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지장보살본원경(地藏菩薩本願經) 1

음력 7월 15일 우란분절이 다가오고 있다. 모든 업보가 담긴 항아리를 들어서 엎어 버리는 것이 우란분절이다. 또 일년에 단 한 번,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지옥문이 열리는 아름다운 날, 바로 지옥의 개점휴업일이다. 다겁생래에 지은 다양한 업보가 한 순간에 사라져 지옥문이 열리면 그 곳을 떠날 수 있는 날이 있다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런 일이 연중행사로 있다고 하니 부처님의 은혜에 감사한 마음으로 청정한 스님들, 즉 미래에 부처를 이룰 분들에게 공양을 올리며 오래전 세상을 떠난 그리운 이들을 위해 부처님께 기도한다. 스님들 역시 공양자와 그들의 선망부모의 왕생극락을 위해 자신이 한 철 동안 공부한 모든 공덕을 그들에게 돌린다. 지금쯤 모두 우란분절 기도를 이같은 마음으로 봉행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지옥에 반드시 간다. 그러나 나는 절대로 안 갈 것이라 생각하다가도 지옥이란 말만 들어도 겁이 더럭 난다. 마음 한 켠으로는 이 두려움이 새록새록 살아나지만 애써 외면하거나, 혹은 작은 선행을 하며 공덕을 심었으니 괜찮을 것이라 자신을 위로하기도 한다. 이 두려움에 대해 잘 알고 계셨던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한 분을 소개시키니 바로 지장보살이다. 이 분은 지옥길을 동행하며 그 곳에서 우리가 영원의 지옥 속에 빠지지 않도록 ‘이곳은 스쳐 지나가는 곳’임을 알려주시며 매 순간 지옥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알려주시는 분이다. 지옥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다 구해낼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는 원력으로 함께 하시는 분이라서 ‘대원본존(大願本尊)지장보살’로 그 분을 부른다.

지장보살이 전생의 삶속에서 세운 원력과 사연, 석가모니 부처님의 부촉, 지옥을 벗어나는 법들이 담겨져 있는 책이 바로 <지장경>이다. <지장경>의 본래 경명은 <지장보살본원경>으로 당나라 실차난타가 번역한 2권의 책으로 부처님이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하여 설법한 경이라 불교의 효경(孝經)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마야부인은 왜 도리천에 계시며, 왜 마야부인이 부처님을 만나러 오지 않고 부처님이 지상에서 천상인 도리천으로 가서 설법을 하게 되신 것일까, 바로 지장보살과 마야부인의 만남을 위해서다. 두 분 다 중생을 위해 자신의 성불을 뒤로 미룬 원력보살이니 부처님은 이들이 서로의 존재를 통해 중생의 모든 고통을 알게 하여 비원(悲願)을 더욱 굳건히 하고자 도리천의 설법을 시작한 것이다.

<화엄경> ‘입법계품’을 읽어보면, 53선지식 가운데 등각(等覺)의 42번째 선지식인 마야부인은 과거 전생에 도량신인 자덕(慈德)이었을 때, 보살이 부처되는 모습을 보고 난 뒤, ‘모든 보살들이 부처님이 되시려 이 세상에 태어날 때에 저로 하여금 그 분들의 어머니가 될 수 있게 해주소서.’라는 발원으로 무수한 겁 동안 부처님들께 공양하며 기다려 온 인연으로 마야가 되어 싯다르타를 낳게 되었다. 싯다르타를 낳고 7일 후 자신의 소임을 마친 마야부인은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도 다음 생에 부처가 되실 보살들이 계시는 도리천에서 머물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알게 된 부처님은 그 숭고한 발원으로 자신을 사바세계로 인도한 어머니에게 지장보살을 소개한 것이다. 사바세계 중생들이 겪는 고통의 모습을 알려줄 지장보살을 등장시켜 어머니 마야부인으로 하여금 일체중생에 대한 자비심이 더욱 커지도록 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도리천에서 어머니를 위해 설법의 장을 연다는 소문이 우주법계에 순식간에 퍼졌다. 각 세계의 부처님들이 ‘석가모니불이 이 험한 세상에서 불가사의한 신통력과 지혜로 억세고 거친 중생들까지 고통이 사라지고 모두 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전하려고 하시니 어서 모이시오!’라는 소식을 전하자 각 처에서 온갖 광명구름과 아름다운 음악과 28천의 하늘세계 대중들과 우주에 있는 모든 이들이 속속 도착하였다. 그 때 부처님께서 문수보살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문수여, 대단하지 않느냐, 이들을 다 보고 있느냐? 저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올지 아느냐?”

문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모른다고 한다. 부처님은 저 많은 이들은 바로 지장보살이 지옥에서 구제한 이들이라고 하자 문수는 놀라며 도대체 어떤 원력과 실천을 하신 분이기에 저토록 많은 이를 구하셨는지 여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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