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구출/족첸 롭 린뽀체 지음/이종복 옮김/담앤북스 펴냄/1만 6천원

‘감정’에 대한 우리의 오해
대부분의 사람은 감정을 소유물처럼 여긴다. 아니면 감정을 오랫동안 존재하는 것인 양 이해한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의심한 적 있는가? 당신의 감정 가운데 하나를 자리에 앉혀 ‘너 진짜 내가 짐작하는 대로니?’라고 물어본 적이 있는가?

붓다가 찾아낸 ‘감정’에 관한 진실
붓다의 가르침에 따르면, 우리의 감정들은 거대한 에너지 장, 광활한 생생함, 아름답게 빛나며 충만한 불꽃 속에서 노닌다. 이 에너지 장은 순수한 물과 같다. 깨끗하고, 투명하며, 생기가 넘친다. 여기에 생각이 치고 들어와 이 깨끗한 에너지 위에 이름표, 판단 그리고 이야기들을 덧대기 시작한다. 각각의 생각은 마치 물과 섞일 때 색을 뿜어내는 염료 한 방울과 같다. 이 순수하고 청정한 에너지가 생각과 섞이면 어떻게 될까? 마음은 매우 다채롭고, 화사하고, 표현이 넘치게 된다. 이것을 ‘감정’이라 부르는 것이다.

따라서 감정 안에는 오직 두 가지 재료만 들어 있다. 에너지와 관념. 밝고 생기 넘치고 영양분 가득하며 지속적인 것이 ‘에너지’이고, 그 에너지에 색깔과 맛까지 입히는 분별적인 것이 ‘생각’이다.

솔직하게, 고요하게, 억누르지 않고
감정이 우리 삶을 이끄는 포스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행복, 기쁨은 우리의 일상을 뒤흔드는 감정이 아니다. 하지만 화, 질투, 욕심, 공포 등 부정적인 감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감정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과 많이 비슷하다. 이를 위해서는 솔직할 필요가 있다. 오랜 친구를 마주하든, 새로운 사람과의 가능성들을 찾아내고자 하든,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상대방을 명확하게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다. 그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습관적인 패턴은? 당신과의 관계는 어떻게 돌아가는가? 사람을 살피듯 감정과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 살펴보는 작업을 통해 감정을 편하게 대할 수 있을 것이다.

<감정 구출>은 감정 다스림에 관한 티베트의 지혜를 담은 대중명상서다. 저자는 티베트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명상지도자이다. 감정을 다루는 동서양의 차이점을 직시하면서, 감정을 두려워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고요히 직시할 수 있게 도와준다. 지금 자기 자신의 저널리스트가 되어 내 안의 감정을 탐사해 보라.

책에서는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구출)을 3단계, ‘알아차리며 거리 두기’ ‘명확하게 보기’ ‘내려놓기’ 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우선 적의 실체를 명확히 알아야 분별하고 찾아낼 수 있는 것처럼 감정이라는 것도 먼저 감정 자체를 알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 책에서는 감정을 대하는 우리의 세 가지 태도와의 연관성을 설명한다. 우선 각 단계마다 각각의 ‘출구’를 제시한다. 여기서 출구란 마음챙김 수련을 통해 감정에 대한 상습적인 방응과 그 반응의 고통스러운 결과로부터 자신을 자유롭게 해 주는 방법을 말한다.

문제는 감정을 알아차려서 내려놓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의사가 청진기 소리로 소화기나 폐의 이상 유무를 검진하듯 이들은 소리를 통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별하게 된다. 보통사람이 들으면 비슷비슷하게 들리지만 그들의 귀엔 불량품을 걸러낼 수 있는 알아차림의 소리로 들린다.  

감정을 알아차리거나 명확하게 볼 수 있는 능력, 명상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기까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잘 안 되고 서툴지만 집중 반복해 연습하다 보면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고 느낄 수도 없었던 감정까지 훤히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라는게 이 책의 결론이다.     
 

알아차림, 자애, 명상을 통한 ‘내 감정과 소통하는 연습’
STEP1 알아차리며 거리 두기 (mindful gap)

- 나와 감정 사이에 안전거리를 만드는 연습.

- 나의 감정과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심리적 공간을 만들 수 있다.

 

STEP2 명확하게 바라보기 (clear seeing)

- 내 감정을 둘러싼 조건/환경을 바라보는 연습.

- 감정 반응에 담긴 나의 습관적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STEP3 내려놓기 (letting go)

- 오감(五感) 명상 및 몸과 연결되는 경험을 통해 억눌린 에너지를 풀어내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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