‘존재는 원인을 기다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비존재화한다’는 순간적 존재성, 자발적 소멸논증으로 확립됐다. 이것은 인과론의 입장에서 존재와 본성에 대한 분석을 보다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각 논사들의 논쟁방식과 당시의 논리학의 체계가 형성돼 왔음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법화경〉에 나타난 법사는

선우 스님(동국대 인도철학과)

선우 스님(동국대 인도철학과)은 ‘〈법화경〉의 법사에 대한 연구’를 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님은 논문에서 다른 경전보다 법사를 중시했던 〈법화경〉의 취지와 사상을 고찰하고 현대 포교 현장의 주역들에게 법사의 이상형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선우 스님은 〈법화경〉의 ‘법사품’과 ‘법사공덕품’을 주요 텍스트로 법사의 개념과 위상, 이상형 등을 조명했다. 또한 출가법사, 재가법사, 템플스테이와 법사로 나누어 법사의 현대적 적용을 살핀 것도 눈길을 끈다.

특히 오랫동안 템플스테이를 운영했던 스님이 주목한 템플스테이와 법사의 관계는 주목할 만하다.

이에 선우 스님은 “템플스테이를 〈법화경〉의 법사에 비춰 본다면 설법자와 청법자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모두가 템플스테이 법사가 된다”면서 “또한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법사가 될 수 있는 기본 조건인 ‘일게일구’를 통한 ‘일념수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운영 사찰은 이 시대에 ‘여래사’를 탄생시키는 가장 큰 도량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영자와 참가자는 모두가 여래사가 되고 본인이 끝내 성불할 사람이라는 것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보내고 도반이 되는 시간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까규파 ‘마하무드라’ 수행 고찰

일문 스님(동국대 선학과)

일문 스님(동국대 선학과)의 박사학위 논문 ‘제9대 까르마빠 왕축 도르제의 마하무드라 연구’는 티베트 불교의 종파 중 하나인 까규파의 전승 법맥의 수장들과 대표 수행법인 ‘마하무드라’를 연구·소개하고 있다.

스님이 주목한 까르마빠는 제9대인 왕축 도르제이다. 논문에 따르면 왕축 도르제는 전 생애를 통해 괄목할 만한 위업을 남겼고, 자신도 치열한 마하무드라 수행을 한 인물이다. 

마하무드라(Maha-mudra-)는 한문으로 대수인(大手印)이라 하며, 티베트어로 착갸 첸뽀(Phyag rgya chen po), 또는 착첸(phyag chen) 등으로 표기한다.

특히 일문 스님은 왕축 도르제가 저술한 〈마릭뮌쎌(Ma rig mun sel)〉을 텍스트로 그가 심화시킨 마하무드라 수행법을 살폈다.

“예비 수행과 두 가지 본 수행 지와 관, 그리고 마무리 수행으로 구성된 〈마릭뮌쎌〉은 마하무드라 수행 성취를 위한 정형화된 가르침”이라고 평가한 일문 스님은 “마하무드라의 가르침은 우리의 마음에 분별 망념과 법신이 본래적으로 함께 하고 있는 것임을 자각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개념은 한국 불교의 간화선 전통에 있어서도 낯설지 않은 표현이다. 선가(禪家)에서 말하는 생함이 없고 멸함이 없는(無生無滅) 청정한 자심(自心) 자리를 바로 보아 직지인심(直指人心) 하는 자리를 보여 줌과 다름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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