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춘 소장, 17일 고려 단차 복원·시연 특강

7월 17일 열린 ‘고려단차의 특징’ 강연에서 박동춘 소장에 의해 복원된 고려단차를 시연단이 시연을 하고 있다.

“고려시대는 불교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로 인해 차 문화도 발달하게 됐습니다. 고려인들이 즐겼던 차는 바로 단차(團茶)입니다. 이는 매우 섬세하고 감미로운 색과 향, 맛을 가진 극품의 차입니다. 우리는 단차 복원을 통해 고려인들이 지향한 문화의 격조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은 7월 17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고려시대 단차의 특징’ 특별 강연에서 이 같이 고려 단차를 설명했다.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 문화행사 일환으로 열린 특강에서 박 소장은 현재는 단절된 고려 단차를 복원·시연해 눈길을 끌었다.

불교문화 융성하며 茶도 발달
국왕 직접 차 제작, 불단 공양
가루차인 ‘단차’가 주류를 이뤄

찌고 갈고 말리고 정성 집약돼
탕법, 가루 내 茶 우리는 점다법
“고려청자 같은 은은함이 일품”

박동춘 소장이 복원한 고려단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려 단차 복원은 박 소장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과다. 그는 고려 단차의 문헌적 근거를 〈고려사〉, 〈동문선〉, 〈동국이상국전집〉 등 우리나라 문헌에서 찾았고, 단차 제다법은  〈다경〉, 〈대관다론〉, 〈다록〉, 〈북원별록〉 등 중국 측 문헌을 토대로 연구해 복원했다.

이날 박 소장은 고려 단차의 복원 과정을 대중에게 공개했다. 찻잎 따기부터 △찻잎 고르기 △시루에 찌기 △식히기 △고(膏) 짜기 △돌절구에 찧기 △청자 다연에 갈기 △틀에 넣고 찍어내기 △무쇠가마솥에서 건조 △온돌 건조로 이어지는 제다 과정은 손이 많이 가는 섬세한 공정이었다.

찻잎은 창처럼 뾰족한 ‘일창(一槍)’ 형태의 것을 선별하며, 이 중에서도 묵은 잎이나 줄기 등은 별도로 골라낸다. 엄선된 찻잎들은 바로 시루에 넣고 찐다. 산화로 인해 차의 맛과 색이 탁해지는 것을 막기위해 공정은 신속히 진행된다.

박 소장은 “신선한 찻잎으로 단차를 만들기 위해 바로 차 만들기에 들어가야 한다”며 “신선함과 신속함은 단차 공정에서 가장 유의해야할 점”이라고 설명했다.

시루에 넣고 찔 때도 그냥 찌지 않는다. 대발을 만들고 그 위에 모시나 삼베를 깔고 찻잎을 찐다. 어느 정도 익으면 골고루 익을 수 있도록 섞어주고 차향이 나기 시작하면 꺼내서 찻잎을 식혀준다. 식힌 찻잎은 무거운 돌을 얹혀 ‘고 짜기’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거쳐야 찻잎에 있는 탁한 엽록소들이 빠져나갈 수 있다. 고를 짜낸 찻잎은 돌절구에 찧고, 청자 다연에 갈아 가루로 만든다.

가루형태가 된 찻잎은 틀에 넣고 압축해 모양을 내고 이후에는 무쇠가마솥과 온돌에서 건조 과정을 거친다.

박 소장은 “무쇠가마솥에서 건조할 때는 대나무 잔가지 등을 태워 80℃ 정도로 온도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며 “온돌에 한 번 더 건조하는 것은 내부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려 단차는 시음하기까지도 적지 않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고형된 단차를 불에 굽는다. 절대 타면 안 되고 약한 불에 오래 여러 번 익혀야 한다. 구운 차는 나무 절구에 넣고 깨고 맷돌에 가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과정은 〈동국이상국집〉 등에서 문헌적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고려시대 명문장가인 이규보(1168~1241)는 ‘공이로 녹태차를 깨자 시냇가에서 졸던 숫놈 오리가 놀라서 깨네’, ‘돌 쪼아 차 맷돌을 만들어 차 맷돌 돌리랴 어깨가 괴롭다’ 등을 한시를 통해 생활상을 기록했다.

절구와 맷돌로 갈아낸 차는 비단으로 차 가루를 내는 과정까지 거쳐야 비로소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고운 차 가루는 다도 탕법 중 하나인 ‘점다법(點茶法)’으로 한잔의 차로 태어난다. 차 가루에 뜨거운 물을 붓고 다선(茶, 가루차를 물에 풀리도록 젓는 도구)으로 격불(擊拂, 다선을 빠르게 움직여 거품을 내는 것)해 차를 내는 것이 고려인들이 즐겼던 방식이었다.

재현한 고려 단차에 대해 박 소장은 “단차는 고려시대의 아름다운 차 문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에서 전해진 외래문화였지만, 11세기 이후에는 고려적 색채를 완전히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고려시대 차 문화가 융성할 수 있던 점에 대해서는 ‘불교’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 〈고려사〉에 따르면 국왕이 직접 찻잎을 갈아 차를 만들어 불단에 공양한 ‘공덕재’의 기록이 나올 정도다. 또한 국가의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차를 마시는 ‘다시(茶時)’가 제도화 되기도 했다.

박 소장은 “불교가 교세를 확장하면서 사찰 경제가 발전했고, 차를 수행의 일환으로 활용한 선종이 활발해지면서 차 문화 융성이 이뤄졌다”면서 “이는 왕실 귀족과 관료 문인들이 차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정신음료로서 차를 음용케 하는 요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고려단차는 차 가루에 물을 부어 격불하는 ‘점다법’을 사용한다.

이날 특강에서는 새로 복원된 고려  단차의 시연과 시음도 이뤄졌다. 단차의 시음한 참가자들은 고려 천년의 차향과 맛에 감탄했다.

조희선 성균관대 다도대학원 교수는 “차를 마시는 순간 고려청자와 같은 은은하고 고귀한 빛깔이 가장 먼저 연상됐다”면서 “기계를 간 것과 달리 자연 그대로의 색과 맛이 인상깊었다”고 상찬했다.

김기영(서울 중구) 씨는 “일본 말차와는 달리 차향과 맛이 더 그윽하다”면서 “강연을 듣고 먹어선지 더 맛이 좋았다. 정신도 맑아지는 기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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