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와 함께 한 일본사찰 순례/나카노 요코 지음/최선일·홍은미 감수/종이와나무 펴냄/1만 8천원

우리는 흔히 일본의 신앙을 ‘신도(神道)’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신도 못지않게 일본인들의 일상과 세계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종교는 불교다.

하루하루의 삶을 신사나 신도에 의지한다면, 내세를 비롯한 인생 전체의 문제에 대해서는 불교에 크게 의지하는 것이 일본인들의 특징이다. 불자가 아닌 사람들도 장례식이나 제사는 대부분 불교식을 따른다.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다도, 화도(꽃꽂이), 향도 등의 전통문화는 모두 불교(선종)의 영향을 받아 발전해 왔다. 지금도 일본에는 18만 명의 스님과 8000만 명에 달하는 재가불자가 있다. 사찰 수만 7만 5000곳이 넘는다.

이 같은 일본 불교는 그들 문화의 뿌리이자 사상적 근원이다. 특히 신앙처인 사찰은 문화·사상을 응집적으로 보여준다.

본지 1년 연재 원고 보완·발간
일본인의 한국어 연재 첫 사례
“바른 한일 교류” 저자 원력 담겨

접하기 어려웠던 현지 정보 등
日간사이 사찰 32곳 면면 전해
일본 문화 속살 찾는 가이드북


최근 발간된 <요코와 함께 한 일본사찰 순례>는 일본인이 한국인에게 전하는 일본 사찰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저자인 나카노 요코는 한국과 한국 사찰을 사랑하는 간사이 아줌마다. 그는 아사히신문 기자인 남편을 따라 서울로 와서 3년을 거주했으며, 이때 한국 사찰의 매력에 빠졌다. 귀국 후에는 한국인 친구들에게 일본 사찰을 안내하는 답사 가이드를 자처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에게 일본 사찰의 진면목을 알렸으면 좋겠다는 원력을 가졌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지난해 1년동안 본지에서 연재된 ‘간사이 아줌마의 일본사찰 엿보기’이다. 이번 책 <요코와 함께 한 일본사찰 순례>는 본지 연재물을 보완해 발간한 것이다.

‘간사이 토박이 아줌마’인 만큼 저자가 소개하는 사찰 32곳은 간사이 지역인 교토·나라·시가에 집중돼 있다. 소개된 사찰 중에는 도다이지(東大寺)·호류지(法隆寺)·야쿠시지(藥師寺) 등 우리에게 친숙한 사찰도 있지만 현지인 정도의 정보가 있어야 찾아가 볼 수 있는 사찰들이 적지 않다. 실제 시가 지역 사찰 고겐지(向源寺)는 일본 국보인 십일면관음보살상이 봉안된 곳이고 이를 중심으로 관음마을이 형성돼 있다. 이는 일본 호북지역의 특유의 관음신앙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이다.

이에 저자는 “마을 주민들이 작은 암자를 짓고 옛날부터 신앙을 받았던 불상을 모셨다. 불상들이 이렇게 종파를 넘어 마을을 지키는 본존이 됐다”며 “지금도 호북 지역 작은 사찰에 수준 높은 불상이 남은 것은 마을 주민들의 깊은 신앙심 때문”이라고 상세히 설명한다.

현지 토박이인 저자는 사찰의 문화부터 풍광, 유래, 현지 신행 행사 일정까지 자세히 소개한다. 찾아가는 방법이나 더 찾아볼 곳, 먹거리는 별도의 코너로 묶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사찰 답사 전문가의 친절한 설명과 아름다운 사진들은 현지에 가보지 않더라도 독자들에게 일본 사찰의 매력을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같은 작업은 한국과 일본 서로에게 바른 정보를 전하고 교류했으면 하는 저자의 원력이 담겼다. 왜곡되거나 편파적인 뉴스들이 양국의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 다름과 차이를 존중하고 그 간극을 배려하는 정신을 가질 때 양국의 우정은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한일 양국의 불교와 사찰은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면이 많아서 상호 이해와 배려를 체득하기에 가장 좋은 분야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제가 책을 쓰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일반관광 사찰이 아니라 정말 일본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사찰을 한국인에게 소개하자’였다”면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 좋은 점만 볼 수 있다면 갈등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 고후쿠지 동금당과 오층탑. 고후쿠지에는 일본 국보 아수라상이 봉안돼 있다.
나라 도다이지 본존불. 통칭 ‘나라 대불’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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