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탄생/미야모토 케이이치 지음/한상희 옮김 불광 펴냄/1만 6천원

경제적 후원 바탕으로 발전한 불교
기원전 6세기경, 인도는 사회적으로, 그리고 사상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특히 갠지스 강 중류 지역의 변화는 기존 질서를 흔들 만큼 획기적이었다. 수확량이 불안정한 밀을 재배하던 다른 지역과 달리 수확량이 안정적인 쌀을 재배한 이 지역에서는 잉여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상업이 발전하고 이로 인해 수공업이 번성하면서 상업 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도시 국가가 차례로 출현한다. 출신 계급보다는 능력을 중요시 여겼을 이 지역서 계급을 중시하는 전통 종교 베다에 반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그와 더불어 바라문의 영향력이 약해지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베다 전통에 반대하는 자유사상가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막강한 경제력을 가진 상인 세력의 지원을 받아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교단을 형성한다. 불교 역시 이 시기 베다에 반발해 생겨난 수많은 사상 중의 하나였다. 불교도 왕과 귀족, 대부호의 경제적인 후원을 바탕으로 교단을 유지하며 오랜 기간 인도 사상계의 우위를 점했다. 그렇다면 당시의 수많은 사상 가운데 유독 불교가 오랜 기간 인도 사상계의 우위를 차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그 이유를 불교가 홀로 고고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다른 사상과의 융합과 대립을 통해 장점은 받아들이고, 부족한 점은 보완하면서 끊임없이 성장,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붓다가 실용주의자이면서 원칙을 고집한 인물이어서다.


실용주의자 붓다가 수용한 것과 아닌 것
불교 발생 당시에는 없었으나 붓다가 받아들인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자이나교의 관습서 유래한 안거이다. 출가자는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 불교를 비롯한 대부분 교단의 기본 원칙이나 우기에 일정한 곳에 머무는 안거가 정착되었다.

살생을 꺼리는 자이나교서 유래된 관습이지만 우기에는 아무리 조심해도 땅위로 올라온 개미를 비롯한 작은 생명을 죽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불교 역시 살생을 금하고 있었던 데다 우기에 외출할 경우 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채택된 이 관습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붓다가 자이나교의 불살생 원칙을 모두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자이나교의 재가신자들은 땅속에 사는 미물을 죽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농업에 종사하지 않을 정도로 불살생을 ‘엄격히’ 지켰다. 자이나교의 원칙서 육류의 섭취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붓다는 탁발을 통해 재가신자에게 받은 고기 요리라면 먹어도 된다고 허용했다. 재가신자는 출가자에게 공양을 올리는 것으로 공덕을 쌓는데, 이를 방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처럼 붓다는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리고 수행에 방해가 되지 않으며, 실용적이라면 기존의 관습을 다소 어기더라도 받아들이는 유연함을 보였다. 당시 발생했던 사상 및 교단의 장점은 받아들이고 부족한 점은 보완했기 때문에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었고, 이런 이유로 기원후 1000년경 인도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해서 사상계를 주도할 수 있었다.


초기불교 문헌 중심 서술한 최초기 불교
대부분 개론서가 대승불교 문헌을 포함해 서술한 것과 다르게 이 책에서는 오직 초기불교의 문헌을 중심으로 이후의 기록,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대승불교의 사상이나 기록을 통해 전해지는 내용은 구분해서 서술을 이어나간다.

붓다 입멸 후 불교가 널리 전파되면서 붓다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래서 붓다의 가르침을 정리하고 해설이 덧붙이면서 붓다의 가르침은 내용이 장황해질 수밖에 없었다. 대승불교 역시 현학적 성격이 강한 부파불교 시대를 거쳐 성립됐으므로 대승불교의 기록이 조금의 변형도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불교 성립 이전부터 붓다 입멸까지의 시기에 초점을 맞춰 서술한 이 책의 성격상 대승불교 문헌을 비롯한 후대의 기록은 자료로 적절치 않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붓다 입멸 이후 첨가된 가르침이나 변형이 적은 초기불교의 문헌을 바탕으로 붓다가 무엇을 말했는지를 서술한다.

그러다 보니 대승불교에 익숙한 독자라면 낯선 내용을 책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붓다를 칭하는 명칭 가운데 ‘따타가따’라는 용어는 우리에게 ‘(중생 구제를 위해) 이와 같이 온 분’이라는 뜻의 ‘여래(如來)’라는 번역어로 알려졌지만, 실은 ‘그와 같이 (피안으로) 건너간 분’이라는 뜻의 ‘여거(如去)’로 이해해야 한다는 내용이나 ‘제행무상(諸行無常)’이 세상의 무상함이나 찰나멸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담은 가르침이 아니라 인간은 그리 오래 사는 존재가 아니므로 수행에 몰두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붓다가 말한 것이라는 내용 등이다.


비교와 대조 통해 선명한 최초기 불교
저자는 이러한 비교와 대조 및 서술을 통해 붓다 당시에 가장 가까운 최초기 불교의 모습을 조금 더 선명하게 그려낸다. 불교 이외의 사상계서 붓다가 받아들인 것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통해 불교 초기의 발전상을 그리면서 독자는 붓다 당시 인도의 사상과 불교가 어떤 관계를 맺어 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발전하였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더불어 다른 관점의 맥락으로 불교를 바라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대승불교의 그것과 비교하는 대목에서는 붓다가 무엇을 말하였는지, 이후 세대를 통해 첨가된 내용을 구분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자신이 알던 내용 가운데 이해하기 어려운 교리적 부분을 더욱 쉽게 이해하고, 잘 알려지지 않아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을 새롭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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