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 석정스님의 편지

다녀갈 때면 늘 대문 밖에까지 나와 배웅해 주시던 석정 스님이 돌아가시기 전, 원상, 달마대사, 관세음보살 등 작품 세 점을 편지 한 통과 함께 보내 주셨다. 그 편지를 그대로 옮겨 본다.

보살님, 무덥고 비 나리는 삼복에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나는 요즘 죽은 뒤에 몸을 동대병원에 기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죽은 뒤에 몸을 썩혀 내버리거나 태워버리는 것보다는 피 한 방울, 털 한 개라도 쓸 수 있으면 좋고, 몸을 학습용으로 써도 보람 있는 일이고, 이 일이 나의 마지막 작은 효도라 생각했습니다. 보살님에게 알려드리고 싶어서 몇 자 적었습니다. 측근에서 몇 사람이 동참하기로 하고 백중 후에 일부러 내려와서 수속해 준답니다.- 신묘 여름 석정 상

 

화경 어린이

화경이는 할머니께서 〈금강경〉 읽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금강경〉을 읽으며 광명진언 독송을 일과처럼 수행하는 초등학교 어린이다. 어려서부터 품어 주시며 키워 주신 할머니께서 노환으로 누워 계신 채 시간이 많이 흘러가고 있다. 요즈음 화경 어린이는 “할머니 오래오래 사시고 우리 엄마, 아빠 행복하게 살게 해주세요”하며 기도한다고 했다. 어린 마음이 바로 부처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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