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할머니의 종교’라는 오명을 안은 채 포교를 해온 불교계가 최근 ‘눈높이 포교’를 통해 어린이·청소년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아직 이웃종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천진불 포교 활성화를 위한 키워드를 발견한 셈이어서 앞으로가 기대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통도사 어린이법회다. 통도사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문화재지킴이’ 봉사활동을 제외하면 순수 어린이법회 참석 아동은 한 명도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통도사가 7월 한 달에만 벌써 48명의 어린이가 법회에 참석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숫자다.

통도사는 어린이법회 활성화를 위해 ‘숲 체험 명상놀이’라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숲예술창의력사업단과의 협약을 통해 마련한 이 프로그램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대안 교육을 제시해 아이들과 부모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범어사 역시 청소년진흥센터와 부산외국어대 등 전문기관과 연계하며 사찰에서 찾아볼 수 없던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다른 사찰들의 어린이합창단과 스포츠를 활용한 문화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다만 현재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사찰 움직임이 부산과 영남권에 집중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부모들은 사찰의 변화를 적극 반긴다. 그간 밋밋한 사찰의 일반법회에 아이들을 데려가기 힘들고, 특별히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없어 부모 스스로도 사찰 방문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불교인구 300만 명 감소’가 어느덧 일상적인 표현으로 사용되는 요즘, 불교계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눈높이 포교에 나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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