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2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성체 훼손, 워마드 등이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갔다. 급진적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서 7월 10일 성체 훼손 사진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홍대 남성 누드모델 사진을 올려 물의를 빚은 지 얼마되지 않는 시점이었다.

성체는 가톨릭에서는 예수의 몸을 상징해 공경하는 대상이다. 한 워마드 회원이 이를 불에 태우고 “천주교는 지금도 여자는 사제를 못 하게 하고, 낙태죄 폐지도 절대 안된다고 한다” “천주교를 존중할 이유가 어디있냐”는 글을 썼다.

이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입장문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고 주장하는 것은 자유롭게 허용되지만, 그것이 보편적인 상식과 공동선에 어긋나는 사회악이라면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교황청에도 사안을 보고했다고 한다.

얼마 가지 않아 지인에게서 한 통의 제보가 왔다. 워마드가 불교도 폄훼했다는 것이다. 받은 사진은 충격적이었다. 지면에는 공개할 수도, 글로 소개하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차라리 성체 훼손이 나았을 정도다. 지인은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태웠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분노를 가라앉히고 생각을 정리해봤다. ‘우선 워마드가 무엇인가’였다.

적지 않는 언론매체와 여론은 워마드를 ‘여자 일베(일간베스트)’라고 규정하고 비판한다. 하지만, 면밀히 보면 워마드와 일베는 근원이 다르다. 일베는 여성·진보정치인 등에 대한 폄하를 놀이문화로 여겼던 커뮤니티이고, 워마드는 어디까지나 페미니즘 운동을 표방했던 메갈리아에서 갈라져 나온 곳이다.

그래서 메갈리아와 워마드 모두 ‘미러링’을 자신들의 운동(movement)의 도구로 삼고 있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에 대한 다양한 말·글·행동들에서 성별을 남성으로 대체해 그대로 되쏴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워마드는 생물학적 여성을 제외한 모든 존재, 즉 남성과 남자아동·장애인·성소수자들마저도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일반 상식 안에서 이뤄질 수 있는 되쏴주기가 아닌 소위 ‘혐짤(혐오+짤(사진을 의미하는 은어))’로 자신들의 운동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워마드들이 주장하는 ‘여성들만을 위한 운동’이 한국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대중이 혐오라고 느끼는 운동은 지지하기도 호응하기도 어렵고, 자기들만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의 워마드는 일베가 아니지만, 얼마든지 일베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다분하다.

다만, 불교를 비롯한 종교계도 생각해 볼 지점은 있다. ‘워마드는 왜 종교에게 분노했는가’이다. ‘혐오’라는 콘텐츠를 거둬내면, ‘남성 위주의 종교 권력’이라는 비판이 존재한다. 각 종교 안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성은 여전히 소외되는 존재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면 성체 훼손 등과 같은 혐오 콘텐츠들이 돌아다닐 수 있었을까. 한번 쯤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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