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 조계사 안팎서 서로 다른 대규모법회
교권수호대회 종정 교시 봉대 '종단 안정' 천명
전국승려대회 측 직선제·비구니 참종권 등 결의
승려대회 법적 지위 논란 예상… 갈등 장기화되나

조계종은 8월 26일 오후 1시 30분부터 종정 진제 스님을 증명으로 ‘참회와 성찰, 종단 안정을 위한 교권수호 결의대회’를 봉행했다. 사진은 참가대중의 삼귀의례를 하는 모습

설정 스님의 총무원장 사퇴 이후에도 조계종 내홍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급기야 같은 날 두 세력으로 나뉘어 한쪽은 교권수호, 다른 한쪽은 적폐청산을 외치며 대규모 행사를 벌였다. 수백여 명의 경찰벽을 사이에 두고, 조계종 총본산 조계사 안과 밖은 정반대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집행부 참회·종단안정 최우선
먼저 조계종 집행부를 비롯한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등 주요인사들은 826일 오후 130분 종정 진제 스님을 증명으로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참회와 성찰, 종단 안정을 위한 교권수호 결의대회를 봉행했다. 조계사 밖에서 진행되는 전국승려대회 맞불법회 성격으로 마련된 이 행사에는 전국에서 1만여 명(주최 측 추산)의 스님과 신도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서 대중은 최근 조계종 총무원장 등 핵심 지도부를 중심으로 제기된 의혹에 대한 참회와 성찰을 다짐하고, 앞서 종정 진제 스님이 내린 교시를 받들어 종단 안정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봉행된 교권수호 결의대회. 이 대회는 승려대회와 맞불법회 형식으로 열렸으며, 주최 측 추산 1만여 대중이 운집했다.

중앙종회의장 원행 스님은 국민과 종도들이 얼마나 염려하고 있는지, 또 소임자들에 대해 얼마나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참으로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면서 우리는 깊이 성찰할 것이다. 부처님 법대로 살아왔는지, 스스로 자정 능력을 길러왔는지, 정법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는지 뼈를 깎는 자세로 조고각하할 것이다. 그 다짐을 이 자리서 엄숙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앙종회 법제분과위원장 만당 스님과 각화선원장 노현 스님,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은 각각 연설을 통해 법과 제도 정비 MBC 시청 거부 종헌종법 등 교권수호에 나설 것을 밝혔다.

특히 총무원장 권한대행 진우 스님은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지금은 비록 아프지만 한국불교가 오늘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길을 반드시 열어갈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놓지 않고 지켜봐주시길 바란다면서 종단은 하루속히 안정과 화합의 제자리를 찾아 사회와 국민의 모든 일상의 걱정을 거두고, 희망과 행복을 나누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교권수호 결의대회에서 종정 교시를 대독하고 있는 원로의원 일면 스님.

승려대회 한국불교 개혁선언
반면 조계사 맞은편에서는 국민대참회와 종단 개혁을 위한 전국승려결의대회(이하 승려대회)가 봉행됐다.승려대회에는 전국선원수좌회 의장 월암 스님,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명예대표 퇴휴 스님, 조계종을걱정하는스님들의모임 상임대표 원인 스님을 비롯해 전국에서 모인 200여 스님과 재가 사부대중 3000(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이날 월암 스님은 봉행사를 통해 한국불교 개혁을 선언했다. 스님은 현재 한국불교는 부처님 유지를 잃어버리고 출가정신을 훼손하고, 신심 있는 불자를 욕되게 하는 등 무간지옥의 업보를 연출하고 있다철부지 아이가 흩트려 놓은 것을 치우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현재 한국불교의 상황을 참회한다고 밝혔다.

이어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이야기 하지 못함은 오늘날 촛불혁명 시대에 유신과 식민의 망령이라며 발심과 원력으로 이 결의대회에서 한국불교 개혁을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전국승려대회는 조계사 맞은 편 차도에서 개최됐다. 스님들은 노상에서 적폐청산을 외쳤다.

또한 이날 참가 대중은 제도 개혁 결의안을 채택했다. 단상에 오른 퇴휴 스님의 결의문 동의에 참가자들은 동의로써 화답했다.

이를 통해 대중은 총무원장 직선제 비구니 스님들에게 평등한 참종권 부여 승가복지 완전 실현 은처·비리승 퇴출 법사제도 활성화 및 승가 개편 중앙종회 해산 등을 결의했다. 또한 이 같은 종단 개혁이 완수될 때까지 종단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정진할 것도 다짐했다.

승려대회 이후에는 재가자가 중심이 된 적폐청산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 증명법사로 나선 설조 스님은 종정 진제 스님의 교시에는 한 가지가 빠졌다고 운을 띄운 뒤 “‘사기협잡 승려·적주비구같은 적폐를 청산하는 교시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기 있는 대중이 더 큰 목소리, 행동을 할 보여야 할 때다. 더욱 분발하고 발심해 불교가 사회 화합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적폐청산 결의대회에서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멸빈 결의문 채택과 한국불교 개혁을 위한 국민적 동참을 요구하는 글 등이 발표됐다. 또한 승려대회 측은 조계사 일원을 행진하고, 일주문 앞에서 정진 뒤 큰 충돌 없이 회향했다.

승려대회 측 스님들이 참회 정진을 하고 있다.

종단 갈등 장기화 전망
이처럼 같은 날 조계종이 둘로 나뉘어 서로 반대되는 행사를 개최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온 종단 갈등은 앞으로도 장기화될 전망이다.

승려대회 주최 측은 “1994년 승려대회를 통해 종헌이 개정됐기에 승려대회의 법적 지위가 인정된다며 대회의 초법적 권한을 주장하고 있지만 종단 집행부와 중앙종회 측은 이를 일부세력의 불법집회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중앙종회는 오는 96일 임시회를 소집해 종단을 비방하는 세력에 대해 대처하는 해종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승려대회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어서 양측의 화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권수호 결의대회에서 정진하는 불자들.
승려대회가 끝난 뒤 불자들이 조계사 일원을 행진하며 종단개혁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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