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의 탐루앙낭논 동굴에서 ‘무 빠(야생 멧돼지)’ 축구 아카데미 소속 유소년 축구선수 12명과 코치가 조난되었다가 구조대와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약 2주 만에 전격 구출된 일이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소년들이 추위와 부족한 산소, 그리고 동굴 내의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전원 생환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코치의 명상리더십을 들면서, 수행자 출신인 엑까본 찬따웡(25) 코치의 명상과 마음 다스리기 교육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다른 매체들도 자기 마음의 안정을 기반으로 대중의 불안한 마음을 편안하게 바꾸어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게 하는 ‘명상리더십’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명상리더십의 요소는 많지만 이번 조난 극복 과정은 사섭법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동굴에서 아이들을 돌본 엑까뽄 코치의 희생과 지도력에 대해 언급한 군의관은 “음식이 공급된 후 엑까뽄 코치는 아이들이 충분히 식사할 때까지 기다린 뒤 자신의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코치는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양보한 후 자신은 거의 공복 상태에서 버텼다고 한다.

태국 동굴소년의 기적적인 생환
수행자 출신 코치 역할이 밑바탕

불안에 떠는 아이들 품에 안으며
명상교육으로 마음 다스리게 해
급박한 상황에도 흥분하지 않고
‘愛語’의 미덕으로 생명 살려내

수많은 매체, 명상리더십에 관심
‘동사’ ‘사섭법’이 핵심적 요소


배고픔은 생존과 관련되어 있다. 생존의 욕구가 발동하면 자신부터 챙기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자신의 먹거리를 오히려 아이들에게 건네며 다독이고 있었다는 것은 보시가 생활화된 명상리더의 본보기이다. 그리고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유소년 선수들과 함께했다는 것은 법보시를 통해 소년들의 마음에서 두려움을 감소시키는 ‘무외시’를 실천한 것이다.

이어서 주목할 점은 소년들의 진술을 토대로 취재한 다음 대목이다.

“엑까뽄 코치는 아이들에게 명상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체내에 에너지를 비축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또 하루 먹을 과자의 양을 정해놓고, 복통을 일으킬 수 있는 흙탕물 대신 동굴천장에 맺힌 맑은 물을 마시라고 했다.”
 

선업 스님(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장)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코치의 대화 기술이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흥분하지 않고 필요한 이야기를 정확히 전달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팀원들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 ‘애어’는 “거칠거나 성내지 않고 부드럽고 온화한 말로 대중들을 이끄는 것”을 말하는데 어둠 속에서 온화한 말로 전달한 코치의 그 항목들이 모두를 살 수 있게 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깜깜해 밤낮을 구분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아이들은 두려움에 떨었고, 3일째쯤 됐을 때부터 배고픔을 견디기 어려워 일부는 소리 내 울기도 했다. 엑까뽄 코치는 이런 아이들을 안아주며 안심시켰고, 추위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가 있으면 잠이 들 때까지 안고 있었다”고 한다. 심리치료 기법 중 ‘안아주기’의 효과는 매우 깊고 크다. 엄마의 안아주기는 사랑을 내재화하여 아이를 성장시키고, 가정의 안아주기는 사회성을 내재화하여 관계를 성숙시킨다. 코치의 안아줌은 상대를 이롭게 하는 행위인 ‘이행’의 끝판 왕이다. 덕분에 차츰 안정을 찾은 소년들은 좁은 공간에서 체온을 유지했고, 결국 생사의 기로에서 삶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지난 12일 작전명 ‘멧돼지를 집으로’가 성공적으로 완수되는 것을 보며 명상리더십의 요소인 ‘동사’와 사섭법의 의미를 다시 되새길 수 있었다. ‘동사’는 명상리더십의 화신인 보살이 중생과 일심동체가 되어 고락을 함께 하고 화복을 같이하면서 그들을 깨우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적극적인 실천행이 분명하고, 사섭법은 위기의 순간에 우리를 구하는 명상리더의 반야용선임에 틀림없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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