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 6개월 차를 맞았다. 6개월간 전국에서 4만3000여 명, 서울지역에서 2만5000여 명이 연명의료 중단을 사전에 신청했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은 제각각이다. 이중 불치병의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인공호흡기 등에 의존한 연명치료로 생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 중 일부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연명치료를 받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도입된 법이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 10월부터 생전에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 연명의료계획서를 받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진행한데 이어 연명의료결정법을 통해 올해 2월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사전 연명의료 중단은 호스피스 의향을 밝힌 것과 같다. 호스피스 관계자들은 불의의 사고나 갑작스런 병마로 연명치료를 받게 되면 이를 중단하는 결정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이를 신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연명의료에 대한 본인 의사가 없을 시 가족 등 세상에 남은 사람들에게 결정의 책임이 넘어가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전국에서 4만3000여 명이 신청하고 지금도 폭발적으로 신청자가 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상황을 반증한다.

이런 가운데 정작 불교계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이 미흡한 실정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국가에서 지정한 등록기관에서 전문 상담사의 설명을 듣고 작성하며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등록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은 현재 86개가 운영 중으로 등록기관 유병별로는 의료기관 46곳, 복지재단 등 민간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 20곳, 고창군보건소를 포함한 지역 보건의료기관 19곳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다.

이들 중 불교계 기관은 단 3곳에 불과하다. 등록 기관이 소수인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불교계 등록기관을 통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의 접근성은 떨어지고 있다.

서울 지역 사전연명의료계획서 등록기관인 불교여성개발원은 8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5월 2월 상담사 등록 사전교육을 진행했고, 17명의 상담사가 등록해 활동, 총 133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했다고 밝혔다. 상담사 교육 후 등록을 통해 늦게 상담과 접수를 받은 결과이기도 하지만 서울지역 2만5000여 명의 등록 수준에 보면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진다.

상담과정에서 불교계 기관에서 상담 후 등록을 결정하면 자연스럽게 불교 호스피스에 대한 사전 신청이 늘 수 밖에 없다. 임종을 앞둔 불자들에게 불교사상에 근간한 웰다잉을 전하기 위해서라도, 또 남은 불자가족들에게 불교적 삶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불교계 기관들의 활발한 동참이 필요하다.

불교계에는 장기기증기관인 생명나눔실천본부, 공익법인인 아름다운동행 등 많은 유관기관들이 있으며 동국대 병원 등 종립병원 또한 있다. 기존 불교계 사전연명의료계획서 등록기관간의 유기적인 소통과, 유관 기관과의 협력 또한 필요한 실정이다.

이제는 죽음, 특히 웰다잉에 대한 불자들의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어느 종교보다도 생사에 대한 가르침이 많은 불교계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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