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성 교수, 동양철학회 좌담서 문제 제기

한국동양철학회는 7월 10~11일 서울 종로 관음종 묘각사에서 ‘2018년도 하계 워크숍’을 개최했다.

1909년 7월 10일 런던에서 체재하던 간디는 이토 히로부미가 안중근 의사에게 암살됐다는 소식을 듣고 ‘용감한 일본병사’라는 글을 남겼다. 간디는 글을 통해 폭력으로 이토를 죽인 안중근도, 폭압으로 조선을 강탈한 이토도 모두 ‘비폭력’ 정신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불교의 가치인 비폭력 사상과 민족주의라는 지역적 가치가 충돌할 경우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이 같은 철학적 화두를 불교학자인 허우성 경희대 교수는 7월 10~11일 서울 종로 관음종 묘각사에서 열린 한국동양철학회(회장 신규탁) 하계 워크숍에서 던졌다.

안중근 의거·간디 사상 비교해
민족혼·비폭력 갈등 상황 예시
외부 향한 분노, 사회 분열요소
가치 충돌서 철학적 화두 던져


허 교수는 ‘비폭력 원리와 불멸의 민족혼이 충돌하면 한국 인문학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주제 질문을 제시했다. 대표적인 예로 내놓은 것이 안중근 의사였다. 안중근 의사는 15개의 죄를 열거하며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

반대로 제시한 인물은 바로 간디다. 허 교수에 따르면 간디는 인도의 자치와 독립을 주장하면서도 영국인을 피습하는 독립투사에 대해서는 비판했다. 실제 간디는 한 연설에서 “내 내셔널리즘은 우주만큼 광대하다. 나의 내셔널리즘은 전 세계의 복지를 포함한다”며 “나는 인도가 다른 나라의 잔해를 밟고 일어서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허 교수는 “저급한 동물부터 모든 나라를 포함한다는 우주적 내셔널리즘은 통상적인 자민족 중심의 민족주의와는 너무 달라서 도저히 민족주의로 부를 수 없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간디의 우주적 내셔널리즘 바탕에는 아힘사의 가르침이 있다. 자비와 아힘사는 인도 초기불교 경전 이래 모든 불교경전의 기초적인 가르침이 되어 왔다”며 “붓다, 간디 같이 아힘사 원리에 입각한 사람은 정당화하기 쉬운 분노의 인간관에 동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분노의 인간관이 사회 단합을 해칠 수 있는 요소라고 봤다. 그는 “우리는 민족 외부로 향한 분노와 적개심이 우리 내부의 좌파, 보수의 시비와 대결에 침투하고 일치와 단합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면서 “부정적 감정들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날 워크숍에서는 현재 한국 인문학계가 어떤 위치에서 철학을 할 것인지가 심도 있게 논의됐다.

1부 ‘동양철학의 보편성과 지역성’에서 중국철학 연구자 오상무 고려대 교수는 자신의 그간 연구사를 회고하면서, 고전철학연구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철학자의 길을 갈 것인가에 대한 진솔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어서 인하대 철학과의 이봉규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한국유학 연구의 역사를 요령 있게 정리 보고했다.

2부에서는 김성기 성균관대 교수가 오늘날 우리에게 있어서 유학이 무엇인지, 그 현재성에 주목했다. 도교를 전공하는 김성환 군산대 교수는 일제강점기 도교학자였던 전병훈을 사례로 들어 ‘자기 철학하기’가 가지는 보편적 가치에 대해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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