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의 문화포교 방안

봉화 청량사의 산사음악회 모습. 산중에 위치한 사찰이 어떻게 문화적인 방법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지를 잘 알려준 사례다.

 

불교문화가 전통문화라는 인식

불교문화가 곧 우리 전통문화라는 인식이 불교계에는 존재한다. 우리나라 국보와 보물의 상당수가 불교문화재임을 감안해보면 틀린 생각만은 아니다. 분명 한국불교는 전래 이후 1,700년의 역사 속에서 우리민족과 하나 되어 전통문화를 형성해왔다. 우리 국민이면 종교를 떠나 수학여행 또는 관광레저 차원에서라도 명승고찰 한두 곳쯤 안 가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석굴암, 다보탑, 석가탑을 비롯한 불교문화유산을 모르는 국민도 없을 것이다.

살아있는 대중문화인지 고민해야
비불자 참여가능한 문화로 변모
도심 외 농어촌 등에 접근 필요

분명 불교문화는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이다. 그런데 불교문화가 과연 오늘날 살아있는 대중문화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 전통문화유산으로서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거나 절 마당에 놓여 있는 관람용은 아닌지 돌이켜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이다. 불교문화는 전통문화로서만 존재해서는 안 되며 새로이 대중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그럴 때 불교문화는 생명력을 가지고 후세에 계승된다.

현재 문화가 미래 전통문화

오늘의 현재문화가 곧 미래의 전통문화이다. 이는 불교문화가 전통문화라는 자부심에 그칠 것이 아니라 현재문화가 되도록 노력해야 함을 일러준다. 그렇다면 불교문화는 어떻게 하면 현재의 살아있는 문화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인가?

그 대답은 불교문화가 대중에게 친숙한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선 사찰의 입장에서는 지역 주민과 하나 되는 공동체 문화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불교가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문화적 노력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노력은 전국 사찰에서 진행하고 있는 산사음악회가 대표적 사례이다.

산사음악회는 말 그대로하면 산사에서 음악회를 여는 것이다. 하지만 산사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도심 사찰에서도 음악회를 개최한다. 종교를 떠나 지역 주민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사찰에 와서 음악을 즐기고 불교문화를 접하고 있는 것이다. 산사음악회라고 하여서 불교음악을 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불교적 색채가 약한 음악을 공연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비불자인 지역 주민들이 불교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나아가 불교적 가치를 수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현재 산사음악회의 무대에 서는 공연자들은 불교음악가와 대중가수에 국한되지 않고 성악가, 악기 연주자, 국악인 등으로 다양하다. 이는 대중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사찰의 노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과거 사찰행사가 기도형식의 의식 위주였음과 비교하여 본다면 산사음악회는 사찰행사가 지역축제로 진일보한 것이다. 이는 산사음악회가 문화포교의 기능을 할 수 있음을 추정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개별 사찰의 특성이 없는 천편일률적인 산사음악회 프로그램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국 어느 사찰의 산사음악회든 프로그램과 출연진이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개별 사찰의 특성을 살린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만일 어떤 사찰을 가나 비슷한 산사음악회를 만나게 된다면 대중의 관심과 호응은 이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산사음악회에 대한 지역의 관심이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산사음악회가 사찰별 특성을 갖추어야 함을 시사한다.

전국 어느 사찰이나 약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자연과 전통을 머금은 공간 조건은 유사하다. 그 공간에 무엇을 담는가 하는 고민이 필요한데 그것이 사찰별 특성화이고 흔히 말하는 ‘행사 콘셉트(concept)’다.

산사음악회를 하는 주최 측은 출연진의 섭외에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으며, 신도나 지역 주민들도 어느 가수가 오나, 누가 출연하나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대부분 사찰의 입장에서는 출연료가 많이 드는 아이돌 스타와 같은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기는 힘들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인기가 많았으나 현재는 선호도가 낮아진 연예인 그중에서도 불자로 한정하다보니 산사음악회에 나오는 출연진들의 면면이 사찰별로 겹치게 되었고, 산사음악회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호응이 점차 떨어지게 되었다.

만일 사찰이 재정적인 측면에서 부담을 느낀다면, 유명 연예인 초청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지역의 주민들이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산사음악회를 시도하는 것도 좋다. 지역 문화 예술인을 비롯하여 관내 학교의 동아리, 이웃 종교의 찬조 출연 등을 적극 유도해서 사찰이 단순히 불교인만의 공간이 아니라 열린 지역문화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산사음악회에 지역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면, 사찰의 지역사회 참여도 자연스럽게 강화될 수 있다.

