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회의 소집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의사를 밝힌 설정 스님.

어제(21) “산중으로 돌아가겠다며 사퇴의사를 밝히고 총무원청사를 떠난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과 관련해 원로회의가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안을 인준했다. 설정 스님은 원로회의 소집에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불명예 퇴진을 피하고자 했지만 원로회의는 불명확한 사퇴의사를 명분으로 불신임을 인준한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원로회의(의장 세민)822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대회의실서 비공개로 제59차 회의를 열고, 앞서 제211회 중앙종회 임시회서 가결된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이 같이 결정했다. 회의에는 재적의원 23명 중 19명이 참석했다.

회의 직후 원로회의 사무처장 남전 스님은 브리핑을 통해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사직은 인정되나 사직에 대한 법적 다툼을 종식시키고,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해서 불가피하게 총무원장 불신임 인준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사무처의 이 같은 발표는 설정 스님이 기자회견에서 사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한 원로회의의 명확한 법적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설정 스님은 기자회견에서 종단을 변화시키기 위해 나왔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산중으로 되돌아가야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간접적인 사퇴의사만을 밝혔다.

기자회견 이후에는 조계사 대웅전을 참배하고, 종무원들과 악수를 나눈 뒤 청사를 떠났지만 현재 종단 내 명문화된 총무원장의 자진사퇴 절차가 없어 온갖 추측이 제기됐다. 이에 조계종 총무원은 종무회의를 통해 직무대행체제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특별담화문까지 발표했으나, 원로회의는 불신임 결의안 인준으로 향후 불거질 수도 있는 법적문제를 예방하려는 모양새다.

각 원로들의 찬반의견이 나뉘었는지 묻는 질문에 남전 스님은 예전부터 각 원로들의 의견을 모아 항상 만장일치로 발표해왔다. 다른 해석을 내놓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답했으나 복수의 언론 보도에서 가부를 묻는 투표결과 찬성 12, 반대 7표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남전 스님에 따르면 원로스님들은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안이 중앙종회에서 원로회의로 이송된 만큼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로써 설정 스님은 자진사퇴를 통해 해임은 면했으나 원로회의서 최종적으로 불신임이 인준된 총무원장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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