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 교시 내려… 설정 스님 명예로운 퇴진 당부도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용퇴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종단 최고 정신적 지도자인 종정 진제 스님이 종헌종법을 준수해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교시를 내렸다. 이는 전 종도의 참정권 부여를 목적으로 추진되는 전국승려대회의 방향성과는 정반대의 의미로 분석된다. 종정이 선거법에 의한 총무원장 선출을 당부함에 따라 선출방법을 놓고 종단안팎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전국승려대회 방향성과 반대
종단안팎 갈등 심화될 전망
교권위원장 밀운 스님 사의
친자의혹 규명 동력 떨어지나

진제 스님은 88일 원로의장 세민 스님이 대독한 교시를 통해 우리 승가는 율장 정신을 받들어 종헌을 준수하고, 종헌종법 질서 속에서 사부대중과 국민여망에 부응해 여법하게 선거법에 의하여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제 스님의 이 같은 당부는 오는 23일 오후 1시 조계사에서 개최 예정인 전국승려대회를 사실상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읽힌다. 앞서 승려대회 주최 측인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과 전국선원수좌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전 종도들의 참정권을 되찾아 승가본연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권승들이 만들어놓은 불합리한 종헌종법을 개정해 국민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종단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계종 원로의장 세민 스님이 종정 진제 스님의 교시를 대독하고 있다.

진제 스님은 아울러 설정 스님의 명예로운 퇴진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하며 앞서 설정 스님이 밝힌 용퇴의사를 존중했다.

진제 스님은 설정 스님은 항간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 사실유무를 떠나 종단 화합과 안정을 위해 용퇴를 거듭 표명했다면서 종단제도권에서 엄중하고도 질서 있는 명예로운 퇴진이 동시에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교권자주 및 혁신위원회 위원장인 밀운 스님이 86의혹만으로 총무원장을 내쫓아선 안 된다고 견해를 밝힌 것과는 반대 입장이다. 결국 밀운 스님은 교시 발표 직전 종정예경실에 종정자문위원과 교권자주위원장에 대한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설정 스님의 친자의혹 규명 등을 위한 교권자주위원회 동력도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진제 스님은 이외에도 사부대중이 시시비비의 속박에서 벗어나 수행본분으로 돌아가 대화합의 장에서 불교 중흥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또한 정치권력과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인한 10.27법난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교권을 수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제 스님은 정교분리의 원리와 원칙에 의해 종교가 정권에 예속되거나 종속돼서는 안 된다. 외부세력과 정치권력이 종교에 절대 관여해서는 안 된다“10.27법난과 같은 일이 우리 불교사에 또다시 반복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불교는 어느 때보다도 자주, 자율로 법성을 자각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끝으로 종도들은 과거의 일은 조고참회하고, 위법망구의 정신으로 교단과 교권을 수호해 불조의 혜명을 받들어 불은에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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