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승가대학 ‘성안 스님 배 제2회 토론대회’ 결선 현장

해인사 승가대학은 8월 4일 경내 구광루 대강의실에서 ‘인공지능 로봇에도 불성은 있는가’를 주제로 ‘성안 스님 배 제2회 해인사 승가대학 토론대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결승에 진출한 개밥바라기 팀과 불고장금 팀이 토론하고 있는 모습.

인공지능 로봇에도 불성은 있는가?”

한 학인 스님은 유무정이 모두 공하니 인공지능에도 불성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 했고, 다른 학인 스님은 기계적 사고 패턴이 과연 언어와 논리를 떠난 깨달음을 인식할 수 있느냐고 맞섰다. 논의제일 가전연(迦延)의 후예들의 날카로운 논쟁과 질의는 한여름 폭염의 열기보다 뜨거웠다.

인공지능 불성 有無주제로
학인 전원 참여 한달 간 진행
4일 결선개밥바라기팀 우승
학인 간 수준 높은 토론 감탄
후원회, 노트북 10대 전달식도


법보종찰 해인사(주지 향적)84일 경내 구광루 대강의실에서 인공지능 로봇에도 불성은 있는가라는 주제로 성안 스님 배 제2회 해인사 승가대학 토론대회를 개최했다.

해인사 승가대학 토론대회는 3월 개강 직후 주제를 선정하고 하안거 입재 후 총 16개 팀이 토너먼트 형식으로 총 3라운드를 거쳐 대결을 치렀다. 학인 스님 32명이 전원 참여했으며 개밥바라기, 가야한 호랑이, 사시특식, 불고장금 팀이 마지막 결선 라운드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서는 가야산 호랑이와 개밥바라기가 대결했으며 사시특식과 불고장금이 맞붙었다. 최종 결승에는 인공지능에는 불성이 있다는 견해로 토론한 개밥바라기와 불고장금이 올라갔다. 결승전에서는 개밥바라기는 인공지능의 불성이 없다고 강조했으며 불고장금 팀은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개밥바라기와 불고장금은 기조 발표 후 자리에 앉아 질문을 쏟아냈다. 먼저 개밥바라기는 인공지능은 지식의 통합과 축적으로 논리적인 해결방안을 뽑아내는데, 그 사고 패턴으로 불성을 알 수 있는가하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불교장금은 과학의 발달로 지식과 논리 사고 패턴까지 뛰어 넘을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함을 강조했다.

개밥바라기는 계속해서 불성은 지식이 아니라 직지인심, 즉 언어를 넘어선 경계에서 깨닫는다. 지식과 논리를 떠나야 한다며 인공지능에는 불성이 없음 강조했다.

이에 불고장금은 선사 조주 스님이 개에게 불성이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 없다고 하면 있다고 답하고, 있다고 말하면 없다고 답했다. 불성이 있다, 없다는 망상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조주 스님이 설한 방편이라고 맞섰다.

토론의 내용은 생명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불성 유무로 확대됐으며, 불성에 대한 정의까지 재차 확인하는 논쟁으로 이어졌다.

최종적으로 각 팀은 자신들의 입장을 정리했다. “인공지능은 불성이 없다고 주장한 개밥바라기는 앞에 보이는 마이크나 종이 등 의식이나 감정이 없는 것을 무정이라 한다. 인공지능은 무정물로 스스로 수행하거나 사유할 수 없다인공지능이 의식을 가지고 사유한다고 느끼는 것은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집착하고 현상을 해석해 만든 사유 결과물일 뿐이라고 말했다.

불고장금 팀은 생명이 있는 유정물과 없는 무정물 모두 성품은 공하며 현재 어느 정도 오온에 대한 인공지능 기술 발전은 이뤄진 상황이라며 가장 중요한 자의식 발현도 가능성이 있다. 인공지능은 멘토인 사람의 의식과 가치관에 영향을 받으니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인간의 가치관을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정리했다.

