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말숙 불교호스피스협회 봉사자

호스피스 세미나에 참석한 진말숙 봉사자(사진 왼쪽 첫번째)와 도반들.

 ‘The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다 ⑬

사람은 살다보면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죽기 전 잠시나마 인생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하지만 대부분 인생의 정리작업이 쉽지가 않다.

불교호스피스협회 진말숙 봉사자는 말기 암환자들의 마지막 인생을 정리하는 일을 도와주는 도우미다. 호스피스 활동을 통해 그녀는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다.

12년 전 울산 정토마을에서 불교호스피스 교육을 받은 이후로 그녀는 울산대 9병동 봉사팀에서 매일 봉사를 하고 있다.

“항상 ‘봉사 해보고 싶다’는 문장이 마음 깊숙이 있었어요. 마침 정토마을 불교호스피스 교육이 있는 것을 알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처음 봉사 때는 울산대까지 제 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이렇게까지 봉사하러 가야 하나 했지요. 그런데 봉사를 하고 집으로 달려오는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그녀는 봉사를 해보지 않은 이들은 느끼지 못한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스스로의 삶에 활력소가 되는 것이 봉사이고, 오히려 봉사를 받는 기분이라고 말이다.

“처음 봉사라는게 무엇인지 알기 위해 시작했는데, 한 중년 남자 환자를 만났습니다. 시골 동네의 이장도 하시고 왕성한 시기에 찾아온 암이 야속하기만 한 상황이었습니다. 환자와 가족 모두가 병원생활에 집안일이 밀려 저에게 환자를 맡기고 가족분들이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환자분이 마음을 열지 않아 힘들어 했지만 점차 마음을 여셨어요.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죠.”

그녀는 한 달이 지날 때쯤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누구세요?”

“아 예, 누구 누구의 아비입니다.”

“죄송합니다. 못알아봐서요,”

“아닙니다. 너무 고마웠습니다. 일 다 치르고 생각이 나서 인사드리려고 했습니다.”

전화를 받고 오히려 미안한 감정이 솟구쳤다는 그녀는 이때의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환자들을 대한다고 했다.

그녀는 호스피스 활동은 환자뿐만이 아니라 환자 가족 삶의 질도 함께 높이는 것이라며 보다 많은 불자들이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 나이가 이제 70세입니다. 조금씩 저도 아픈 곳이 생기고 있지요. 하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봉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이렇게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게 제가 건강하고 살아있다는 증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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