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후기 비난한 日사찰 ‘물의’
관광객 후기 비난한 日사찰 ‘물의’
  • 박영빈 객원기자
  • 승인 2018.08.10 1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야산 세키쇼인, 숙박시설 저평가에 ‘발끈’
일본 불교성지로 유명한 고야산 세키쇼인 전경. 사진출처=부킹닷컴
일본 불교성지로 유명한 고야산 세키쇼인 전경. 사진출처=부킹닷컴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여행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불교문화를 체험하고자 일부러 일본 불교성지를 코스에 넣는 여행자들도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유명 템플스테이 시설에서 외국인 숙박객들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7월 30일 ‘뉴스위크’ 일본판은 영국의 ‘가디언’ 등 여러 외신과 SNS 등에 올라온 후기 등을 인용해 이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문제가 된 사찰은 일본 와카야마현, 고야산에 소재한 세키쇼인(赤松院). 고야산은 약 1,200년 전 일본의 고승인 쿠카이(空海)대사가 개산한 일본불교의 대표적인 성지다. 2004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국제적인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불교성지이다.

도쿄올림픽 앞서 여행자 급증
사찰음식·역사 설명 부족 등
슈쿠보 이용객들 후기로 지적

세키쇼인, 신랄한 답변했지만
정중함 부족하고 욕설도 담아
다니엘 스님 “경솔한 점 죄송”


고야산에서는 중세이래로 일본전역에서 찾아오는 순례자들을 위해 슈쿠보(宿坊)라는 전통적인 숙박시설을 갖춰왔다. 현대에 들어서 슈쿠보는 단순한 숙박시설을 넘어 불교문화를 체험하는 템플스테이의 성격을 갖게 됐다.

실제 일본에서도 고야산의 슈쿠보들은 ‘일본불교문화를 체험하는 훌륭한 숙박시설’로 홍보되고 있다. 최근 이 슈쿠보들은 외국인 순례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국제적인 숙박 예약사이트들에 등록을 하고 고객들을 받고 있다.

세키쇼인의 슈쿠보 역시 숙박 예약사이트인 부킹닷컴(Booking.com)에 등록되어 있다. 부킹닷컴에 등록된 숙소들은 실제 숙박객들의 점수와 후기, 그에 대한 숙소 측의 답변들을 통해 평가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숙박객들의 후기에 대한 세키쇼인 슈쿠보 측의 신랄한 답변이 SNS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7월 23일 캐나다의 자유기고가 멜리사 마틴은 자신의 트위터에 외국 숙박객들의 후기와 세키쇼인 측의 후기를 스크린샷으로 게재했다. 이 트위터는 8월 5일 기준 1만8000회 이상의 리트윗과 3만9000회 이상의 호응을 받았다.

외국인 숙박객들은 대부분 ‘식사는 소박한 채식, 양이 부족하다’ ‘사찰이나 불교의 역사, 스님들의 생활에 대한 설명이 없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환영받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등을 불만 사항으로 꼽았다.

해당 불만사항들에 대한 세키쇼인 슈쿠보 측은 ‘이곳은 수행도량이지 호텔이 아니다, 대체 무엇 하러 여기를 선택했는가’ ‘서양인이라고 특별 취급할 이유도 없고, 굳이 친절히 대할 필요가 없다’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이해한다면 좋겠지만 당신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렇게 스님들의 생활이 궁금하면 삭발하고 출가하라. 이상’ 등의 신랄하고 정중하지 못한 답변을 공개적으로 투고했다.

또 프랑스출신 숙박객의 ‘관광객이 너무 많다’는 불만사항에는 ‘너도 그 중 하나’라며 비난했다. 특히 익명의 이용자가 투고한 ‘아침식사는 엄격한 채식요리, 지금껏 먹어보지 못한 맛이라 입에 맞지 않았다’라는 불만사항에 세키쇼인은 ‘그래, 그건 일본의 사찰요리라는 것이다. 이 멍청아’라는 매우 속된 표현으로 회답하며 마지막에는 영문으로 욕설을 추가했다.

이처럼 부적절한 답변이 문제로 불거지자, 현재 해당 답변들은 모두 삭제됐다. 부킹닷컴 측에서도 세키쇼인 슈쿠보에 공개적으로 고객을 비난하는 답변을 자중해달라는 주의를 줬다고 밝혔다.

영국의 ‘가디언’은 해당 답변들을 투고한 다니엘 키무라 스님을 취재, 스님의 입장을 밝혔다. 다니엘 스님은 미국 출신으로 15년 전에 세키쇼인에서 출가, 현재는 슈쿠보에서 외국인들의 대응을 담당하고 있다.

다니엘 스님은 “화가 난 마음에 경솔히 답변한 것을 깊게 후회한다. 앞으로 표현을 자중하겠다”고 밝혔다. 다니엘 스님은 이어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래 영어권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증가했다. 이 중엔 무례한 이들도 있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여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스님은 “사찰의 역사에 대한 설명과 채식식단에 대한 점은 숙박 시에 충분히 말하고 있다”며 “출가자이지만 인욕하지 못할 때도 있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