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을 찾아서/보영 스님 편저/조계종출판사 펴냄/1만 5천원

수행 전환점이 된 법장보살과의 만남
젊은 날 인생의 전환점에서 출가의 길을 택했다. 승단의 교육을 받고 매일 예불과 수행을 반복했다. 오로지 지극정성으로 엎드려 예불하는 것이 참된 승려의 자세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신앙에 대한 자각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느 날 법장(法藏)보살을 만났다. 그 분의 수행과 고뇌의 과정을 하나하나 살폈다. 진정한 수행사문의 모습을 몸소 시현해 중생들을 깨닫게 해주신 분이었다. 그 깨달음의 내용은 바로 염불의 세계였다. 법장보살과의 만남은 수행에 크나큰 전환점이 됐다. 저자 보영 스님을 법장보살의 세계로 이끈 이는 스승 다카하라(高原)였다. 그는 진정한 정토신앙인으로서 곧은 가르침을 전해 지금의 저자로 설 수 있게 했다. 이 책은 35년 전 일본 승려학교서 스승의 가르침을 받던 당시 읽던 〈혼의 궤적〉(요네자와 히데오)을 참고삼아 국내 불자들이 이해기 쉽게 집필해 엮었다.


법장보살, 마침내 아미타불이 되다
제 1장(정토블교의 탄생)은 법장보살의 이해를 위한 안내의 장이다. 법장보살은 〈무량수경〉에서 아미타불의 전신으로 등장한다. 이 세상에 나타나서 53분의 부처님에게 차례로 가르침을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자재왕 부처님을 만난다. 법장보살은 세자재왕 부처님 앞에서 48가지 본원을 이야기 하면서 이 본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부처가 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그리고 법장보살은 스스로 5겁 동안 본원 성취를 위한 수행에 매진하여 마침내 불국토가 완성되고 아미타불이 되었다. 아미타불은 서방 극락세계의 교주로, 지금도 그곳에 상주하며 설법을 하는 부처님이다.

제 2장(극락정토의 장엄)은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詩)로 시작된다. “누군가가 갑자기 저녁식사 자리에서 일어서 박차고 나간다.

그러고는 쉬지 않고 어디까지나 언제까지나 한없이 걸어간다.

동방(東方)의 어떤 작은 시골마을에 그가 가고자 하는 안식처가 있는 것이다. (하략)”

일상성에 안주하지 못하고 항상 현실과는 다른 세계에 매몰된 인간의 숙명을 노래한 시다. 저자는 일가의 단란하고 즐거운 저녁 자리를 돌연히 박차고 나간 주인공은 과연 누구인지를 묻는다. 그러면서 가출과 출가의 의미를 되새긴다. 석가모니부처님 이전에도 수많은 수행자가 세속적인 행복을 뒤로하고 집을 떠났다. 그 수행자들은 법장보살처럼 세상을 뒤로한 채 고행림으로 들어가 생사가 보장되지 않은 고행의 길을 걸었다. 그들은 그 도정에서 자신의 구제는 물론 일체 중생의 제도에까지 마음을 두었다. 그것은 바로 보리심(菩提心)이었다.


〈탄이초(歎異抄)〉 인용하며 ‘숙업(宿業)의 염불’ 설명
제 3장(염불의 전등)에서는 신란(親鸞, 1173∼1263)대사의 가르침을 기록한 오래된 일본 불교 책 〈탄이초〉를 인용해 숙업(宿業)의 염불을 설명해나간다. 저자는 스승의 가르침으로 타력 염불을 만나게 되었다. 그 감회를 이렇게 기록했다.

“나는 그 불가사의한 힘에 의해 이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불가사의하게도 나는 번뇌에서 해방이 성취되고 자유독립이 달성되어 내가 걸어가고 있는 앞길에 찬란한 광명이 빛나고 있습니다. 법장보살이 성취하신 비원의 가피가 십겁이 지난 지금 새삼스럽게 나에게 사실이 되어 부처님의 숨결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염불과 주문(呪文)은 같은 걸까, 다른 걸까. 염불을 무자각적으로 무작정 외우는 주문(呪文)과 같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던 것이 조사들의 사유에 의해 진정한 염불로서의 생명이 불어넣어졌다. 그 염불은 교주인 석가모니부처님의 근본적인 가르침이며, 그렇기에 불교의 생명으로 자각된 것이기도 하다. 주문과 염불은 분명 다르다. 주문의 염불에는 힘이 없다. 자각의 염불을 하고 나서 비로소 처음으로 어리석은 나, 둔감했던 나가 움직인다. 자각의 염불만이 진실된 길을 걷는 힘을 갖게 해준다. 염불자로서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고민과 고통에서 탈각하려고 할 때 선지식과 만남을 통해 가르침에 대한 진의를 접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에게 염불이 진정한 신심으로서의 자각으로 바뀌게 된다.

석가모니부처님으로부터 유전해 온 염불 전통은 인도의 용수(龍樹)보살과 천친(天親)보살 그리고 중국의 담란(曇鸞)대사, 도작(道綽)대사, 선도(善導)대사로 이어졌다. 또한 한반도에서도 통일신라의 원효(元曉)대사, 의상(義湘)대사(625~702), 경흥(憬興)대사 등을 거쳐 지금의 저자에게까지 염불의 전통이 전승(傳承)됐다. 저자는 이는 오로지 아미타불의 불가사의한 5겁 사유의 비원(悲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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