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부대중에게 드리는 글

무더운 날씨에도 종단 안정과 화합을 위해 큰 가르침을 주고 계시는 종정예하를 비롯해 원로스님들, 총무원장스님과 집행부스님들, 전국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을 비롯한 제방스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그리고 교구본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용주사 원로스님과 대덕스님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저를 믿고 맡은바 소임에 충실하며 헌신해 준 용주사 교구 소임자 스님들과 신도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오늘 제2교구본사의 주지를 선출하는 산중총회를 앞두고, 제 거취와 관련해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지금 이 시간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해 제2교구본사 용주사 주지후보에서 사퇴할 것입니다.

출가한 이후 불연의 고마움을 불교와 종단을 위해 회향하겠다는 마음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제가 4년 전 제2교구본사 용주사 주지에 나서게 된 것도 이런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용주사 주지에 당선된 이후 저의 개인 신상을 두고 여러 억측과 비난이 난무했습니다. 사실이 아님을 수차례에 걸쳐 설명했음에도 이를 철저히 외면하고 오히려 근거 없는 의혹만 부풀렸습니다. 의혹이 제기될 당시 사실여부를 떠나 종단과 교구본사의 혼란을 막기 위해 사퇴하겠다는 결심을 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교구본사주지가 사퇴하면 앞으로 종단에 더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고, 스스로 의혹을 인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주변에서 만류가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사퇴할 경우 처음 용주사 주지로 나섰을 때 가졌던 여러 교구발전 계획들을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저는 일일이 해명하기보다는 4년간의 성과로 교구구성원들로부터 평가를 받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용주사는 지난 4년간 많은 변화를 이루었습니다. 승려노후복지 불사를 통해 교구본사에 있는 노스님들이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그리고 교구본말사의 재정도 투명하게 집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성과는 모두 저를 믿어준 교구구성원들의 확고한 신뢰 덕분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용주사 많은 대중들은 산중총회를 앞두고 저에게 다시 소임을 맡은 것을 간곡하게 요청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남은 불사를 위해 재임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근 산중총회를 앞두고 다시 용주사뿐 아니라 총무원 주변에서 제 개인의 신상문제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제 신상문제와 관련해 가장 빠른 해명은 산중총회를 통해 교구대중들에게 재신임여부를 묻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대중들이 저를 다시 신임한다면 그것으로 모든 의혹은 해소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이제 저의 개인 신상문제는 용주사문제로만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세력들은 종헌종법 체제를 심각히 훼손시키려는 의도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조계종 종도이자 종헌종법을 수호해야 할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제가 더 이상 이를 묵과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계종 중앙선관위가 712일 후보자격 심사를 통해 저에게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지만, 더 이상 저의 개인 신상문제로 종단의 혼란이 가중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저를 지지해 준 많은 교구대중스님들의 뜻을 저버리는 일이긴 하지만 종단이 안정되고 화합될 수 있다면 과감하게 저를 희생하고자 합니다.

사부대중 여러분.

이제 모든 시비를 멈춰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제 용주사 주지후보에서 물러나 교구와 종단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자 합니다. 불신과 반목에서 벗어나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시길 간절히 발원합니다.

불기2562(2018)716

조계종 제2교구본사 주지 후보 성월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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