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소년들은 지난 24일 삭발한 후 왓 프라 탓 도이 와오 사원에서 불교 귀의 의식을 치렀다. 사진출처=더가디언

태국 치앙라이에서 동굴에 갇혔다가 17일 만에 극적 구조된 소년들이 단기 출가했다. 이들은 동굴에 갇혀 있는 동안 불교 명상을 통해 굶주림과 공포를 이겨냈다고 전해져 화제 된 바 있다.

방콕포스트 등 외신은 ‘동굴 소년’들이 7월 24일(현지시간)부터 9일 간 승려로 생활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9일’은 이들이 수색대에 발견되기 전 동굴에 갇힌 시간과 같다고 더가디언은 설명했다.

기독교도 제외한 12명
삭발후 9일간 승려체험


13명 생환자 중 유일한 기독교도인 아둔 삼온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은 8월 4일까지 승려 생활을 한다. 아둔 삼온은 자신의 종교에 따라 머물던 교회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진다.

동굴 소년들은 지난 24일 삭발한 후 왓 프라 탓 도이 와오 사원에서 불교 귀의 의식을 치렀다. 이들은 흰색 예복을 입고 엄숙한 의식에 임했다. 승려들은 염불로써 그들의 생환을 축복했다.

치앙라이 지역 불교계 지도자 쁘라푼 콤조이는 “12명 유소년 축구팀 선수 및 코치는 각자 다른 사원에 들어가 9일간 머무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소년들은 의식을 통해 ‘넨’이라 불리는 불교 초심자 단계에 올랐다.

불교도가 대다수인 태국에서 남성의 단기 출가는 전통 의례와 같다. 의식에 참여하는 남성들은 법명(法名)을 받고 계율에 따라 생활하며 명상 수련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단기 출가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수색 작업 중 희생당한 태국 해군 사만 쿠난(37)을 추모하는 의미인 것. 태국이 속한 ‘테라와다(Theravada)’ 불교권에서 승려가 되는 것은 한 인간이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영광 중 하나다. 소년들은 퇴원 후 그를 추모하기 위해 불교 사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한편 태국 정부는 소년들에 대한 인터뷰를 금지했다. 소년들은 일주일간 입원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트라우마 등 정신적 고통이 예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무 빠’(야생 멧돼지) 유소년 축구클럽 소속 선수들과 코치 13명은 지난 6월 23일 훈련을 마치고 매사이 지구 탐루엉 동굴에 들어갔다가 갇혔다. 폭우로 인한 수심 증가가 원인이었다. 이들은 실종된 후 열흘 만에 생존이 확인됐고 17일 만에 모두 생환했다. 소년들은 동굴에 갇힌 동안 과거 승려 생활 경험이 있는 엑까뽄 찬따웡(25) 코치 지도에 따라 불교 명상을 했다고 전해졌다.

동굴 소년들은 지난 24일 삭발한 후 왓 프라 탓 도이 와오 사원에서 불교 귀의 의식을 치렀다. 사진출처=더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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