사찰의 지역축제 동참 필요

산사음악회와 더불어 사찰이 지역축제에 동참하는 것도 지역친화적 문화포교를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지역축제는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경쟁적으로 개최하여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전시행정의 표본, 졸속 기획, 지역민과 유리된 관(官)중심 행사라는 부정적인 면도 노정하고 있지만 주민자치, 지방화, 문화주권의식의 고양이라는 사회적 흐름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이러한 지역축제는 성격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될 수 있는데 이중 ‘지역의 역사, 문화 전통에서 비롯된 축제’와 ‘불교적 소재를 기반으로 하는 축제’ 등은 불교에 우호적인 정서 함양과 불교의 대사회적인 이미지 제고, 지역문화의 중심처로 불교가 기능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사찰이 지역축제에 동참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사찰이 기존의 지역축제에 불교적 콘텐츠(contents)를 가지고 참여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사찰이 불교적 소재를 활용하여 지역축제를 만드는 방법이다. 전자는 행사 주최가 지방자치단체이고, 후자는 행사 주최가 사찰이 되는 것이다. 전자의 예로는 하동 ‘야생차 축제’와 진주 ‘남강 유등제’, 화순 ‘운주문화축제’ 등을 들 수 있으며, 후자의 예로는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축제’와 대흥사의 ‘초의차 문화제’, 전등사의 ‘삼랑성 역사문화 축제’, 그리고 여러 사찰에서 하고 있는 ‘연꽃 축제’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이 지역축제와 사찰이 결합할 수 있는 것은 불교가 한국의 전통종교인데다가 많은 문화 콘텐츠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어 지역축제의 프로그램 다양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절 마당이라는 야외행사공간을 보유하고 있는 점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찰의 장점을 살려 사찰이 지역축제에 능동적으로 참여 하는 것이 지역 내 불교에 대한 우호적인 정서 확산과 지역 내 중심적인 위치 확보에 있어서 매우 필요하다.

사찰공간도 시민에게 개방해야

지금까지 사찰의 지역친화적 문화포교 방법으로 산사음악회와 지역축제 참여를 살펴보았다. 이 두 가지는 프로그램 차원의 문화포교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이 아닌 보다 하드웨어적인 사찰공간의 활용을 통한 문화포교를 고민하고자 한다. 사찰은 그 자체가 하나의 사회적 문화공간이고 우리 사회에 어디를 가나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사찰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면 사찰의 지역사회 참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사회적 유휴자산을 활용함으로써 시민들에게 문화적인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찰공간의 지역문화 공간화는 문화 불균형 해소와 소규모 문화 활동 육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 지방문화 활성화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중앙과 지방과의 문화격차이다. 문화시설이 대부분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어서 지방주민들의 문화향유 여건은 매우 열악하다. 하지만 중소도시나 농촌지역에서 지역특성을 고려한 문화시설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중소도시나 농촌지역의 사찰공간을 활용한다면 문화 불균형 해소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공 문화공간은 규모가 큰 시설물들을 위주로 설립하였기 때문에 조그만 장소에서 해야 할 예술·문화 활동에 적합지가 않다. 이는 공연시설물이 없던 과거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이해할 수는 있지만, 문화적 기호가 다양하고 동호인 모임이 많은 현재 상황에서는 소규모 지역행사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 요구된다. 여기에 사찰공간이 유용하다. 최근 도시 지역에서는 전용의 성격을 갖춘 소규모 문화공간이 도처에 신설되고 있으나, 농어촌 지역에서는 소규모의 문화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에 사찰공간은 지역문화와 연결된 특장(特長) 문화의 공간으로 적격이다.

한국불교는 1,700년의 유구한 역사를 통해 우리민족의 전통문화를 형성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에 들어서는 불교문화를 생명력 있게 대중에게 전달하지 못해왔다. 과거의 불교문화가 전통으로는 계승되고 있으나 현재의 살아있는 불교문화를 창조하여 후대에 전달하는 노력은 부족했던 것이다. 이의 개선을 위해선 일선 사찰이 지역사회와 현재의 불교문화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사찰이 문화포교를 해야 하는 것이다.

개신교는 이미 1984년 한국기독교협의회가 발표한 <사회선교지침>에서 지역사회 특성에 맞추어 목회의 모형을 모색하고 지역 주민의 생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지교회 차원의 문화선교 전략을 수립하여 왔다. 가톨릭 또한 1990년대 후반 이후부터 현재까지 각 교구별 시노드(synod) 회의를 개최하여 문화선교를 비롯한 종합적 지역사회 접근전략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불교는 몇몇 사찰의 문화포교 모범사례가 생겨나고는 있으나, 두 종교에 비하여 지역사회의 참여가 여전히 미약한 편이다. 불교는 여타의 종교에 비하여 문화포교에 장점이 많은 종교이다. 다만 불교문화를 관람용·보존용의 전통으로 가둬두지 말고 시민, 주민과 더불어 호흡하는 생명력 있는 대중문화로서 사회와 지역에 전달하는 노력만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개별 사찰의 역량이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개신교와 가톨릭처럼 각 불교종단 차원에서 문화포교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고 지원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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