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소방관의 가슴에 새겨진 문구가 인터넷 포털에서 화제다. 한 남성의 가슴에 새겨진 심전도 마크와 ‘한국 소방관’, ‘나는 장기/조직 기증을 희망합니다’라는 문구가 또렷한 사진. 과연 누가 이런 타투를 새긴 걸까? 타투의 주인공은 이미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을 마친 현직 소방관이고 그는 위험한 곳을 찾아다니는 ‘소방관’이라는 직업 때문에 언제 어떤 위험한 일을 겪을지 몰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장기 기증자라는 것을 가능한 빨리 알아볼 수 있도록 가슴에 이런 타투를 남긴 것이라고 한다. 이 사연이 알려진 이후 놀랍게도 장기 기증 서약자가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또 하나 장기기증과 관련하여 금융감독원이 “장기 이식 비용을 장기 이식 수혜자가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에서 보상하도록 하는 내용을 명시한 표준약관을 만들어 장기 기증과 관련된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는 뉴스도 눈에 띈다.

‘나는 장기기증을 희망합니다’
한 소방관 가슴에 새긴 타투
대중들 감동…기증 희망 늘어

자리이타 실천하는 대승불교는
장기기증을 보시바라밀로 해석

오계 중 첫째, 생명존중사상 연결
수계할 때 장기기증을 서약하고
‘심전도 타투’ 의미담아 연비하자


지금의 장기기증법은 장기 이식·적출에 드는 비용은 장기를 이식받는 수혜자가 부담하도록 돼 있어서 장기일부 보험사가 장기 이식 관련 보험금 지급을 제대로 하지 않아 민원과 분쟁이 계속 발생하면서 장기기증의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앞으로 개정 표준약관이 시행되면 장기기증 과정에 지출되는 각종 행정 처리 비용을 실손의료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장기 이식에 대한 관심이 계속 늘어나는 이때 불교에서는 장기 기증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자기의 성불만이 아니라 타인의 성불도 담아내는 자리이타의 실천을 강조하고 있는 대승불교에서는 바라밀의 첫 번째인 보시바라밀의 정신에 입각하여 장기기증도 자신의 신체 일부를 타인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기증하는 나눔의 행위로 보고 있다.

특히 범부들이 유일하게 자신의 것으로 집착하는 육신의 일부를 타인에게 나누어 주는 행위를 〈금강경〉에 나오는 ‘머무는 바 없이 베푸는 무주상보시’의 가장 바람직한 예의 하나로 들고 있다.

이런 불교 정신을 실천하는 ‘생명나눔운동본부’에서는 ‘장기 이식 건수가 작년에 4372건으로 늘었지만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대기자 수가 2000년 5343명에서 작년에는 3만4187명으로 증가한 사실’에 주목하고 생명을 나누는 장기기증 희망등록운동을 펼치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로 부터 자발적인 기증희망등록을 받고 있는데, 뇌사·사후에 본인이 기증을 하겠다는 의사 표시인 기증희망등록은 간단한 본인 확인만으로 신청이 가능하다.

태국에서는 ‘싹얀’이란 전통적인 문신을 행하고 있다. ‘싹(Sak)’은 두드림 또는 문신을 의미하고 ‘얀(Yant)’는 신성한 기하학적 디자인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얀트라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문신에는 불법승 삼보와 관련된 문구들이 등장하고 오계를 먼저 받은 후에 몸에 새길 수가 있다.
 

선업 스님(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장)

우리나라는 수계를 받을 때 팔에 연비를 하고 있다. 오계를 지킬 것을 삼보 전에 약속하면서 그 맹세를 팔뚝에 새기는 것이다. 오계의 첫 번째는 생명을 살리는 생명 존중 사상과 연결이 돼 있다.
앞으로는 수계를 받을 때 장기 기증 서약을 함께 하고 연비를 할 때 심전도를 마음의 상징으로 새기면 어떨까. 내 심장이 그치면 장기를 통해 타인의 심장을 뛰도록 하겠다는 맹세를 새기는 것이다. 소방관이 가슴에 새긴 타투의 의미를 본받아 모든 불자들이 장기기증 서약과 함께 연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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