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서울 종로구 전법회관 지하 선운당에서는 불교계 첫 사찰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불광사 노동조합이 그 것이다.

불광사는 현재 창건주 권한이 있는 前회주 지홍 스님(조계종 포교원장)과 일부 신도들과의 갈등이 불거진 사찰이다.

이날 노동조합 결성을 알린 재가종무원들은 신도들의 사찰 점거와 감시, 심지어 폭행으로 인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개별 사유를 떠나 불광사 종무원 노조의 탄생은 조계종 사찰에서 그동안 노동조합이 없었단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사찰에서 재가종무원은 보통 출가자로 구성되는 임기제의 교역직 종무원과 달리 장기적으로 종무행정을 이끌 행정력의 핵심이다. 장기적인 사찰의 발전을 위해서는 행정전문가로서 이들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특히 일반 사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급여를 차치하고서라도 고용안정 부분에서 그렇다. 사찰에서는 그동안 인사규정이 있지만 사실상 주지 스님 등 인사권을 지닌 사용자가 해고와 인사이동 등을 지시하면 노동자인 대부분의 재가종무원은 거부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갑과 을로 평가하자면 이른바 슈퍼갑과 슈퍼을의 관계였다.

이런 역학구도에서 일부 공찰은 주지 스님 교체마다 종무원들이 대거 바뀌기도 했고, 종무원들이 인사권을 지닌 스님의 개인용무를 도맡아 하기도 했다.

신도와의 관계 또한 그렇다. 사찰에서 재가종무원들은 신도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 있다. 여기에 작은 사찰의 경우 봉사자들이 종무행정에 참여해 신도와 종무원의 구분이 모호하기도 하다. 이런 관계 속에서 노동자로서의 주장을 펴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자연스럽게 임금 인상이나 근무환경 협의 등도 사실상 비정규직 수준의 협상력을 지닐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재가종무원들도 직장인이며 생활인이다. ‘신분보장’ ‘고용안정’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생계와 직결되는 중대사이다. 때문에 근로기준법 등 사회법에서도 해고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조계종에도 종무원법이 있어 종법이 정하는 징계사유 외에는 65세까지로 재가종무원의 정년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때로는 사찰에서 재가종무원의 부당한 처우 개선 요구는 신심의 부족으로 치부되곤 한다. 일반 기업과 달리 앞서 설명한 이유로 요구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 단결권 행사까지 제약이 따른다. 여기에 사찰 종무원으로서 다른 직업으로의 이직 또한 어렵기 때문에 묵묵히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불교계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총무원장 불신임안에 이어 새 총무원장 선출까지 불교계 안팎에서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예산안 마련부터 각종 사업 집행까지 도맡아 하는 이들이 종무원들이다.

사찰에서 주지 교체와 안팎의 갈등에서도 신도들의 신행생활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종무원들이다. 종무행정의 연속성을 위해서, 불교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종무원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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