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 교수, 11일 한국불교사硏 학술세미나서

(사진 왼쪽부터) 조선 후기 소설 '구운몽'과 '심청전'. 이들 소설은 깨달음과 효라고 하는 불교 사상을 차용했다.

임진왜란 이후인 조선 후기는 ‘소설의 시대’라고 할 정도로 많은 소설들이 나왔다. 이들 조선 후기 소설들에 함의된 불교적 요소를 분석하는 논문이 발표됐다.

이대형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는 8월 11일 남양주 봉인사 지장전에서 열린 한국불교사연구소 학술세미나에서 조선 후기 불교 소설들을 분석하고 특징들을 살폈다.
이 교수는 조선 후기 불교 소설들을 ‘불교 사상’과 ‘불교 소재’로 나눠 분석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불교 사상적인 측면에서 영향을 받은 소설은 김만중(1637~1692)의 <구운몽>과 구전설화가 소설이 된 <심청전>이다.

구운몽·심청전, 불교사상 담겨
대다수 소설, 불교 소재 활용
현세 구복종교 이미지가 강해
佛·儒 융합, 당시 사상계와 일치


깨달음·효 사상 담긴 불교소설
김만중이 51세(1687)에 지은 <구운몽>은 육관대사의 제자 성진 스님이 8선녀를 희롱한 죄로 양소유라는 이름으로 인간세상에 유배돼 태어나고, 소년급제를 해 8선녀 후신인 8명의 여자를 만나 아내로 삼고 영화롭게 살다가 인생무상을 느껴 8선녀와 함께 불문(佛門)에 귀의하는 내용이다.

이 교수는 “김만중이 자신의 문집에 승려와 시를 읊고 <원각경>, <능엄경>을 빌렸던 것을 기록하는 등 불교에 조예가 깊었다”면서도 “<구운몽>은 모친을 위로한다는 목적으로 인해 유학의 틀을 넘어서 불교의 깨달음을 주제로 표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조선시대 불교와 소설은 유학적 관점에서 비난의 대상”이라면서 “불교와 소설 모두 여성이 큰 비중을 담당했다는 특징이 있다. 불교와 소설의 융성은 조선 후기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강조했다.

효 사상을 내포하고 있는 <심청전> 역시 불교 사상을 보여주는 소설로 이 교수는 꼽았다. 실제 학계에서는 1792년 찬술된 <옥과현성덕산 관음사사적>을 <심청전> 근원설화로 보기도 하며, 용궁에서 연꽃을 통해 재생하는 모티프는 <관무량수경>을 비롯한 정토경전에 등장하는 것이다.

불교 문화, 민중에 영향 미쳐
이와 함께 이 교수는 불교 소재 소설로는 역사소설 <최척전>, 가정소설 <사씨남정기>, 영웅소설 <소대성전>, 가문소설 <소현성록> 등을 꼽았다. 이들 소설들은 줄거리 상 중요 분기점에서 장육불·관음보살·노승·업보 등의 불교 소재들이 활용된다.

실제 <최척전>의 경우 주인공 최척이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지리산 연곡사로 피난하고, 여기서 장육불을 현몽해 몽석(夢釋)과 몽선(夢禪)을 낳는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마다 장육금불이 예시를 주어 극복하게 해준다.

이 교수는 “조선 후기 불교를 소재로 한 소설은 일일이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면서 “그만큼 불교가 당대 조선인의 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련의 조선 후기 불교 소설의 특징은 무엇일까. 이 교수는 ‘구복’과 ‘불교·유교·도교’의 융합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깨달음을 주제로 한 <구운몽>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작품들은 현세 구복을 위해 불교를 신앙하는 모습이 나온다”면서 “영웅소설에서 늦은 나이에 아이를 얻기 위해 부처에게 기도하는 것이 대표적이며, 사대부 여인이 집안에서 쫓겨났을 때 사찰에 피신하는 것도 유사한 맥락”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선 후기 불교 소설의 중요한 특징은 ‘불교·유교·도교’의 통합이다. <구운몽>에서 육관대사와 성진이 불교적 인물이라면, 8선녀는 도교적 인물”이라면서 “소설에서 보이는 불교와 유교, 도교의 융합 관계는 조선 후기 사상계의 특징과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선후기 불교지성인들의 문화적 추동과 변환’을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세미나에서는 △조선후기 불교사상의 정비와 사기의 저술(전준모, 동국대) △조선후기 불자들의 정토인식과 불교의례의 재편(고영섭, 동국대) △조선후기 불교 변문의 창작과 변상도의 유통(박도화, 문화재청) 등의 주제논문이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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