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거사와 ‘이 뭣고’
방거사와 ‘이 뭣고’
  • 청운 스님/남양주 선재사 주지
  • 승인 2018.08.1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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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공제소유(但願空諸所有) 신물실제소무(愼物實諸所無) 호주세간(好住世間) 개여영향(皆如影響)”이라. 이를 설명하면 “다만 있는 것 비우기를 바랄지언정 없는 것들을 함부로 채우지마라”이다. 이는 그 유명한 방거사의 임종게이다.


하루는 방거사가 큰 신심과 용기를 내어 석두 선사를 친견하고, 불여만법위여자(不與萬法爲如子) 시심마인(是甚人) 잇고? 라 물었다.

해석하면 “만 가지 진리의 법으로 더불어 벗을 삼지 아니하는 자, 이 누구입니까?” 하고 물으니, 석두 선사가 그 즉시 방거사의 입을 틀어 막아 버렸다. 여기서 방거사는 홀연히 진리의 눈이 열렸다. 다시 방거사는 그 걸음으로 수백리 길을 걸어서 마조 선사를 친견하고, 석두 선사와 같이 물었다. 마조 선사께서 일구흡진서강수(一口吸盡西江水) 즉향여도(卽向汝道)하니, 즉 “그대가 서강수(西江水) 큰 강물을 한 입에 다 마시고 오면 일러 주리라” 하는 이 한 마디에 어하대도(言下大道)하여 마조 선사의 제자가 되었다.

그 후로 방거사는 집으로 돌아와 대대로 물려온 전답(田畓)을 이웃들에 나눠 주고, 가보(家寶)와 전 재산을 큰 배에 가득 싣고 가까이 있는 동정호(洞庭湖)에 수장 시키자, 사람들이 방거사에게, “그 많고 귀중한 재물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면 얼마나 큰 공덕이 되겠는가?”하고 아쉬워 했다. 그러자 방거사는 “내가 수행에 큰 짐이 되는 집착의 애물단지를 남에게 되돌려주어서 되겠는가?”라고 답했다.

그 후 자신은 수백명을 거느린 장자로서의 호화로운 생활을 버리고 가족과 함께 산으로 가 오두막을 지어놓고 산죽을 베어다 쌀을 이는 조리를 만들어 팔아서 생활하면서, 온가족(부인과 딸 영조)이 참선 수행에 몰두하였다.

하루는 단하천연(丹霞天然) 선사가 방거사를 찾아 왔는데 마침 딸 영조가 우물서 채소를 씻고 있었다. 단하천연 선사가 “방거사 있느냐?” 물으니, 영조가 일어나서 양손을 가슴에 얹고 가만히 서 있었다.

단하천연 선사께서 즉시 그 뜻을 아시고 어떻게 나오는지 시험해 보기 위해 “방거사가 있는가?”하고 재차 물으니, 딸 영조가 가슴에 얹은 양손을 내려 채소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집안으로 들어가 버리니 이에 단하천연 선사도 즉시 되돌아 갔다.

말이 없는 가운데 말이 분명하니, 이런 문답(問答)을 바로 볼 줄 알아야 진리의 고준한 안목을 갖추게 되고 만 사람을 도(道)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날 방거사가 가족과 함께 방에서 쉬고 있다가 한 마디 던지길 “나나난(難難難) 어렵고도 어려움이여, 높은 나무 위에 일백석이나 되는 기름통의 기름을 펴는 것과 같구나”고 하니, 부인이 그 말을 되받아서 “이이이(易易易) 쉽고도 쉬움이여, 침상에서 잠자다 내려오는 것보다 쉽도다” 고 하며 “명명백초두(明明百草頭) 명명조사의(明明祖師意)”라 즉 일백가지 풀끝이 모두가 불법의 진리 아님이 없구나라고 하였다.

이에 딸 영조가 야불난(也不難) 야불이(也不易) 즉 어렵지도 쉽지도 않음이여, 기래끽반(飢來喫飯) 곤래면(困來眠) 즉 피곤하면 잠자고 목마르면 차를 마신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우리 불자들께서도 생활 속에서 방거사와 같이 일체처 일체시에 ‘이 뭣고’ 화두와 함께 공부를 꾸준히 하신다면 금생에 기필코 생사의 고해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오늘은 방거사의 임종게를 소개하며 강의를 맺는다.

“단원공제소유(但願空諸所有) 신물실제소무(愼物實諸所無) 호주세간(好住世間) 개여영향(皆如影響)”이라. 이를 설명하면 “다만 있는 것 비우기를 바랄지언정 없는 것들을 함부로 채우지마라”이다. 간화선을 재창한 대혜종고 선사도 이 구절만 지우지 않는 다면 평생 참선하는 일을 마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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