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성공의 로드맵

우리나라 불자는 수행하면 으레 간화선 수행을 연상합니다. 간화선은 지금으로부터 약 1000여 년 전 중국의 대혜 종고 스님으로부터 우리나라에 전래된 수행법인데, 그 뿌리는 달마대사로부터 시작된 조사선에서 비롯되었다 하겠습니다. 조사선은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의 말씀처럼 마음 닦아 밝아지는 핵심을 곧바로 집어내는 수행을 통하여 한달음에 성불의 길로 들어가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돈적(頓的) 수행법입니다.

간화선은 초발심 때에는 지극한 참회도 하고,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계율을 성심껏 지니기도 하지만, 화두 참구로 홀연히 마음이 열리면 참회할 죄나 지켜야 할 계가 본래 없음을 깨닫고는 점수(漸修, 점차 깨닫는 수행)의 체계를 뛰어넘어 부처님의 경지로 단숨에 들어가는 특징이 있다 하겠습니다.

이처럼 소위 돈적 수행은 한달음에 부처가 되는 수행이기에, 수행 중 별다른 역경 없이 부처님 세계에 진입하는 최상근기 불자에게는 별문제가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행 과정에서 수많은 역경을 만나게 되는 중하근기 불자들이 간화선 수행을 할 경우에, 이러한 역경에 대한 처방이나 지침을 찾을 수 없어, 자칫 잘못하면 일생을 방황하다 변변한 깨달음도 얻지 못하며 고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간화선과 같은 돈적(頓的) 수행의 경우 종종 그 수행 과정이 생략되고 수행의 로드맵(road map)이 무시될 수 있다는 점에 그 문제가 있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선지식이 이끌어주지 않는 수행이나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는 수행은, 비유하면 전등 없이 밤길을 걷는 사람처럼 시간만 헛되이 보내고 방황하는 수행이 되기 쉽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금강경 16분은 이러한 수도자들이 헤매지 않게 하는 지침이 됩니다.

즉 어떤 수행이든 밝아지고자 하는 수행을 16분의 말씀 중 수지독송차경(受持讀誦此經)에 비유할 수 있으며, 수행을 할 때 맞닥뜨리는 여러 역경을 약위인경천(若爲人輕賤)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간화선 같이 수행의 로드맵이 밝혀지지 않는 돈적 수행을 하는 수행자에게 각종 역경이 일어나는 경우에, 선지식을 만나지 못하면 결국 낙심하여 공부를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수행의 마음을 지속할 수 있다면, 즉 역경에서도 부처님 향하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고통을 받을 때마다 전생에 지은 각종 죄업이 하나하나 제거되며 머지않아 각종 역경은 다 사라지게 될 것이다.

드디어 선세의 죄업이 소멸됨과 동시에 역경도 사라지며 수행이 원만하게 이루어져서 결국 밝아지게 되느니라.”

이렇게 금강경 16분을 이해할 수 있다면, 비록 선지식 없이 혼자 수행하더라도 각종 마장의 뜻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고 벗어나게 되며, 마침내 견성성불의 대업을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16분은 수행자에게 수행 중 마장이 일어날 때 훌륭한 지침이며, 수행의 로드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수행의 로드맵은 수행자가 역경을 극복하고 밝아지는 데 꼭 필요한 가르침일 뿐 아니라, 각종 고난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사람에게도 매우 도움이 되고 꼭 필요한 가르침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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