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학술서- 심장섭의 〈그리스도교는 어떻게 중국을 공략했는가〉

1920년대 중국 베이징대 총장을 지낸 장멍린(蔣夢麟)은 “석가모니 부처는 흰 코끼리를 타고 중국에 들어왔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대포를 타고 날아왔다”고 말한 바 있다. ‘대포 위의 예수’는 기독교가 함의한 서구 제국주의 정복자적 면모를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15세기 중반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며 시작된 대항해 시대에 가톨릭은 해외 선교에 집중했고, 선두에는 예수회가 있었다. 중국에서 활동한 마테오 리치도 예수회 선교사였다. 그의 저서로 잘 알려진 〈천주실의〉는 서사(西士, 서양학자)와 중사(中士, 중국학자)가 대화를 통하여 토론하는 형식으로 꾸며진 가톨릭 교리서다.

하지만, 마테오 리치의 〈천주실의〉는 서국 제국주의 기독교의 선교 전략이 그대로 담겨져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 전략은 ‘불교 배척’에 방점이 있다.

불교학을 공부해 온 심장섭 씨는 최근 내놓은 연구서 〈그리스도교는 어떻게 중국을 공략했는가〉를 통해 서구 열강들이 왜 식민지 선교에 집중했고, 어떤 방법으로 선교를 진행했는지를 조명하고 있다.

‘마테오 리치의 제국주의 기독교와 중국불교’가 부제인 만큼 주요한 내용은 마테오 리치의 저서와 이와 관련한 분석과 비판 등이 주를 이룬다. 특히, 근대 서구 열강의 정신문화인 기독교가 동양의 식민지화에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였는가를 불교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탐구한 결과여서 주목할 만하다.

책에 따르면 마테오 리치는 ‘중국의 신국화(神國化)’라는 거대 목표를 위해 중국의 사서(四書)를 비롯한 중국문화 전반을 연구했다. 이를 통해 마테오 리치가 주목한 것은 상제(上帝) 신앙이 나타나는 고대 유학이었다. 이에 대해 마테오 리치는 “고대 유교 경전에서 나타난 하늘(天)이나 상제는 기독교의 하느님과 동일한 존재였지만, 후대 송명이학의 무신론적 경향과 불교·도교의 우상숭배의 악영향을 받아 무신론으로 왜곡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신유학을 비판함으로써 유학에 기독교 이론을 침투시키고, 반대로 불교는 철저하게 배척하는 ‘보유척불론(補儒斥佛論)’의 선교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마테오 리치는 상호의존적 관계로 세계가 이뤄져 있다는 붓다의 공(空) 사상과 고정관념의 우상을 타파하는 선종 사상을 허무주의라고 비난했다. 명말 고승들에게도 근거없는 비난과 비방을 퍼부었다.

저자는 마테오 리치의 이런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한다. 마테오 리치의 인격적 유일신의 입론(立論) 시도는 “동양인들의 의식 수준의 퇴행을 부추기는 일이며, 근본사상을 훼손하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마테오 리치의 적대감 높은 태도에 대해 당대 불교와 유교는 반발했다. 당시 사대부 등 재가의 선비들과 운서 주굉, 우익 지욱 등 당대 최고의 불교 지도자들은 기독교에 대한 반격, 즉 벽사론(闢邪論)을 제기해 불교를 옹호하는 동시에 기독교 교리의 허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저자는 연구서를 통해 당시의 저술들과 운동을 중심으로 중국 불교계의 벽사운동을 자세히 고찰한다. 마지막으로는 명말청초 예수회의 전체적인 동향을 소개하면서, 그 후에 일어난 유명한 전례논쟁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학문적 전통을 다소 왜곡해 소개한 예수회원들의 저술이 오히려 유럽의 계몽주의를 촉발시키는 계기를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 점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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