각 팀의 토론 내용을 경청하고 면밀히 분석한 심사위원들은 최종적으로 개밥바라기 팀의 손을 들어줬다. 개밥바리가 팀은 심사 기준인 말하기 원칙에 입각한 입론 형식과 설득력, 질의응답 등 자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팀원 간 협동 능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선원장 효담 스님은 총평에서 이 세상 두두물물은 불성 아닌 것이 없다면서 인공지능의 불성을 묻기보단 자의식, 자아가 생기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하면 더 발전된 방향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나 원타 스님은 이 시대 현대인의 화두인 인공지능을 불교적 안목으로 해석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데 적용할 방법을 고민할 시기다. 시기적절하게 좋은 주제로 토론대회를 열었다스님들은 모든 사람에게 부처님 말씀을 정확하게 알리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격려했다.

우승의 영예를 안은 개밥바라기 팀이 1등상인 가전연상 상장을 받고 있다.

시상식에서는 논의제일 가전연 존자를 상징하는 가전연상과 상금 200만원을 개밥바라기 팀에 전달했으며, 부루나상과 150만원은 2위 불고장금에게, 공동 3위인 가야산 호랑이 팀과 사시특식 팀에게는 용수상과 마명상, 상금 100만원이 각각 수여됐다.

가전연상을 받은 개밥바라기의 견성 스님(승가대학 2)교리뿐 아니라 사회와 소통하고 건강하게 의견을 전달하는 법을 익혔다토론 대회를 통해 승가의 경직성이 유연해지는 긍정적인 측면을 보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같은 팀 금강 스님(승가대학 3)토론을 통해 주제 이해가 더 깊이 됐고 사실 운이 좋아 결과가 좋았던 거 같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해인사 승가대학이 지난해부터 열고 있는 성안 스님 배 학인 토론회20144월 광주·대구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입적한 해인사 대장경연구원 보존국장 성안 스님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성안 스님은 해인사 승가대학 제39회 졸업생이기도 하다.

사고로 안타깝게 입적한 스님을 기리기 위해 제39회 동문들과 가족들은 십시일반으로 후원금을 마련했고, 이는 해인사 승가대학 장학기금으로 활용되고 있다. 토론대회의 상금 역시 성안 스님을 기리는 모임이 마련한 장학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이 같은 단독 개최 학인 토론대회는 해인사 승가대학이 유일하며, 학인 스님들의 학습, 토론 능력 확대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인사승가대학 후원회가 신입생 학인 10명 전원에게 노트북을 전달하고 있다.

아울러 토론대회에 함께 참여한 해인사 승가대학 후원회 회원들은 1학년 학인 스님 10명 전원에게 노트북을 전달했다. 해인사 승가대학 후원회는 현재 전국 불자 640여명이 SNS를 통해 활동하고 있으며 매월 첫 주 주말에 해인사에서 정기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이들은 수준 높은 학인 스님들의 토론해 감탄하며 미래 불교의 희망을 봤다고 입을 모았다.

최정숙(대구 상인동·57)씨는 평소 관심이 있던 시대에 맞는 논제로 토론해 더욱 값진 시간이다. 학인 스님들의 공부가 놀랍고 후원회 활동 하고 있는데 보람되고 뿌듯하다요즘 종단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이곳 스님들을 뵙고 희망을 얻는다. 후원 모임을 통해 꾸준히 응원하고 싶다고 전했다.

최원철 해인사 승가대학 후원회 회장은 앞으로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이곳에 후원회 회원 60여명이 참여했다. 상상 못할 정도의 의견이 나와서 토론대회 보면서 학인 스님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수업 과정이라 생각한다. 스님들의 활동이 더욱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대회에는 유나 원타 스님, 해인승가대학장 무애 스님, 선원장 효담 스님, 기획국장 만우 스님과 강원 및 선방 대중, 해인사승가대학 후원회원 등 사부대중 200여 명이 참석했다.

해인사 승가대학 토론대회 참가자와 심사위원, 청중들이 시상식 직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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