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이렇게 무서운 줄은 몰랐다. 우리 선조들은 더위보다 추위를 무서워했다. “춥고 배고프다”라는 말은 자신의 어려움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어귀였다. 그런데 지금은 한 달여간 지속되고 있는 폭염의 쓰나미 앞에 모두 허둥지둥이다.

8월 15일까지 폭염 피해의 발표를 보면 그 규모가 매우 크다. 온열질환 사망자는 모두 48명으로 역대 최다이다. 농산물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돼지, 닭 등 가축 457만 마리가 폐사되었고, 양식장의 피해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고 한다. 사람의 먹이로 키워졌다가 더위에 죽어가는 축생과 물고기들의 시신을 보면 이 업을 어이할꼬 하는 한탄이 저절로 나온다.  
 

올해 역대 폭염 기록에 모두 허둥지둥
남북관계·경제상황, 꽉 막힌 소식뿐

조계종 상황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탐진치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 같아
수행자의 자세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작금 상황, 한국불교가 만들어낸 공업
현 사태가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되길
폭염도 가고 시원한 가을이 오고 있다


그런데 이 폭염을 피할 시원한 그늘이 없으니 이를 어쩌랴. 정상회담 등으로 남북관계가 시원하게 뚫릴 줄 알았는데 이게 얼마나 순진한 기대였던가를 알게 되었다. 또한 자영업자는 장사 못하겠다고 한탄이고, 청년 실업의 문제는 금융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한다. 노후를 보장할 국민연금도 불안하다고 한다. 다 이렇게 꽉 막힌 소식뿐이니 이 더위에 더욱 숨이 막힌다. 그러나 이 무엇보다도 불교인들을 숨 막히게 하는 것이 있으니 조계종단의 내분과 혼란이다.

조계종단의 내분과 혼란은 붓다의 제자들을 실망케 하고, 분노케 하고 그리고 슬프게 만든다. 붓다의 가르침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일어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 같이 보인다. 붓다 가르침의 핵심은 탐진치에서 벗어나 대자유인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탐진치 번뇌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리라.
 

방영준/성신여대 명예교수

붓다 재세 시의 승가 집단에서도 탐진치로 인한 승가내의 여러 문제로 붓다의 고뇌하는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는 내용이 많다. 그래서 치열한 수행을 하는 것이다. 탐진치의 고해 바다에서 침몰되지 않으려고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종단의 다툼에 수행자의 자세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종단의 현장을 보고 있는 많은 수행자와 재가불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다. 심산 사찰에서 하안거하는 많은 수행 스님들, 붓다의 가르침을 전하려고 고군분투하시는 전법 스님들, 붓다의 가르침을 만난 기쁨에 환희하는 많은 재가불자들. 이분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부끄러울까?  

불교의 업사상에 공업(共業)이 있다. 공업은 개인적인 차원을 벗어나 집단내의 구성원에게 공통하는 업이다. 오늘의 조계종 문제는 개인의 차원에서 발생된 것이 아니라, 한국불교가 가지고 있는 구조와 제도, 그리고 관습에서 유래된 문제에서 출발되었다고 본다. 즉, 오늘의 한국불교가 만든 공업에서 나온 것이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에서 나오는 구절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를 상기해 본다. 오늘 조계종단이 겪고 있는 이 아픔은 한국 불교의 새로운 출발을 위한 소쩍새의 피나는 울음이 되기를 바란다.

21세기 지구별은 지구인들이 지은 공업으로 큰 아픔을 겪고 있다. 이번 여름에 겪고 있는 고통도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지구인의 공업의 결과다.

이러한 지구별의 위기 속에서 붓다의 진리는 새로운 가르침으로 세계인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불교의 사명도 커지고 있다.

이번 종단 사태가 한국불교가 새롭게 재탄생되는 촛불이 되도록 간절히 기도한다. 그렇게 되면 그까짓 폭염이야 얼마든 견딜 것이다. 이제 폭염이 지나가고 시원한 가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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